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상드르 기예모즈 Alexandre Guillemoz는 1980년대 초반 서울에 인구천 명당 한 명의 무속인이 존재했다고 전한다. - P57

"샤머니즘은 전통적으로농가, 즉 땅과 직접 접촉하는 주택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그러면 여러가족이 위아래에 모여 사는 다가구 주택이나 위층에 사는 이웃이 성주의 머리를 밟고 다니는 아파트에서 이 민속신앙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 P57

농촌의 전통 가옥에서는 성주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골조와 지붕널 사이의 빈 공간을 넘나들었다. 이제는 이 제의를 현대화하여, 가족을 보호하는 성주와 함께 거처를 옮겨다니면서 이전 거주자의 성주가 베푸는 은총까지 누린다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 P58

기예모즈는 "빈번하게이사를 다님으로써 이제 집은 예전같이 부동의 신성이 머무는 공간이아니다"라고 지적한다. " - P58

민간신앙의 제신들이 도시의 현실에 적응한 또다른 예가 있다. 도심 빌딩의 각 층마다 대감‘이 자리를 잡고, 지하에는일종의 ‘엔지니어 대감‘이라 할 수 있는 보일러가 터를 튼 것이다." 수호신들은 이렇게 도시를 배워나가면서 그럭저럭 도시화되고 있다. - P58

일본에는 지표나 기후의 기복이 심한 지역이 많으므로, 집을 지을 때는 특정한 형태와 자재를 선택해야 한다. - P58

주택이 연안에 위치하거나 비탈진 언덕에 자리한 경우, 벼농사 지역이나 바람이 심한 섬에 위치한 경우 등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선택이 요구된다. - P58

"지붕을 가리키는 일본어 ‘야네屋根)‘는 ‘집의 뿌리‘를 의미한다. 가옥의 내벽이 대부분 이동식이자 부착식이기 때문에 내부 공간의 경계를 설정하고 안과 밖을 구별해주는 것은 오로지 지붕뿐이다. - P59

일본 가옥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기둥의 수직적 균형감을 압도하는 높고 거대한지붕으로 대변된다"라고 자크 프죄-마자뷔오는 설명한다. - P59

지붕 골조는 평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아주 단출한 가옥은 물론 짚을 얹은 규모가 꽤 큰 가옥조차 평보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서까래와 지붕을 지탱하는 도리는 기둥 위에 직접 얹는다. 아주 튼튼하게 연결된 도리와 서까래는 프레임의 반쪽을 형성하면서 마룻대에서 엇갈린다. 도리는 기둥 두 개로 지탱된다. - P59

이런 건축적 특징과 관례는 아시아의 다른 지역인 태국에도 존재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베르나르 포르모조Bernard Formoso가 잘 알고 있다. "집에 출입하려면 사다리나 계단을 밟아야 하며, 사다리 발판과 계단 디딤판은 일반적으로 홀수이다." - P64

이러한 홀수성은 집의 다른 요소에서도 발견된다. "전통에 따르면 들보와 마룻대의 수도 홀수여야 하며", 이는 "죽은 자의 관이 짝수로 구성되어야 하는 것"과 반대된다. 이러한 대립성에 대해 마을 사람들은 "홀수는 남고 짝수는 달아난다"고말한다. - P64

이처럼 집은 무언가를 가리키는 독해의 대상으로서 다양한 의미로 충만하다. 집은 무언의 문장이다. 따라서 상인방과 목구조를 통해 그 특별하고도 따스한 언어의 속삭임과 술어와 구두점을 읽어내는것은 우리의 몫이다. - P64

힌두교 성전聖典《베다》(기원전 1800년)에는 우주 에너지에 부합하는 조화로운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지침으로서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말씀이실려 있다. - P68

산스크리트어로 된 건축 개론서로 ‘바스투 샤스트라‘라고도불리는 《실파샤스트라》는 브라흐마의 아들인 나라다가 썼다고 전한다. 여기에는 새로운 가옥에 들어가 살게 될 사람들이 부정적인 요인을 제거하고 행복을 보장받는 데 필요한 짧은 글들이 도면과 함께 실려 있다. - P68

풍수의 목표는 당신의 집을 위협하는 ‘독화살‘의 방향을 바꾸는 데있다. - P69

집의 이상적인 형태는 정사각형이다. 풍수의 대가는 L자형이나 피라미드형, 일그러진 형태의 집은 짓지 말라고한다. 이것은 일종의 ‘현실 감각‘에다가 오늘날의 관심사와는 동떨어진수세기 전의 전통을 혼합한 방법론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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