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
정지윤 지음 / 고블 / 2026년 1월
평점 :
책을 펼친지 얼마 안 돼서, '그래서 S대가 어디지? 진짜 있었음직한 사건들인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독서를 중단하고 검색을 하고야 말았다. 조금 찾아본 결과 S대가 가상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의 허실시처럼, 있음 직한 공간이지만 실제 하진 않는 곳이었다. 책을 읽다 말고 갑자기 궁금증을 못 참았던 이유는 정말, 실제로 있었을 법한 사건을 기반으로 창작하셨다고 여겨질 만큼 이야기에 사실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S대를 중심 배경으로 각기 독립되어 있는 듯 보이던 에피소드들이 마지막 장으로 가서야 점차 연결고리가 보이는 구조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너무 일찍 터트린 샴페인의 위험성에 대하여>였다. 이 장에선 '진실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기억의 총합이라면, 실체적인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다.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생각해 봄직한 화두를 던진다. 하지만 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건 말건 큰 상관은 없다고 본다. 그냥 이야기만 따라가면서 읽어도 무척 재미있는 한 권이기 때문이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들어가 있는 작가님의' 후기'도 에피소드가 독립된 느낌을 주는 하나의 장치로 느껴졌다. 물론 그저 도구적이기만 한 것도 아닌 게, 후기만 읽어도 재미가 있다.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었고, 좀 더 말씀을 청해 듣고 싶은 감상을 느꼈다.
이런저런 책을 읽다 보면 '다시 읽고 싶은 이야기'를 만날 때가 있다. 보통은 이야기의 전말과 중심 주제, 개요와 반전 따위를 전부 깨닫고 나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끝난다. 특히나 추리·미스터리 장르일 경우 비밀이 풀리면 후련함과 함께 그 세계에 대한 미련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미 완성되어 닫힌 세계라는 인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다 알고도 다시 읽게 되고 싶어지는 책이 종종 있다.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는 그런 유의 책이었다. 마지막에 이르러 전말을 깨닫게 되고, 책장을 덮은 후에 바로 재독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얼개를 완성한 채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가 다 끝난 후에도 정지윤 작가의 이야기보따리가 크고,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겠구나 짐작하게 된다. 이 소설을 위해 짜 두신 설정이 방대한 것 같던데, 이후에 장편 소설 소재로 만들어두신 설정을 활용해 주셨으면 좋겠다.(제발,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