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예수 -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의 '도마복음'풀이
오강남 지음 / 예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기독교인들이 이 도마복음서를 읽고 따랐다면, 만일 그랬다면 인류 역사상 그 숱한 종교로 인한 갈등과 분쟁과 죄악들이 없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세의 욕망의 도구로서 종교행위를 하는 듯이 보이는 많은 종교인들, 특히나 철저히 배타적인 기독교인들을 보면 종교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독단과 맹신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것인가를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와 이런저런 인연이 있긴 했습니다만 매우 싫어했지요.

그러나 오강남 선생이 풀이한 도마복음서를 읽고는 참된 예수의 가르침이란 결국 진리의 깨달음을 설한 것, 불경이나 노자, 장자나 다 같은 것임을 알았습니다. 예수가 통탄할 일이지요. 참된 가르침은 외도로 몰리고 그토록 경계하라고 한 현세의 욕망만 추구하고 사는 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팔고 있는 것을 안다면. 

모든 종교는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것이고, 진리란 분명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세계와 동떨어진 어디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지금 오욕칠정, 탐진치에 시달리는 이 중생 그대로의 삶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깨달음을 향한 발심을 강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종교간의 위험한 경계를 넘어서 참종교의 실상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책입니다. 교양으로 읽어도 좋지만, 참된 빛, 진리를 찾고자 하는 구도자의 마음을 견결히 하는 책으로 읽히면 더욱 좋겠습니다. 

본문의 한 대목 인용합니다.

제 69절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들 마음속에서 박해받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들은 아버지를 진정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배고픈 사람은 행복합니다. 원하는 사람마다 그 배가 채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면적인 박해를 통해 아버지를 아는 진정한 깨침을 얻게 된다고 했다. <<도마복음>>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말로 공관복음서에는 없는 대목이다.  마음속에서 받는 박해란 무엇일까? 

 그 박해란 자신의 이기적인 자아와의 싸움이 아닐까? 이는 교만과 정욕과 욕심 등 우리 내부에서 우리를 못살게 고는 요소들이다. 2세기 말에 살았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도 박해는 외부에서 오는 박해가 있는 반면 , 가장 고통스럽고 심각한 박해는 내면적 박해로서 "각자의 영혼이 부정한 욕망, 다양한 쾌락, 천박한 소망, 파괴적인 꿈 등으로 시달리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내면적 박해가 더욱 고통스럽고 심각한 이유는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그 박해자를 우리 속에 모시고 다니는 셈이기에 도저히 도망하려고 해도 도망할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 욕망이나 교만이나 정욕 같은 내면적 갈등으로 박해를 받으려면 이런 것을 박해의 요인으로 인지할 수 있는 영적 감수성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누추한 내면을 꿰뚫어보는 것을 전통적인 말로 하면 '자기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의 실상을 본 후에야 그것을 정화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이런 정화를 통해 내면의 빛을 볼 수 있고, 나아가 하느님과 하나 됨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중세 그리스도교 신비주의자들은 이런 내면의 길을 각각 자기 발견의 단계, 자기 정화의 단계, 조명의 단계, 합일의 단계라고 했다. 

이 절은 이렇게 마음속에서 생기는 내면적 박해를 시발점으로 하여 그것을 견디고 이기는 사람, 이를 물리쳐 결국 마음이 청결해진 사람만이 아버지를 아는 참된 깨침을 얻을 수 있고, 나아가 그와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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