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를 읽어 보지는 못했다. 해방의 밤에 소개된 파도는 독백과 이미지로 된 형식의 소설이라고 한다. 이런 책을 읽을 날이 올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읽었다. 버지니아 울프도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도전을 해 보았겠지?
"완전히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 작품을 쓰는 나 자신을 매우 존경한다."라는 문구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거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썼기에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닐까? 글이 안 써진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하얀 여백을 채우다 보면 실패할지라도 끝까지 가본다.
친절은 우리가 베풀거나 베풀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어요. 페이지 107
중국계 미국인 이윤 리 작가의 말이다. 큰 울림을 준다. 고난은 피할 수 없다. 고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철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역경을 극복하려고 할수록 동굴 속에서 나올 수 없었다. 깜깜했다. 고난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거라는 것을 안다. 고난은 피할 수 없지만 친절은 선택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하면서 나에게는 친절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나에게 더 친절해야 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돌보고 따듯하게 대해야겠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운 글, 친절한 글을 쓰고 싶다.
톨스토이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예전에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은유 작가의 책을 읽으니 다시 스토리가 떠올랐다. 45세 성공한 법률가는 불빛을 향해 날아드는 날벌레처럼 어려서부터 사교계 최고위층 사람들에게 본능적으로 이끌려 그들의 삶을 따라서 산다. 문제가 생기면 도망가기만 한다.
그에게 일이 존재 자체를 집어삼켜버리고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모습에서 내가 보였다. 열심히 일하며 사는 게 당연하고 생각했다. 멈추는 법도 몰랐고 오로지 앞만 향해 달렸다. 그러다 병에 걸렸고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나를 들여다보지 못했고 고독하게 몰아새운 건 바로 나였던 것이다. 아픔을 통해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어본다. 통증이 나에게 멈추라고 이야기해 주고 빠르게 달려가는 대신에 천천히 느리게 가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글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짜내기보다는 꾸준히 매일 쓰며 나만의 속도로 완성한다.
세월호의 시간 5년, 유가족은 주변에서 그토록 권하는 일상으로 돌아간 게 아니라 한 사람의 분별력 있는 시민으로 복귀했습니다. 페이지 173
5년 전 세월호 사건으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지고 슬퍼했던 때가 떠올랐다. 배려한다고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는 말을 했을 때 그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과연 배려였을까? 위로였을까? 해야 되는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늘 고민이 된다. 유가족 가슴속에는 잊히지 않는 대못을 박는 일이었을 것이다. 각자의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참아냈을 것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이 바뀌었을까? 질문하고 싶다. 배려한다고 하는 말이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4월에는 유난히도 마음이 복잡하고 슬픈 달이다.
해방이란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에서 벗어나 해방을 얻었다. 그때부터 였을까? 우리는 해방이라는 단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에게 해방이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해방의 씨앗들을 뿌리고 싹이 날 수 있도록 다양한 책을 읽고 생각하며 글을 써보자.
책을 읽고 나에게 질문을 던지며 삶의 문제들을 다시 펼쳐 놓고 글을 쓰게 만든 책이었다. 나는 어떤 글을 쓸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다음 글을 써 내려간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책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고 위로를 얻을 수 있는 해방의 밤 책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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