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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끝에서 마주보다 - 인생의 답을 찾아 떠난 엄마와 사춘기 아들의 좌충우돌 교육에세이
김소라 지음 / 텍스트CUBE / 2020년 9월
평점 :
김소라작가님의 신간 여행에세이
김소라 작가님은 내가 가게 운영하고 있을 때 나 인터뷰도 하러 오시고 옷도 맞춰입으시고 우리 맞춤손님 중에 한 분이었다
그러나 내가 정작 가게 운영하는 중에는 사적으로 따로 만나서 밥을 먹거나 커피 마시거나 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밥도 먹고 같이 산에도 올라가고 하지만 그때는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했고
나는 타인과 마음으로 교류를 하기에 내적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였다
가게에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쏟다보니 그때는 마음의 여유라는게 없을 때였다
내가 가게를 접고 나서 그다음에 작가님이 책방 랄랄라하우스도 열고 책모임도 많이하셨다
나 임신 중에는 시필사 모임도 같이 했었고 그러면서 연락을 서로 하게 된것 같다
그리고 지지난달인가 갑자기 원주를 같이 가자고 하셨다
나는 어린아이가 있어서 사실 걱정도 되었지만
아이가 딸린 나한테 여행 가자고 선뜻 말해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사실 여행도 너무 가고싶었는데 그간 아이 때문에 못 갔던 것도 있고 해서 염치불구하고 그냥 따라나섰다.
전국 방방곡곡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나 훌쩍 떠나는 그녀가 나는 무척 자유로워보였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미리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놀랍게도 어린아이와 여자 둘이 함께 한 1박2일의 여행은 정말 어색함도 하나 없고 힘든 것도 없었다.
좋은 곳에서 좋은 공기 마시고 휴양림에서 고기 구워먹으며 맥주 한잔 하고
국도변에서 갓쪄낸 옥수수를 사먹으며 정말 맛있다고 감동하고 그리고 터득골 책방에 다녀온 게 우리여행의 전부였다.
맛집을 찾아가지도 않았고 엄청난 풍경을 본 것도 아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어디 반나절 놀러갔다오듯이 그렇게 다녀왔다
그러니 크게 휴유증도 피곤도 없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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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신간 '바람의 끝에서 마주보다'를 읽으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몽골의 넓은 땅을 하루에 몇백키로씩 이동하는 여행력을 지닌 작가에게
수원-원주는 그냥 동네마실 나가는 정도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그냥 웃었다
그리고 아들 재혁이 엄마에게 던지는 질문
"엄마는 왜 그렇게 호기심이 많아?"
사실 나도 느꼈던 것이었다. 구김살이라곤 전혀 없는 얼굴로 자신이 마주치는 모든(?) 일과 사람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인상 찌푸릴 일들이 원치않게 생기기 마련인데
소라작가님은 (내가 본 바로는 )짜증 한번 낸적이 없고 사람을 독촉하지도 않고
궁금한 것은 질문도 잘하고 듣기도 잘 듣는다
나도 분명 작가님과 이야기하면서 종종 이런저런 푸념을 늘어놓았을텐데
그간 어떤 조언이나 충고, 비판 같은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게는 그냥 친구같은 사람이다. 작가님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니면 친한 동생정도? (혼자 그렇게 생각중이다)
신간이 나왔으니 당연히 사봐야지. 알라딘에서 주문을 하고
토요일에 아이 점심먹이고 낮잠 재워놓고 카페로 나와서 커피한잔 마시며 읽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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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예쁘고, 과장이나 꾸밈없이 그저 평소의 생활과 다름없는 본인의 스타일대로 썼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간 몰랐던 몽골에 대한 지식도 하나씩 알아가면서 나는 편하게 앉아서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중간중간 눈물이 자꾸 나려고 했다.
어릴때부터 꿈이었던 세계여행........나도 그처럼 살고 싶은 삶이어서?
나는 지금 이 수원이라는 땅에 정주해 있어서.......?
척박한 것 처럼 보이는 몽골에서도 강인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어서?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이유는 잘 몰라도 괜찮다
작가님이 이야기한대로 지금은 몰라도 시간이 쌓이면 나중에 어떤 의미가 찾아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나도 언젠가 돌아다니는 바보가 되기를 꿈꾸며 책장에 고이 간직해야겠다
그리고 나중에 딸과 다시 같이 읽을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