서서히 나의 내면의 어떤 감정이 피스토리우스를 무조건 인도자로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내 자신 스스로 용기를 갖게 해 주었다. 아, 그런데 나는 지금 그에게 서서히 반항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너무 많은 훈계에 반감을 가졌고, 그가 단지 나의 일부분만을 이해한다고 느꼈다.
피스토리우스가 내게 해준 역할,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을 그 자신에게는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과거에 너무 열심히 매달려서 과거에 대한 지식들이 너무나 상세했다.
그는 세상이 이미 보아 온 형상을 너무나 사랑했는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완전히 새롭고 색다른 것을 원했다. 그런 것은 신선한 토양에서 샘솟아야지 박물관이나 도서관에서 끌어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각성된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는 단 한 가지, 자신을 찾고 자신의 내면에서 견고해져서 그 길이 어디에 닿아 있건 간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길을 더듬어 나가는 일. 그 이외의 다른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를 통째로 나를 위해 쓰면서, 가까운 교외의 낡은 집에서 조용하고 평화롭게 지냈다. 책상 위에는 니체 책이 두세 권 놓여 있었다. 나는 니체와 함께 살고, 그의 영혼의 고독을 느꼈고, 그를 그토록 쉴 새 없이 몰아 댄 숙명을 느꼈다
"어느 흑인 부락의 청년 숙소들 같지 않아? 문신이 다시 유행하는 것까지 똑같잖아. 봐, 이게 젊은 유럽이야." 그 음성이 이상하게 무슨 경고처럼 귀에 익었다.
이 모든 가짜 공동체들(대학생 연맹부터 합창단, 나아가 국가까지)은 공포심과 불안감과 당혹감에서 탄생되어서, 안으로 썩고 닳아 곧 붕괴되고 말 거라고 했다.
"순수한 연대는 아름다운 거야. 하지만 보이는 곳마다 도처에 만발하는 이런 것들은 전혀 연대가 아니야. 연대는 개인과 개인이 서로를 알게 됨으로써 탄생하고, 한동안 세계를 바꿔놓을 수 있는 거야.
노동자가 공장주를 때려죽이든 러시아와 독일이 서로 총질을 하든 그저 소유주만 바뀌는 문제일 뿐이야
"아무도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그러나 두 길이 친밀하게 마주치는 곳에서는 온 세계가 잠시나마 집처럼 느껴지죠."
"그 꿈이 당신의 운명인 한에서 당신은 그것에 언제나 충실해야겠지요."
우리는 이들의 의견에 귀는 기울이되, 그것들을 상징(은유) 이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인류의 역사에 영향을 끼친 모든 사람들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거야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돼요. 또 강요해서도 안 되죠. 사랑은 자신의 내부에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해요. 그러면 사랑에 끌려가기를 멈추고, 끌어당기게 되죠.
그는 사랑을 해서, 자기 자신을 찾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을 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데.
나는 풍요와 안락 속에서 숨 쉬도록 타고나지 않았다. 내겐 고뇌와 광분이 더 필요했다. 어느 날이고 나는 이 아름다운 사랑의 꿈에서 깨어 고독과 싸움만 있는, 아무런 평화도 공존도 없는 타인들의 차가운 세계 속에 다시금 혼자 서게 되리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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