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가 이해하기를 바라건대, 거의 우뚝 서 있는 듯한 이 거리는 불안과 전율을 일으키면서도 고요한, 그의 대형 조각작품처럼 보인다. - P28

개개의 사물이 홀로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사물이 다른 사물을 짓누를 수 없도록 하는 무게─아니 차라리 무게의 부재─를 갖고 있다는 강렬한 인상 - P30

자코메티가 그려낸 얼굴들은 살아 있을 시간도 더는 남아 있지 않고 더 이상 어떤 몸짓도 할 수 없을 만큼 삶 전체를 응축시켜 놓은 듯이 보이며, 너무도 많은 생을 그 안에 집적하고 있기에(조금 전에 죽은 것이 아니라), 이제 마침내 죽음을 포용하게 된 것이다. - P32

그는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가. 우선 그는 얼굴의 서로 다른 부분들간에 나타나는 ‘면’─또는 평면─의 차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P33

여러 개의 선들이 모두 모여드는 동일한 하나의 선이 뺨과 눈과 눈썹을 그려내는 데 한꺼번에 쓰이고 있다. - P33

사물을 고립시켜 그것이 갖는 유일하고 고유한 의미만을 집적시키는 능력은 관찰자의 역사성의 소멸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 P34

장롱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결국 장롱이 아닌 모든 것을 제거해야만 한다. - P34

장롱이 머물러 있기 위해서 관찰자인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게 되고, 장롱과 나 사이의 모든 감정적 관계, 도구적 유용성의 관계는 소멸해 버린다. - P34

이제 내가 청동으로 된 여인상들(대개 금박이나 녹청을 입힌) 곁으로 다가가자 그 주위의 공간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휴식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P44

아마도(자코메티가 점토할 때 엄지손가락으로 다듬었던) 각 모서리나 곡선, 불룩하거나 뾰족하게 튀어나온 돌기 부분, 혹은 재료가 부스러진 끝 부분들 자체가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이리라. - P44

각 부위는 창조되던 순간의 감수성을 계속해서 발산한다. 공간을 가르면서 떨어져 나간 모서리, 그 어떤 지점도 죽은 데가 없다. - P44

이 대상들과 형상들을 주조해낸 것은 자코메티의 눈이 아니라 두 손이다. 그것들은 꿈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체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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