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정은주 지음, 김푸른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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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 — 봄이라는 성장통을 지나며


정은주는 어린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해 온 작가로,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에서도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의 심리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이야기는 어린 시절 남매처럼 지냈던 발달장애 학생 산애가 주인공 선아의 반으로 전학 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반가움보다는 낯섦과 두려움이 앞선 선아는 산애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친구 관계가 늘 불안한 선아에게 산애는 부담스러운 존재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은 선아가 햇살이, 민준 등 다양한 아이들과 부딪히며 관계의 진실을 배워 가는 과정을 봄이라는 계절의 흐름 속에 담아낸다. 나현이에게 갑작스러운 거리감을 느끼며 무너져 내리는 장면은 학기 초 아이들이 겪는 관계 불안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문제아’로 낙인찍힌 민준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을 통해, 선아의 시야가 편견을 넘어 타인의 마음으로 넓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후반부에서 산애와 나누는 ‘비밀’과 새끼손가락 약속은 두 아이가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 온 시간의 결실처럼 따뜻하다. 처음엔 어색함과 부담으로 시작했던 관계가, 계절의 끝에서 든든함과 정겨움으로 바뀌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말은 이 작품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다른 존재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인간의 본능이며, 요즘 아이들에게 봄은 설렘이 아닌 불안의 계절이 되었다는 사실. 그럼에도 작가는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별 같은 이상’을 작품 속에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상은 비록 쉽게 닿지 않지만,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 주는 길잡이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봄을 건너는 법』은 옳고 그름의 판단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 마음속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감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며, 관계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조용히 들려준다. 학교라는 공동체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아이들의 감정이 얽히고 스며드는 공간이며, 그 속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봄이라는 성장통을 겪어야 비로소 다음 계절로 나아갈 수 있다.


따뜻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동화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지나온 마음의 계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 본 서평은 우리학교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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