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야 점심을 마치고 내가 막 궐련 한 개를 피워 물 적에 한성은행(漢城銀行) 다니는 T가 공일이라고 놀러 왔었다.

친척은 다 멀지 않게 살아도 가난한 꼴을 보이기도 싫고 찾아갈 적마다 무엇을 뀌어 내라고조르지도 아니하였건만 행여나 무슨 구차한 소리를 할까 봐서 미리 방패막이를 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듯하여 나는 발을 끊고 따라서 찾아오는 이도 없었다.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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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1-12-2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5년 전 이민올 때 저희 엄마가 온갖 살림 다 내팽개치고
이고지고 끌고 온 한국책 중에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한국 문학전집˝이 있어서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으로 사는 동안
몇 번이고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전집이 저 멀리 친정에 있어서 인용하신 문장을 찾아 대조는 못 하겠고
지금 읽고계신 <원문 그대로 읽는 한국근대소설> 에서 ˝원문˝을 강조한다면
그 말은 예전에 출간된 책들은 ˝원문˝ 과 많이 다르다는 뜻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