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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 수업 - 내 안의 충동에서 자유로워지는 ㅣ 스토아철학 4부작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 2023년 12월
평점 :
젊은 나이에 연달아 성공만 해본 터라 깊이가 너무 얕지는 않을까? 싶은데 막상 책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아요. 상당히 밀도가 높아서 읽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라이언 홀리데이의 신간 《절제 수업》을 매일 밤 조금씩 읽었어요. 많으면 10꼭지, 적으면 3꼭지 정도 읽었네요. 차분한 밤에 읽기 좋아요.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못했는데 이 책을 잡고 나서는 그야말로 금욕의 밤이었네요.
*더 강한 사람일수록 원하는 게 적다*
먹고 싶은 건 당장 배달이 되고, 나가면 즐길 거리 천지, 쇼핑 위시리스트는 매일 착실하게 쌓이고, 더 많은 것을 원하는게 당연하고, 실제로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었잖아요. 근데 희안하게도 우리는 만족을 할 수가 없어요. 애초에 이게 끝이 있나 싶을 정도로 욕망이라는 전차는 하염없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멈추려고 하면 고통스럽고, 가만히 있으려고 하면 뒤쳐지는 기분에 불안해요. 라이언 홀리데이는 우리는 부족하고 힘들었던 지난 날 더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이 더 단순하고 더 깔끔하고, 더 명료했다고요. 지금 욕망하는 것들이 과연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돌이켜 보게 되었어요.
익숙한 편안함은 우리를 망쳐놓는다. 편안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의 삶을 살게 한다. 우리가 쉬운 길을 고르는 것은 쉬운 길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34쪽
일부러 불편함을 경험할 수록 더 강해지고, 강한 사람은 원하는 게 적어진다고 해요. 부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자기계발서를 보면 '쇼핑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 자주 나오잖아요. 그와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검소함과 절약은 삶을 불편하게 구속하는 게 아니라 더 적은 것으로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를 줍니다. 여행을 갈 때도 짐이 간소할 수록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것 처럼요.
*일상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절제*
'절제'라는 말 자체가 너무 딱딱하고 옛스러워서 뭔가 책으로나 볼 법한 단어로 느껴집니다. 라이언 홀리데이의 《절제 수업》에서는 우리의 생활 속 여기저기에 '절제'를 들여놔요. 기막히게 들어맞는 것도 신기하고, 절제의 의미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활용도가 많았나 싶었어요.
미라클 모닝도 절제죠,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이를 테면 거절의 순간들이요. 그 모든 에피소드에서 예시로 등장하는 사람이 있어요. 야구선수 루게릭, 나폴레옹, 조지 워싱턴, 엘리자베스 여왕 등 연관성이라곤 조금도 없어 보이지만, 적재적소에 나와서 빛나는 예시가 되어줍니다.
'너무 혼내는 거 아냐, 꼰대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만 하면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니까 절로 숙연해져요. 특히 루 게릭에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어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정말 많은 자료 조사를 한 게 글로 드러납니다. 라이언 홀리데이 자신도 이 책을 쓰는 동안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작가로서 '절제'를 실천하려 많이 노력했다고 해요. 워낙 야심가에 워커홀릭이다 보니 그에게도 '절제'는 숙제였을 것 같아요.
*평온에 이를 수 있다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절제'가 되게 어렵고,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확실히 참지 못했을 때, 안달복달했을 때, 욕심을 부렸을 때 인생은 더 불행해졌던 것 같거든요. 어떨 땐 이게 탐욕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흘러오다가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하고 정신을 차리기도 하고요.
저에게는 스마트폰으로 열 수 있는 무한한 콘텐츠의 세계를 끝없이 욕망하고, 좌절하고, 불안하고, 메였던 것 같아요. 그런 저의 악습관을 끊어낼 수 있도록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용기를 준 책은 《도파민네이션》이었어요.
그리고 《절제 수업》은 중독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철학적으로 알려준 책이에요. 저는 늘 평정심을 갖고 싶었어요. 시끌벅적한 제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고 싶었죠. '절제'가 바로 그 길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빽빽하게 붙여 놓은 인덱스를 독서노트에 옮겨 쓰고, 문득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 보면서 '절제'가 주는 '차분하고 온화한 철학의 빛'을 경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