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습성으로 인해 거의 날지 않았던 딱정벌레 각 개체는 바다로 휘날려 가지 않아야만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쉽사리 날 수 있었던 것들은 번번이 바다로 날아갔을 것이고 그에 따라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치 해안 근처에서 배가 난파된 경우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라면 더 멀리까지 헤엄쳐 가는 것이 좋지만 전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헤엄치는 대신 그 난파선에 매달려 있는 편이 더 좋은 것과 마찬가지다.

마데이라에서 일부 곤충의 날개는 크기가 커진 반면, 크기가 작아진 경우도 있었는데, 이것은 사용과 불용의 효과와 함께 자연 선택의 작용으로 일어난 결과다

이때 자연 선택은 눈이 머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더듬이나 촉수의 길이를 증가시키는 등, 빈번히 다른 변화들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러한 어두운 곳에서 사는 생물들이 훨씬 경쟁이 덜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것임에도 고대 생명의 흔적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

나는 동일한 속의 종들이 단일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고 믿기 때문에, 만약 나의 견해가 옳다면 오랜 시간 혈통이 이어져 오는 동안 풍토화는 아주 쉽게 일어났을 것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나는 어떤 특수한 기후에 대한 적응은 동물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타고난 체질의 유연성에 접목된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기체의 전체 조직은 그것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동안에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어떤 한 부분에 조그마한 변이가 일어나면 그리고 이것이 자연 선택을 통해 누적되면, 다른 부분 또한 변화하게 된다는 의미로 이 표현을 사용한다.

상동적인 부분은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조프루아 생틸레르 씨는 매우 빈번하게 같이 나타나는 기형이 있는 반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거의 같이 나타나지 않는 기형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아마도 상동 관계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예시들이다. 고양이에서 볼 수 있는 푸른색 눈과 난청 사이의 관계,

암컷 고양이에만 나타나는 삼색 털 얼룩무늬,

비둘기에서 볼 수 있는 깃털이 난 발과 바깥쪽으로 향한 발톱 사이에 있는 피부,

갓 부화한 어린 새에 다소간 나 있는 솜털의 유무와 미래의 깃털 색깔,

그리고 털이 없는 터키 개에서 털과 치아 사이의 관계 등이 그렇다.

트러스(truss)의 중앙화 위쪽에 있는 두 장의 꽃잎에서 어두운 색 부분이 없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고 나니, 거기에 붙어 있던 꿀샘은 제대로 발육하지 못했다.

위쪽의 꽃잎 두 장 가운데 한 장에만 색이 없어진 경우에는 꿀샘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에 그쳤다.

우리는 종들의 집단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가 실제로는 단순히 대물림에 의한 것인데 연관 성장 때문인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과오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괴테는 "자연은 한쪽에서 지출을 하기 위해 다른 쪽에서는 절약을 하도록 강요받는다."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이것이 사육 및 재배 하에 있는 생물들에게 어느 정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생체 조직의 어느 부분이 불필요하게 될 경우, 자연 선택은 어떻게 해서든 다른 부분을 그에 해당하는 만큼 더 많이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불필요하게 된 그 부분을 축소해서 성공적으로 절약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변종이든 종이든 간에 어느 부분 혹은 어느 조직이 하나의 개체 내에 있는 구조 속에서 여러 번 반복될 때에는(뱀의 등뼈, 수술 많은 꽃의 수술처럼) 그 반복되는 수가 다양하다.

반면, 동일한 부분 혹은 기관이 덜 반복되어 나타나는 경우에는 그 수가 일정한데, 이는 일종의 규칙인 것으로 보인다.

오언 교수가 사용한 표현인 이른바 "식물성 반복(vegetative repetition)"은 유기적 구조의 하등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는 박물학자들이 지지하는 매우 일반적인 의견인, 자연의 계층 구조에서 하위에 있는 것들은 그보다 상위에 있는 것에 비해 더 잘 변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인다. 여기서 하등하다는 것은 그 유기체의 여러 부분에 어떤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화가 미흡하다는 뜻으로 간주할 수 있다.

