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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영혼을 꿈꾸다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지구의 영혼을 꿈꾸다 / 아시아북스
글. 임창석


'지구의 영혼을 꿈꾸다' 제목처럼 몽환적인 느낌의 동화한편을 보는듯했다.
책속 8명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1인칭 시점에서 각자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북미 원주민 추장이었던 '아첵'과의 연결고리로
연대의식을 가지고 지구의 영혼을 위해 노력한다.
북미 원주민의 전설에는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어 생명체가 살리 어려워질 때가 되면,
반드시 무지개 전사들이 나타나 생태계를 복원하고
인간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책은 작가의 분신이자 무지개 전사중의 한명인 리처드 이야기로 시작한다.
뉴욕에서 의사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리처드가 마리아로부터
'마티의 일기장'을 전해받고 그녀의 일기를 읽으며
그간의 일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각자 다른 아픔을 지닌 리차드, 마티, 찰스. 토마스, 헬렌, 스코트, 에릭
7명의 등장인물은 자연과 교감하는 영혼을 지닌 '아첵'을 만나 치유받으며 아첵의 전수자들이 된다.
그리고 아첵은 일곱 전사 각자의 아우라에 맞는 별명을 붙여준다.
찰스 : 후손을 가르치는 자
헬렌 : 운명 개척자
토마스 : 풍요로움을 가져오는 자
스코트 : 대중을 위한 집행자
에릭 : 사자의 심장을 가진 자
리차드 : 침묵의 관찰자
마티 : 맑은 영혼을 가진 자
인간들에게 선한 영혼을 물들이기 위해서,
다가가 깨닫도록 불을 지펴 줄 지혜로운 이가 되어줄 무지개 전사들.
이라크전쟁에서 전사한 리차드의 아버지, 에릭을 제외한 나머지 전수자들이
지구 영혼을 위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책을 읽다보면 등장인물들의 이력이 남다르긴 하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깊숙한 곳에 아픔을 가진 자들이고, 그 아픔을 이겨내기위해 아첵의 도움을 받는
어찌보면 보통의 평범한 약한 사람들이었다.
작가는 평범하고 약한 보통의 우리같은 사람들이 아픔을 이겨내며
배운 깨달음을 책을 읽고 있는 나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것 같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지키며 지구를 위한 보이지 않는 일을 하고 있던 중,
총기사용을 반대한다는 스코트의 연설을 지지하러 갔다가 마티는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모두에게 긍정의 메시지였던 '맑은 영혼을 가진 자'의 죽음은 아첵을 비롯한
무지개 전사들에게 아주 큰 아픔이었다.
아첵은 나에게 많은 것을 경고했다.
인간들의 파괴행위가 너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아첵의 과거 부족들은 먹고 마시고 삶을 이어가는 모든 생활에서,
자연을 숭배하고 감사하는 근본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과 풍요로움을 중요시하는 현대문명때문에
지켜야 할 많은 것들이 이미 파괴되었고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어머니 지구의 맑은 정신과 혼탁해진 인간들의 정신이
이제는 잘 연결되지 않고 혼선이 많아져,
인간들은 곧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원래 인간들의 위치는 지구의 영혼이 될 위치에 있었는데,
지금은 공룡들처럼 지구에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고,
아예 멸망의 길로 가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p.49
아첵이 리차드에게 한 경고를 보고,
지구의 보살핌을 받으며 평온하게 살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지구 반대쪽에선 무수히 잔인하고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지켜야 할 무언가들을 처참히 파괴하는 일이 죄책감없이 당연히 행해지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고 있다는것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감사해야할, 보존해야할 지구를 지키는 일은
그린피스와 같은 단체들이 목숨을 걸어야지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누구의 가르침이 없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각성하고 조그만 노력이라도 보태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숨쉬기 어렵지 않는가? 파랗게 맑은 하늘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는가?
내집에서 넘쳐나는 일주일치 쓰레기가 모여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는가?
정수기가 없으면 안되고, 공기청정기가 없으면 안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내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미동도 없던 내 가슴에 각성의 돌멩이를 던진다.
작가는 마지막에
우주의 법칙이란 원인과 결과에서 오는 연쇄반응이라고 했다.
나는 마티가 내게 일으키고 있는 연쇄 반응이 과연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고 했다.
아마도 마티와 아첵, 무지개전사들의 뜻을 받들어
지구영혼 프로젝트에 뛰어들수 있는 전수자들을 모으는 일을 책을 통해 하고 있으니
그 연쇄 반응은 지구의 영혼에 인간이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일 아닐까?
나역시 내가 느낀 이 미동이 어떤 연쇄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해졌다.
생각거리를 많이 안겨준 참신한 구조의 깨달음을 얻는 어른 동화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