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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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언 25년 가까이를 서울에서, 그것도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아현동에서부터 지금은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선 성산동,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곳까지 이동하면서 서울의 역사를 함께 했다. 워낙 어렸을 때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 한명이 지나갈 수 있는 골목길로 친구네 집을 갔고, 담장 너머 누군가의 집 지붕으로 유치를 던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골목길은 사라지고 거대한 아파트 단지의 담벼락이 가로막았다. 그런 일은 도처에 흔했고 곧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의 풍경으로 변화했다.

대학에 들어가 건축을 전공했다. 그때 나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 책의 한 대목에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지었다던 아파트는 알고 보니 대형 평수들로 인해, 면적 대비 거주자 비율은 단독주택이나 다름없었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은 이렇듯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서울이란 공간에 대한 관점을 뒤흔들어 놓은 책이었다.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동사무소부터 아파트 브랜드, 아파트 분양, 재개발, 뉴타운까지 어느 것 하나 ‘정치’가 개입되지 않은 게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생각했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 특히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서울은 그런 사람들이 게임을 하듯 각자의 이익을 챙기며 뺏고 뺏기는 과정이 쌓인 결과물이었다. 그린벨트 도입의 이유는 체비지 매각으로 재원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고, 아파트와 관련된 법들의 개정은 재벌 돈을 주택으로 들여오기 위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듯, 정부도 돈에 따라 움직였다. 건설회사와 재벌 기업들의 배를 불려 자금을 얻으려는 행보가 계속되었다. 아파트를 재건축하고, 신도시를 짓고, 뉴타운을 지정하고, 고속도로를 뚫었다. 제도는 소수의 가진 자를 밀어주며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그 속에는 서민들은 고려되지 않았다. 성남에 ‘빈민들을 쓰레기처럼 버렸고’, 선분양제도와 주택청약제도 등 말장난 같은 제도들로 주머니에 가진 몇 푼조차 빼앗아갔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밤낮없이 화려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이면에는 아직도 내 집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반지하와 옥탑, 고시원을 전전하는 하우스 푸어들이 있다. 권력과 자본, 욕망들로 점철된 서울은 이제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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