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책깃노블
함설기 지음 / 책깃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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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능력자」는 주인공 채수안이 어느 날 어떠한 전조도 없이 초능력자로 각성하면서 시작한다. 그녀는 초능력자는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위 '격리파'였으며, 동시에 초능력자로 인해 일어난 재해의 피해자 유족이었다. 그런 수안이, 하루아침에 자신이 가장 증오하고 두려워하던 존재가 되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증오했던 상대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 후에야 수안은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다. 단지 초능력을 각성했다는 이유로 겪는 부당함을 자신의 일로 겪고,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이 스스로에게 비수로 꽂히는 경험을 한다. 다른 한편으론, 자신이 꺼림칙하게만 생각하던 그들의 능력으로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작은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고 지지해 주는 친구들을 만난다.

초능력자로 살아가게 된 수안은 너무 큰 아픔이었기에 제대로 바라볼 생각조차 못 했던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점차 알게 된다. 어머니는 무슨 일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어머니를 앗아간 '스타타워 사건'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것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나아가서 그것이 온당한 감정이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상실 너머의 진실을 파고드는 것은 무척 고통스럽다. 소중한 사람을 해친 사람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보다, 그들을 반드시 통제해야만 하는 위험 요인으로 낙인찍어 타자화하는 것이 훨씬 쉽다. 대상을 그저 '증오하는 게 정당한'상태로 고정하는 것. 그러나 혐오는 결코 수안에게 위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초능력자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상 그녀의 증오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그녀가 지금껏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라 믿었던 격리파들은 그저 주인공이 겪은 사고를 자신들의 정치적 프레임을 강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을 뿐, 그녀의 상처와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처럼 무분별한 혐오는 도리어 불합리한 피해자를 만들 뿐이고, 벼랑 끝에 내몰린 피해자는 궁지에 몰린 채 가해자가 되는 악의 순환을 만든다. 수안이 맞닥뜨리는 '피해자였지만 가해자가 되는 사람'이 그 잘못된 고리의 단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 속에 담긴 사회 구조적인 폭력으로 삐뚤어진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가슴이 저릴 만큼 현실적이다.


그렇기에 고통스럽더라도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잘못된 일'과 '사람'을 분리한다. 분노할 대상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아야 할 문제에 집중한다. 그것이야말로 불운한 사건을 제대로 소화하고 기억하는 방법이며, 개인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길이다. 수안은 주변인들로부터 그 과정을 조금씩 배워나간다.

「이상능력자」는 초능력자라는 독특한 설정을 내세운 채 다양한 은유를 담고 있다. 또한 그 설정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잘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후반부에 수안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위기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상당히 흥미진진하기 그려져 있어서, 장르적인 재미가 느껴졌다. 머릿속으로 상황이 잘 그러져서 후반부엔 끊임없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이 걱정되어 쓸 수가 없어 아쉽다. 직접 읽어 보시길!)

인물들 또한 매력적이다. 특히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 속에서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는 수안은 감탄이 나올 만큼 강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곁에 염우정과 남예리라는 좋은 친구가 생긴 것은 그저 행운이 아니다. 수안이 먼저 자신을 도와준 우정에게 감사를 표해야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더라면, 용기 내어 한발 내딛지 않았더라면 그런 멋진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야기 속 수안이 용기 낼 줄 아는 사람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멋진 친구였기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그녀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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