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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선녀님
허태연 지음 / 놀 / 2024년 1월
평점 :

허태연 작가의 신간 도서가 나왔다. 선 여사가 우연히 중고 거래를 하면서 만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 지도했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중고나라 선녀님을 읽으며 당근 거래했던 때가 떠올랐다. 내가 썼던 중고 물건들을 당근에 내놓으면 당근이라는 알람이 울리고 중고 물품을 팔고 사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거래는 아만자 책을 가져다주신 아저씨였다. 암에 걸려 만화책이 읽고 싶었던 나는 중고 마켓에 올라온 아만자 책을 중고로 거래했다. 약속된 시간에 책을 집 앞에까지 와주셨다. 아무나 읽지 않는 책인데 왜 읽는 건지 물어보셨다. 저도 암 환자예요라고 말했더니 아저씨가 손에 힘을 불끈 지고 힘내라는 말을 해주셨다. 중고 거래를 통해 응원 받은 건 처음이었다. 선 여사도 사람들과의 중고 거래를 통해 위로를 얻고 사랑을 나누어주었던 것은 아닐까?
으리으리한 저택들이 모여 있는 한남동 언덕 집에서 사는 그녀의 이름은 선여휘 여사다. 그녀는 남부러울 것 없는 재력이 있고 집과 차가 있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픔이 있다. 이유는 아들이 스무 살에 음주운전자에 의해 사고가 났고 사랑했던 아들은 순식간에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그녀의 인생도 빼앗아갔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그녀에게는 우울감, 공허함이 자리 잡았다. 우연히 양 과장이 중고 거래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녀에게 물건 구입은 언제든 어디서든 살 수 있었다. 중고 거래라는 말에 그녀 앞에 나타나자마자 흥미가 생긴다.
필요 없는 물건을 저렴하게 사고파는 앱으로 립스틱부터 자동차까지 안 파는 게 없다는 말에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뭘 팔지?라며 설렌다. 집안에 1200만 원에 직수입한 커튼이 눈에 보인 그녀는 그것을 중고마켓에 팔겠다고 말한다.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암막 커튼이 6만 9천 원에 시세가 형성되었다는 말에 6만 8천 원에 중고거래를 해보자는 그녀. 그것을 시작으로 선녀님의 중고거래는 시작된다.
중고거래를 통해 그녀는 공허했던 마음을 조금씩 채워간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포도 봉봉님의 쿨 거래였다. 커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여사는 중고거래가 처음이었기에 들뜬 나머지 돈을 받기도 전에 커튼이 들어있는 가방을 내민다. 커튼을 제대로 살펴볼 겨를도 없이 집안에 있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돈을 내고 여사와 헤어지려고 하지만 여사는 커튼을 제대로 확인 안한 그녀의 모습에서 이대로 헤어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포도 봉봉님의 집에 들어가서 제대로 커튼을 확인하고 구입하라는 여사의 말에 함께 집으로 간다. 여사가 살고 있는 집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좁은 주방과 식당, 거실, 무엇보다도 기저귀 장난감들로 바닥을 보며 아이들을 키웠던 시절이 떠올랐다. 아이를 키우며 깨끗하게 지내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이유식 만들고 기저귀 갈고 잠도 제때 자지 못했던 그때가 과거의 추억처럼 느껴지고 했다. 쌍둥이를 키우는 그녀에게는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시리얼로 아침을 때우는 포도 봉봉을 보며 여사는 요리와 아이들 돌보며 포도 봉봉을 위로해 주기도 한다. 그 이후로 그녀의 수상한 거래는 계속된다.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된다.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너도 나도 중고가 돼가는 거야. 항상 지금 자리에서 우리가 쓸모 있으리란 생각은 위험한 거야. 우리의 어떤 쓰임이 다하더라도, 다른 시절에 다른 곳에 사람이 될 수 있게끔, 그런 마음을 가져야지. 페이지 417
행복은 덤이고 불행은 네고되는 중고나라 선녀님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산북스서평단#중고나라선녀님#허태연#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