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사라진 밤, 3년 전 그날의 진실이 드러난다"

구원의 날 | 시공사

글. 정해연

"여보세요?" 당장이라도 대답할것만 같은 수화기 너머로 정적이 흐른다. 공중전화 수화기가 아이 키높이에 놓여있다. 그날 목소리만 들려줬어도.. 어디에 있다고 말만해줬어도 그들은 덜 상처 받을 수 있었을까?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공중전화가 왜 저렇게 놓여있었는지 알것 같았다. 맘이 아프다는 말로 다 표현이 안되는 슬픔이 밀려왔다. 그들이 서로를 용서하고 상처를 보듬을 수 있을까?

 

예원은 3년 전 불꽃놀이 축제에서 아들 선우의 손을 놓친다. 잠깐이었는데 그 잠깐으로 3년을 미친듯이 헤매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반쯤 죽은 상태의 정신으로 버티고 있다. 거기다 분노조절장애와 우울증까지 심해서 정신요양원에 입원했다. 치료받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남편 선준의 통보때문이다. 부부는 아이를 잃어버린 후 모든 걸 잃었다. 부모에게 아이는 그런 존재다. 예원은 입원 전까지 매일 선우의 모습이 담긴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고, 선우의 모습이 그려진 옷을 입고, 선우를 찾는 문구를 넣은 차를 타고 다녔다. 선우 소식이 들리면 어디든 달려갔고, 선우관련 일이라면 무엇이든 먼저였다. 그에 비해 남편 선준은 그런 아내를 돌봐야했고, 현실로 돌아가 무엇이든 해야했다. 그렇다고 그가 선우 찾는것에 소홀한것은 아니었다. 예원은 그런 선준이 늘 불만이었다. 전력투구를 하지 않아 아이 찾는게 늦어지는것 아닌가 탓도 해본다. 자신은 3년을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제정신 아닌상태로 살고 있는데 경찰은 선우 찾는 일은 뒷전인것 같다. 그날 예원은 담당 경찰의 차를 자신의 차로 들이받고 경찰서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호출을 받고 온 선준은 예원에게 치료를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그렇게 시작된 병원생활. 그런데 그곳에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다. 다른 병실에서 선우가 즐겨 불렀던 선우가 개사해서 선우만 알고 있던 그 노래를 같은 또래의 아이가 부르고 있다. 사라진 선우의 노래를 말이다. 이 아이는 선우여만 한다고 예원은 수없이 되뇌인다.

선준은 보안업체에서 일하던중 음주운전사고를 낸다. 그일로 본인도 심하게 다쳤고 피해자도 생겨 모든것을 잃게 되었다. 잃은것중 가장 가슴아픈것은 선우였다. 자신이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동안 예원과 불꽃놀이를 간 선우가 없어진것이었다. 그러니 그의 죄책감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예원을 병원에 보내놓고 맘이 불편한 선준. 그는 예원이 병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서 몰래지켜보고 가곤한다. 그런데 예원이 병원을 나와 집으로 로운이라는 아이를 데리고 왔다. 선우가 부르는 노래를 불렀다고.. 하지만 그아이는 선우가 아니다 선우에게 있는 어깨의 점도 없고 모습도 다른다. 예원도 안다. 이제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다 주려고 한다. 그런데... 벽에걸린 가족사진을 보고 로운이 말한다. "이선우다"라고.. 선우를 알아본 로운. 금평의 울림기도원에 선우가 있다고 말한 로운. 이제 아이를 데려다 줄 수가 없다. 선우를 아는 이 아이가 필요하다. 이 아이의 손을 잡아야한다.

이렇게 부부는 로운과 함께 선우를 찾으러 다닌다. 엄연히 따지면 납치된 아이를 찾기위해 남의 아이를 납치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울림기도원은 천주로 불리는 사이비 교주와 사연을 가진 김실자라는 여자가 주축을 이루는데 이곳에 녹아든 잘못된 믿음과 패단들이 여러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어렵게 찾게 된 그 곳. 그곳을 찾는 과정에서 부부는 로운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사실 로운과 예원의 이야기가 담긴 챕터들에선 애잔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와 엄마의 사랑을 잃은 아이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모습에선 따뜻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거기엔 정말 선우가 있었다. 하지만 선우는 이미 많은 학대와 잘못된 믿음때문에 다른 아이가 되어있었다.

