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를 거쳐 레비스트로스에 이르는 서양 형이상학의 역사에서 에크리튀르, 곧 문자 기록을 폄하하고 음성이나 말을 중시하는 태도가 지속적으로 되풀이되어 왔다는 점이다.

데리다는 이처럼 진리 내지 로고스와의 관계에서 배제되고 억압된 문자 기록이 사실은 로고스 자체를 성립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임을 보여 주려 한다.

해체의 일반 전략은 단순히 기존의 질서를 전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위계 구조 자체의 탈구축을 시도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엄밀한 의미의 탈구축이란, 가령 문자 기록을 음성에 대해 우월한 것으로 확립하거나 서양의 알파벳 같은 표음 문자에 대해 표의 문자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 요컨대 ‘음성 중심주의’를 대체하는 ‘기록 중심주의’의 주창을 뜻하지 않는다.

데리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언어는 일종의 문자 기록이라는 점이다. 곧 문자 기록은 언어 그 자체에 대한 또 다른 이름이다.

어떠한 매체든 간에 생생한 현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는 없으며, 모든 매체는 항상 재–현적이고 매개적인 지위를 갖는다.

더 나아가 ‘생생한 현존’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고, 생생한 현존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차이들의 체계의 산물이며, 그러한 체계를 통해 성립하고 재생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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