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하루 -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https://blog.naver.com/gustn3377/222248446178

 

 

 

 

이 책을 처음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역시 제목이었다.

 

'지지 않는 하루'

 

사실 처음에는 그냥 마냥 어떤 것에든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읽게 됐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조금 결이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좋은 방향으로.

 

이화열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파리지앵인 현재 남편을 만나 파리에 정착했다고 한다.

 

작가는 2019년 갑작스레 직장암판정을 받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그 시기의 생각과 일상을 '지지 않는 하루'에 담았다고 한다.

 

 

이 책은 참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책이었다. 병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단어들을 중심에 두고 있는 책이기에 따뜻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가 죽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방식, 그녀를 이루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 그들과의 일상들이 참으로 따뜻한 색채와 향을 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그녀의 세상이 참 따뜻한 색을 품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

 

인간은 죽음 자체의 고통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받는 고통이 더 크다.

-p.89

 

전우치에서 나왔던 대사 하나가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죽음이 두렵나는 말에 '죽음이 두렵다기보다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두렵다.'라는 대답이 나오는데 여렸을 때 본 영화임에도 이 대사가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사람들은 왜 죽음에 두려움을 느낄까?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너무 막연해서? 남겨질 사람들이 걱정되어서?

혹은 정말 그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느낄 고통 때문에?

사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사람은 언젠가 죽어'라는 말로 두려움을 항상 누르고 있지만, 사실 나도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로 두려움을 가졌기에 죽음이라는 단어를 내 삶에서 멀리 밀어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우리의 정신을 갉아먹는 것은 역시 이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암이라는 갑작스러운 죽음의 병이 눈앞에 찾아왔음에도 두려움에 잡아먹히지 않았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했고 책과 자연 등의 도움을 받아 끊임없이 답변을 해왔던 것 같다. 그렇기에 죽음에 대해 질문을 하면 할수록 결국 그것을 삶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삶이 있는 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을 잘 음미하면 그만이죠. 그렇지 않나요?

p.171
 

내가 아니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언젠가는 일어날 일.

그렇기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잘 해소할 수 있는 일은 역시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작가가 죽음에 대한 질문이 결국 삶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한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죽음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부터 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내 생각 또한 삶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떤 죽음에서 어떤 삶으로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즐거운 삶. 가끔은 멈춰서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음미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좋은 작가는 연필로 밑줄을 긋는 짜릿한 기쁨을 선물하는 존재다.

p.33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말이 맞는다면, 이화열 작가는 나에게 좋은 작가가 틀림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문장에 멈춰 섰고 그중 더 마음에 들어온 많은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읽는 동안 아름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본 느낌이었고 읽고 난 후 마음이 촉촉해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