어떤 종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혹은 비범한 정도로 발달된 부분은 근연인 종이 가지고 있는 동일한 부분과 비교할 때 변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향이 있다

이차 성징으로 나타나는 형질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변이 가능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변화가 덜 일어난 상태로 복귀하는 경향과 모든 종류에서 변이성이 더욱더 진행되도록 만드는 본질적인 경향, 다른 한편으로는 그 품종을 원래 모습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 꾸준히 일어나도록 하는 힘, 이 둘 사이에서 끊임없는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게 되면 결국 선택이 이긴다.

어느 한 종이 같은 속에 속한 다른 종들에 비해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발달된 부분을 가지게 된 경우, 종이 속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오기 시작한 이래로 그 부분은 실로 엄청난 양의 변화를 겪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형질들이 공통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그것들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대물림된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속에 속한 종들이 서로 차이를 보이는 유기 조직 부분, 바로 그 부분에서 동일한 종의 암수에서 나타나는 이차 성징의 차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나는 동일한 속에 속한 모든 종들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것들임이 확실하다고 본다.

종의 형질 — 종과 종을 구별하는 형질 — 이 속의 형질 — 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형질 — 보다 가변성이 더 크다는 점,

같은 속의 다른 종들이 가지는 동일한 부분과 비교할 때, 어떤 종에서 이례적인 방식으로 발달한 부분이 엄청나게 변이한 경우가 많다는 점,

어떤 부분이 얼마나 이례적으로 발달되었던 간에 만일 그것이 어떤 집단에 속한 모든 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면 변이의 정도는 별로 크지 않다는 점,

이차 성징의 변이성은 매우 크며, 근연종 간에 나타나는 이차 성징도 많은 양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

이차 성징의 차이와 보통의 종간 차이는 일반적으로 유기체의 동일한 부분에 나타난다는 점 — 이러한 모든 원리들이 서로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원리들은 모두, 주로 하나의 집단에 속한 종들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많은 형질들을 공통으로 대물림받았다는 점,

최근에 많은 변이를 겪은 부분이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면서 변이되지 않은 부분보다 더 많은 변이를 계속 겪게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동일한 부분에 일어난 변이는 자연 선택과 성 선택을 통해 누적된 것이어서 이차 성징과 관련된 목적 및 종과 관련된 보통의 목적에 알맞게 적응해 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어떤 형질이 수많은 세대, 어쩌면 수백 세대 정도가 될지도 모르는 시간에 걸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임이 틀림없다.

즉 오랫동안 사라졌던 형질이 각각의 후손 세대에서 다시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 가끔 이 경향이 지배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후나 음식 등 생활 환경의 외부적인 조건은 일부 사소한 변화만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체질적인 차이를 발생시키는 습성과 기관을 강화시키는 사용, 기관을 약화시키고 축소시키는 불용은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해 온 것으로 보인다.

상동적인 부분은 동일한 방식으로 변이하는 경향이 있고, 서로 일관성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단단한 부분과 바깥쪽 부분의 변화는 때로 부드러운 부분, 안쪽 부분에 영향을 준다.

어떤 부분이 상당히 발달하게 되면 그것은 그 인접한 부분으로부터 영양분을 빼앗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연의 계층 구조에서 낮은 단계에 있는 유기체가 더 특수화되어 높은 위치를 차지한 유기체보다 더 잘 변이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원인에 의한 것인 듯하다.

흔적 기관은 쓸모가 없어서 자연 선택을 통한 작용을 받지 않을 것이며, 결국 변이가 잘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종의 형질 — 동일한 속에 속한 여러 종들이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기해 나온 이래로 서서히 달라진 형질 — 은 속의 형질 혹은, 오랫동안 대물림되었고 대물림되는 동안에 달라지지 않은 형질보다 변이하기가 더 쉽다.

자연 선택은 기관이 얼마나 비범한 방식으로 발달되었던 간에 그 기관에 일정한 형질을 쉽게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새로우면서도 중요한 변화가 격세 유전이나 유사한 변이를 통해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변화는 자연의 아름답고 조화된 다양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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