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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는 없어 ㅣ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평점 :
「유자는 없어」는 누구나 어린 시절 어떤 방식으로든 해봤음직한 청소년기의 고민이 담겨 있다. 주변 친구들은 다들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제 앞길을 찾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정체된 듯한 불안감에 자신만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지안. 과도기의 실패를 인생의 실패로 느껴 좌절한 수영과 항상 이방인의 위치에 놓이는 게 익숙한 해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유자는 없어」는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대단히 극적인 일로 멋지게 상황을 반전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그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지탱하면서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몰입되어 읽는 내내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소설의 배경인 거제도라는 환경이나 지안의 폐소공포증도 성장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던 곳을 떠나게 되는 일' 이 성장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태어난 후엔 필연적으로 낯선 곳으로 한 발씩 나아가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걷고 뛰게 되고, 유치원을 졸업해 초등학교에 가고,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간다. 세계는 점점 넓어지고, 새로운 환경은 기대만큼이나 큰 두려움과 좌절감도 함께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그 안에서 나름의 답을 찾고, 상처를 추스르고, 서로를 지탱한 채 묵묵히 한발씩 나아간다.
이들은 이제 괜찮을 것이다.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서 한 발짝씩 자신의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책장을 덮은 순간 이야기가 끝났다는 아쉬움만큼이나 잔잔한 후련함이 차오르는 좋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