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완성했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게."
이런 경우에 미야는 반드시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여기는 이렇게 되고, 여기는 이렇게 돼"라고 참견을 한다.

작품의 품격을 정하는 미술을 예로 들면, 미야는 항상 복잡한 건물을 설계하고, 그 건물 안에서 캐릭터를 왔다 갔다 하게 함으로써 재미있는 장면을 만든다.

애니메이터가 캐릭터의 연기를 그릴 때, 가장 힘든 것은 일상의 평범한 동작이다.

영화는 기획도 중요하고 제작도 중요하며 홍보도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배급이다. 만들고, 팔고, 보여준다. 이 단계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으면 히트작은 태어나지 않는다.

훌륭한 경영자는 사내의 정보 수집에 빈틈이 없다. 즉, 사내의 도처에 스파이를 심어두고 모든 정보를 수시로 받아보는 것이다.

지브리에는 일명 ‘어항’이라고 부르는 투명한 유리방이 있는데, 그곳에 둘이 틀어박혀 여덟 시간 정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브리의 경우, 작화의 생산 속도는 아무리 기를 써도 한 달에 5분이 고작이다.

미야의 독서는 대부분 그런 식이다. 작가가 쓴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책을 읽으며 자기 안에서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서 그 안을 즐겁게 돌아다닌다. 그 때문에 미야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책의 제목에는 ‘정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이 많다. 책 속에 있는 정원을 자기 나름대로 설계하는 것을 즐긴다고나 할까?

그림 콘티를 그리기 전에 우연히 미야와 같이 전철을 탔을 때, 앞쪽에서 중학생 소녀 대여섯 명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초수를 쟀다. 그것을 근거로 그 장면을 설계한 것이다.

"미야 씨, 이노우에 씨의 그림을 따라서 그릴 바에야 차라리 본인에게 그리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미야에게는 그런 발상이 없었는지, 처음에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수가 적고 속마음을 잘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가슴 안쪽에서는 뜨거운 덩어리가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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