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하는 기로에서 나는 대부분 하기를 선택하며 살았다. 그러고는 물론 많은 후회를 해왔지만, 이번에도 애를 써보기로 했다. - P214

다음 일요일에도 찾아올 언니들을 위해 나는 칭찬의 말을 열심히 준비하고 싶었다. 최대한 정확한 칭찬을 해드리고 싶었다. 그들보다 덜 살아서, 그리고 덜 알아서 열심히 읽는 수밖에 없었다. - P224

여러 해외드라마에 사로잡히고 뉴스를 보며 어지러움을 느끼고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 모두를 걱정하는 봄이었다. - P232

인간들은이미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환경은 갈수록 나빠질 텐데,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아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P232

것은 양자택일의 기능 중 하나다.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아이에게 "이제 의자에 앉아줄래?"라고 요청하면 말을 잘 듣지 않지만, "이 의자에 앉을지 저 의자에 앉을지 선택해"라고 말하면 갑자기둘 중 하나를 열심히 골라서 앉게 되는 것과도 비슷한 작용이다. - P247

"어른들은 새로 태어난 아기만 더 예뻐하잖아요!"
한두 명이 "맞아" 하고 맞장구친다.
이안이가 한 번 더 못을 박는다.
"진짜 그래." - P251

천사들은 몹시 많은 흔적을 남기고 내 집을 떠난다. 한두 편의글도 남겼지만, 그들은 원고지 같은 건 챙기지도 않고 돌아선다. - P259

맨 처음 온라인 수업에서 가장 어색했던 건 잡소리가 들리지않는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이 대부분 음소거 상태로 수업에 참여해서다. - P262

아이들의 목소리는커녕 기침소리, 하품소리, 웃음소리, 한숨소리 등이 전혀 들리지 않는 채로 말을 하려니 어색하고답답했다. 잡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야기의 길이를 조절하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기도 했는데, 음소거 상태로는 그 소중한청각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번째 수업부터는 음소거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열 명 이하의 소규모 수업이라 음향문제 없이 잡소리가 공유되었다. - P262

두 문장의 관계를 섣불리 확정하고 싶지 않을 때마다 나는 그 사이의 접속사를 뺀다. 두 문장들의 상호작용을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지만 어떤 행간은 비워둘수록 더욱 정확해진다. - P275

상대방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싶은 마음과 내 몫의 라면을 한젓가락이라도 더 먹고 싶은 마음은 공존할 수 있다. 인간은 양가적이고 복잡한 존재다. - P276

"그 사람은 날 너무 잘 알고 넘치는 사랑을 준다. 하지만 때로는 깊은 상처를 남기며 날 지옥에 던져놓는다."
이 노래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사랑은 천국과지옥을 예기치 못하게 넘나드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나를 살아가게도 하고 헷갈리게도 하며, 날 가지고 노는 동시에 내가 이겨나가도록 도와준다. - P278

동시에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는 사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심지어 충돌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것이 사랑의 복합성이라고 느낀다. 이 동시다발적인 복잡함에 대해 말하는 게 문학일지도 모르겠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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