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래빗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소녀 첩보원 래빗에 관한 이야기다. 소녀 첩보원이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전쟁에 대한 내용을 전반적으로만 알고 있었지 소녀 첩보원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에서 읽게 되어서 더 감명받았다. 허구이지만 전쟁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또 허탕이라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약초를 캐러 간 홍주. 허탕이라 생각하고 산 아래로 향하는데 흰토끼를 만난다. 토끼를 쫓아가는 홍주는 산삼을 발견하게 되고 감사의 표현을 한다. 사라졌던 흰토끼는 다시 나타나고 토끼를 따라갔더니 도착한 곳은 산 절벽이었다. 산중에 비행기 소리가 가득했다. 비행기를 목격하는데 그 비행기는 마을 위로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아픔이 시작된다.
산삼을 캐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홍주의 엄마와 동생은 폭발로 세상을 떠난다. 정신을 놓아 버린 홍주, 그런 홍주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윤옥이었다. 가족을 하루 만에 잃어버리는 홍주에게 다가온 윤옥은 대화하고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존재였을 것이다.
얼마 뒤 군인들이 여군을 모집한다며 트럭을 타고 오는데 나라를 위해 일하자며 함께 가자고 윤옥이 홍주에게 제안하지만. 홍주는 선뜻 나서고 싶지 않았다. 그런 홍주에게 윤옥 어머니는 윤옥을 부탁하며 트럭을 타게 되는 홍주. 거절하지 못한 홍주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홍주와 윤옥은 군대로 가서 맨 놈으로 적진에 들어가 위장하고 적진 상황을 살피는 래빗이라는 작전명으로 일하게 된다. 작전지로 향하던 윤옥은 적군에게 죽음을 당하고 홍주는 매일 악몽을 꾸게 된다.
윤옥을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래빗의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지도 않았겠지.
홍주는 래빗으로 일하며 켈로 부대에 들어온 스무 명 소녀 중 살아남은 유일한 존재였다. 독한 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독한 년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그녀는 간절하게 살아남고 싶지 않았을까.
소녀 첩보원으로 정보를 종이에 적으면 첩보원이라는 것을 걸릴 수 있기에 통으로 외워야 했던 홍주. 조금이라도 틀리지 않기 위해. 곱씹었을 홍주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홍주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홍주가 가져온 정보가 다른 래빗과의 정보가 불일치하다는 것. 얼마나 억울하고 황당했을까?
래빗으로 살아남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적군의 기밀을 듣고 오는데 의심이라니. 래빗으로 살아남기 위한 소명의식 모두가 사라질 것 같다. 나였으면. 최선을 다해도 죽을 수 있다니 어린 나이에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가족과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위기 속에서 홍주는 용감하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래빗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자. 한 번 더 확인하기로 하는데 홍주는 의심받는 상황에서 정보를 얻기 위해 중공군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홍주는 유경을 만난다. 래빗은 정체를 들키면 안 된다. 서로가 래빗이라는 사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잠깐 경계를 허문다. 잠시 전쟁 상황을 잊고 싶지는 않았던 것일까. 공연을 통해 자유를 꿈꾸고 싶었던 유경과 홍주. 서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그녀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동무이자 서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래빗의 운명.
래빗을 읽으며 현재의 삶을 돌아보고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소중한 재부이기도 하다. 1950년 잊지 못할 아픈 역사 속에서 우리는 그녀들을 기억해 할 것이다.

#소설#래빗#고혜원#팩토리나인#리뷰어스클럽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