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어둠이던 시절, 나의 보따리 안에 까만 뱀이 한마리 태어났다. 애니시 커푸어가 독점하고 있다는 반타블랙처럼 세상에서 가장 까만 밤이었다. 현실 세계의 반타 블랙은 애니시 커푸어가 독점하고 있겠지만 상상 속에서는 나도 마음껏 반타블랙을 떠올린다. 암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얇게 찢어진 뱀의 눈동자만 밝게 빛났다. 보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친절한 이야기들이 모두 까만뱀의 까만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세상에 꺼내놓지 못할 커다랗고 까만 이야기들만 보따리 안에서 똬리를 틀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