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두 가지 차원에 주목하여 꾸린 책이다. 하나는 ‘단지’(團地)로 불리는 공간 조직의 단위이고, 다른 하나는 ‘전용공간’(專用空間)으로 대표되는 아파트의 가족 단위 생활공간이다.
신도시의 주거공간은 외부공간 계획 측면에서 일부 나아지기도 했지만, 전용공간의 고급화와 충실화, 그리고 고밀화와 초고층화로 요약할 수 있다
아파트와 단지를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동어반복이자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건축의 언어로는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아파트(단지)라는 보편적이며 일상적인 ‘공간환경’15을 투사한 문학의 시선은 아파트를 어떻게 묘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편리성, 안전성, 환금성 등의 몇 가지 장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간의 삶과 문명 전체의 불모성(不毛性)을 상징하는 주거형태로만 묘사되기 일쑤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되자 정부는 가용자원을 생산부문에 집중시켰고, 주택건설은 필연적으로 민간 부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한국의 주택정책은 투기의존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었고, 아파트 건설은 민간에게 맡기고 정부는 이를 정책과 제도로 지원하는 기조로 이어졌다
아파트를 매개로 모든 판단을 화폐단위와 재화의 가치로 치환하다보니 결국 남는 것은 ‘아파트 브랜드와 평수로 사람들을 서열화시키는 무리지음과 서열화의 정치학’뿐이다.
표준설계는 설계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전국에 일정한 수준 이상의 거주환경을 일시에 제공하는 데 매우 유용한 방식이다.21 하지만 이것은 목적이 달성되면 폐기되어야 하는, 그러니까 한시적인 사용을 전제로 한다.
흥미로운 것은 아파트에서의 구체적인 거주조건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을 소설에서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흔히 말하는 아파트의 장점을 비판적으로 문제 삼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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