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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내가 그날 리베카와 나눈 그런 대화에 두사람을 공모하도록 결속시킬 무언가가 있을수도 있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은 아마도 나처럼 꿍꿍이셈이 많고 극도로 우울한 젊은 여자들 뿐이리라. 몇 년에 걸쳐 은밀함과 수치심의 시간을 보낸 끝에 그녀와 함께한 이 한순간에 내 모든 좌절이 용납되었고, 내 몸과 내 존재 자체가 정당화되었다.
아일린의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중학교 어느 겨울 쉬는 시간에 친구와 복도를 거닐면서 나도 이런 기분을 느꼈다. 그 당시 아마도 수업시간에 가장 친한 친구와 뭔가를 하라는 숙제가 있었는데 그때 친구가 '나 너랑 하고 싶다고 썼잖아'라고 했다. 속으로 나도~ 그랬다.
나는 친구가 없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새 학기때마다 친구 사귈 걱정에 인생 자체가 우울한 애. 그러다 정말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용마산언덕을 오르는 일이 신났었다. 학교가 끝나고는 떡볶이도 같이 먹고 졸업을 하고나서도 영화도 같이 보고 힘든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다 같이 하는 친구.
친구가 좋다는 게 이런거구나~라고 느꼈다. 아일린은 친구라고 부를 존재가 없었다가 자신에게 호의적이고 나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리베카를 만나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내 존재가 정당화되었다는 거지.
이렇게 공감했으면서 아일린을 잊고 있었다. 아일린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 스스로의 생활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감정의 수준은 나와 닮았다. 그렇지만 용기와 행동력은 나보다 뛰어나다. 나는 아일린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