강에 떠오른 아이 시신의 유전자가 김실자의 아이로 밝혀지며 그들을 쫓는 경찰들과 로운을 찾기 위해 부부를 쫓는 경찰, 그리고 선우를 찾기위한 부부가 모두 금평 울림기도원에 모였다. 그리고 산전수전끝에 마주한 부부와 선우. 천주는 그동안 선우에게 부모를 찾거나 만나면 부모들이 악령에 씌여 죽임을 당할거라고 세뇌당했다. 전화번화와 주소를 모두 알고 있는 선우가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는 알것 같았다. 그 날 금평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 말없이 끊어진 그 전화는 선우가 한것이었다. 하지만 부모에게 전화를 걸고도 도와달라고 말 하지 못했던데엔 천주의 악랄한 세뇌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밝혀지는 반전들. 소름돋고 또 마음이 아파 눈물이 쏟아졌다. 부부는 그토록 보고싶었던 선우를 만났지만 로운을 납치한 벌을 받아야했다. 당장 함께하진 못하지만 서로를 받아들일 준비를 천천히 한다. 먼저 아들 선우와 만나게 된 선준. 꾸준한 심리치료와 재활로 점점 선우는 평정심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제 엄마 예원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예원이 출소하던 날 선우와의 만남을 설명하는 한글자 한글자가 가슴떨리고 뭉클했다. 선우가 엄마예원을 향해 뻗은 손. 그녀가 놓치고 뿌리쳤던 그날의 손을 아들이 다시 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가족이 만나며 책은 끝이난다.

과연, 어떤부모가 자식을 잃어버리고 견딜 수 있을까?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예원의 모습에 공감이 되어 선을 넘은 그녀의 행동들이 잘못됐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역시도 그렇게 하고도 남았을것 같기에.. 매일같이 아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부적같이 입고 다니며 보이는 모든곳에 전단지를 붙히고 찾을 수 있는 어디라도 달려가는 그녀처럼 말이다. 로운과 그의 엄마 정희주, 강에 떠오른 시신으로 발견된 석용희와 그의 엄마 김실자, 그리고 3년을 찾아해멘 아이 선우와 엄마 예원,, 엄마인 그들 각각의 삶을 들여다보며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애처롭고, 애잔하고, 화가나고.. 그러다가 또 뭉클해지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그녀들에게 구원의 날은.. 아이들이 그녀들을 용서하고 진심으로 손을 잡아 준 그 날이지 않을까? 절대 잊지 않기를.. 어렵게 잡은 손을 놓치지 않기를.. 빌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아이 중독 심리 백과 - 전문 연구진이 10년간 밝혀낸 중독 심리 해법 분석
김영한 외 지음 / Storehouse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의 마음이 공허하면 안돼요!"

우리 아이 중독 심리 백과 | 스토어하우스

글. 김영한, 김민철, 이해국, 조병옥, 최준영

우리아이들이 생활하는 요즘 시대에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고 현란한 관심거리들이 넘쳐난다. 모든것이 편리해진만큼 좋은것도 나쁜것도 흡수하는것이 빠르고 쉽다.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마음의 병이 있는 어른들 중 심각한 중독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고, 그 중독증세를 고치고 싶어 스스로 재활센터를 찾는 이들도 있다. 어른들도 스스로 깨닫고 헤어나오려 노력하기까지가 쉽지않은데 하물며 아이들은 몇배는 더 어렵지 않을까? 그러니 그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하고 혹여 중독에 빠졌다면 헤어나올수 있도록 어른들이 이끌어주며 도와야 할것이다

 

전문 연구진이 10년간 밝혀낸 중독 심리 해법 분석이 5챕터에 걸쳐 빼곡하게 적힌 책은 그야말로 중독에 관한 모든것이다. 중독이란 무엇인지, 원인과 실체, 다양한 중독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들을 제시하고 알려준다.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어서 부모들 뿐만 아니라 도움을 받고 싶은 아이들도 직접 읽고 적용할 수 있을것 같다. 중독에 빠진 아이들의 문제는 대부분 대인 관계에서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은 쉽게 노출된 재미있고 자극적인것들과의 만남일것이다. 습관적으로 의존하게 되니 중독에 빠지기도 쉬울 터.. 아이들은 고립되고 결핍된 경험때문에 특정 대상에 중독되는 거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중독행동에 무조건 혼만 낼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함께 이겨낼 수 있도록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것이다. 실제로 책에 나온 무수히 많은 중독의 실체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다 이미 중독에 빠진 아이들의 사례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미디어 중독과 흡연에 관한 악영향은 자주 접했지만 디테일하게 나눠서 세세하게 알려주니 더 심각하게 느껴졌다. 중독의 실체 중 읽으며 신경이 곤두섰던 도박 중독과 종교 중독. 어른들도 쉽게 헤어나올수 없는 범죄들인데 아이들에게까지 노출 되었다니 화가났다. 다행히 책은 이지경까지 빠진 아이들을 끄집어 낼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신적 도움이 필요하고, 더불어 선한 사람들의 도움도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는 생각보다 상처입은 중독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에겐 따스한 사랑과 관심은 어떤 약보다도, 어떤 도구보다도 강력한 치료제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경제.문화 제도의 다차원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한다. 미래의 주역들인 청소년들을 위해 이 심각하고도 어려운 문제를 가정과 국가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우리아이들이 불안에서 빠져나와 건강하고 튼튼한 자아를 형성하도록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결국엔 사랑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임에 틀림없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자. 우리아이들의 마음의 결핍을 읽어내고 채워주는건어른들의 의무일것이다. 이미 중독에 빠진 아이를 뒤늦게 끄집어 내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내 아이가 그 구렁텅이에 빠지기 전에 진심을 담아 어른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민, 멈추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 청소년을 위한 난민 이야기
하영식 지음 / 뜨인돌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을 위한 난민 이야기"

