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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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수많은 요리책들의 시초가 되는 요리책이 있다.

1845년 일라이저 액턴이 출시한 <현대 요리(modern cookery)>.

이 책에는 당시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정확히 계랑 된 재료의 목록을 실은 최초의 책이었다. 이전의 요리책들은 연회를 위한 너무 많은 양을 제시하거나 두루뭉술하게 정확한 양과 시간을 써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일라이저 액턴의 요리책은 평범한 가정을 위해 영어로 쓰인 책이다. 이 이후에 나온 요리책들은 모두 이 책의 형식을 따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미소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은 그 요리책을 만들었던 일라이저 액턴과 그녀의 옆에서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던 앤 커비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미스 일라이저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고 그 시대 상에 잘 맞지 않는 여성 시인이었다. 그 시대에는 시는 남성의 전유물이었고 여성은 요리책이나 로맨스 소설을 써야만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라이저는 부유한 자신의 아버지 덕분에 책을 출간할 수 있었고 그 이후로도 시인으로 살고자 했지만 세상은 그녀의 맘 같지 않았다. 출판사에서는 그녀에게 요리책을 써오라고 했고 요리는 하녀들의 일이었기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요리와 시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이 책은 일반적인 소설과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여성 시인 일라이저와 그녀의 주방 하녀 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왔다. 3장-5장 정도의 분량으로 각자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나온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제목은 음식 이름으로 되어 있고 이야기 속에 그 요리가 등장한다. 요리에 대한 맛과 향을 섬세하게 표현한 부분들이 많아서 상상하며 읽다 보면 식욕이 자극되는 기분이 든다. 미각을 자극하는 책이랄까?

시인이 요리책을 쓰게 되는 과정과 소울메이트와 같은 서로를 만나 주방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들, 그리고 앤과 일라이저의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그 모든 이야기가 음식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쭉 이어지는 형식의 소설이 아닌 계속해서 번갈아 가며 내용이 나오기에 자칫하면 집중력이 흐려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일라이저라는 캐릭터 자체에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일라이저를 보고 있다 보면 왠지 빨간 머리 앤이 떠올랐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명랑하지만 진취적인 모습이 있던 앤.

둘은 다르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닮아 있는 모습들이 보여서 더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다.




시는 숙녀의 영역이 아닙니다. _

당신의 시처럼 깔끔하고 기품 넘치는 요리책을 가져와요.


기이하게도 갑자기 감정의 이미지가 레시피 형태로 떠오른다. 싱싱한 절망 1파운드, 아주 단단한 좌절 3펙, 순전한 죄책감 5온스, 가 자른 후회 약간, 자기 연민 몇 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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