난민, 멈추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 뜨인돌

글. 하영식

 

책을 읽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로맨스도 신파도 아닌데 한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아 먹먹했다. 아마도 감정이입이란걸 했기 때문일것이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 세대가 겪었던 전쟁이야기와 우리가 알고있는 진실로 그들의 고통을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역시 남과 북으로 나뉘어 전쟁을 쉬고 있을뿐 틀어지면 언제든 지금 그들의 삶이 우리의 삶이 될 수도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국제분쟁 전문 기자 겸 난민 전문 작가인 저자가 쓴 이 책 한권이 전쟁과 난민, 그리고 그들의 인권에 대한 아이들과 나의 생각을 바꾸어주었다. 그동안 색안경을 끼고 있었고, 직면한 진실을 체감하지 못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제대로 알라고! 잊지말고 기억하라고!말해주는 듯했다. 어쩌면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소식을 제대로 알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일일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다.

 

 

중동지역은 아직도 전쟁이 진행중이고 그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그곳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과 힘없는 어린이들이 지고 있다. 모든걸 빼앗기고 불안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용기를 내어 목숨을 걸고 폐허가 된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했다. 살아야했기에 말이다. 책은 중동지역의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이 왜 난민이 되었으며 자신의 나라를 떠나며 어떤 고난을 겪었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현재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를 말이다. 생생한 피난 이야기에선 우리아이들이 오버랩이 되어 가슴이 찢어질것 같았다.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망망대해를 건너기 위해 배에 올라타 울고 있는 아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겨우 도착한 제 3국. 그곳에서도 그들을 두손 벌려 환영하지 않으니 거대한 장벽을 다시한번 넘어야한다. 그과정이 너무 처절해서 깊은 한숨과 함께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저자가 알려주는 전쟁이야기와 주위 나라들의 무관심과 탄압에 관한 이야기들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한다. 분쟁국가의 어느곳에선 이렇게 목숨을 걸고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는데 멀리떨어진 이곳에선 모든걸 가지고도 하기싫다고, 먹기싫다고, 귀찮다고 툴툴거리는 이가 있으니 신의 가호가 골고루 뻗치지 못한듯 하다. 책에 실린 일곱 챕터중 여섯챕터에 실린 난민 이야기의 마지막부분에 현재 다른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 난민들의 편지글이 소개된다.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공부하고 싶어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온 그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쓰라렸다. 가족과 헤어지고, 나라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며, 다른나라 말을 쓰고 배우며 살기위해 차별과 멸시를 견디는 그들. 온 가족이 하루 빨리 안전한 땅에 모여 평화롭게 사는 게 가장 큰 꿈이라고 말하는 그들. 우린 지금 그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 누구의 책임인지를 가릴 문제가 아니라 누구랄것도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다.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배척과 외면은 인간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도리를 거부하는 범죄" 라고 말한 강우일 주교의 기사가 떠오른다. 우리는 그들을 배척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들이 내민 손을 뿌리치지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될것이다.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기억하자! 누구보다 나라잃은 설움을 뼈져리게 통감한다면 그들을 인정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것이다. 책을 같이 읽은 큰아이는 난민이 된 아이들이 너무 용감하다고 말했다. 자신이라면 그리고 7살 동생이라면 그렇게 부모의 손에 이끌려 먼 타국까지 가지 못했을것 같다고.. 그리고 전쟁을 불사한 강대국들의 난민을 향한 부적절한 대응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제 아이들도 안다.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이 평화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난민, 멈추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책을 펴낸 저자와 출판사에 감사한 맘을 전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이트 버드 독깨비 (책콩 어린이) 7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에서 발휘된 친절의 힘과 불굴의 용기"

화이트 버드 | 책과콩나무

글. R.J.팔라시오

아이와 함께 읽은 <아름다운 아이>의 작가 R.J. 팔라시오의 작품이라 망설이지 않고 읽게 되었다. 그녀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완성한 첫 그래픽노블이라 더욱 기대되었는데 역시 글과 그림모두 감동을 넘어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다. 책은 <아름다운 아이>에서 주인공 어기를 괴롭히고 못된 행동을 일삼던 '줄리안'과 그의 외할머니 '사라'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태인이었던 그녀가 어린시절 직접겪었던 전쟁에 관한 이야기로 유태인학살과 인권침해, 전쟁의 폐해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자들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 조지 산타야나

학교 인문학 숙제로 자신이 아는 사람에 관한 글을 써야하는 줄리안은 할머니의 전쟁이야기와 할머니의 친구 뚜흐또 이야기를 쓰려고 할머니와 영상 통화를 한다. 아픈 역사의 추억을 끄집어 내는건 아프지만 손주세대가 제대로 된 사실을 알게 하고 싶어 용기를 낸다.

1940년 6월, 프랑스는 독일에게 항복했다. 그리고 점령지역과 자유지역으로 나뉘게 됐는데 주인공 사라 블룸은 자유지역에 사는 유태인 소녀였다. 자유지역이라고해도 전쟁엔 자유롭지 못했다. 비정상적인 나날들이 늘어나고 급기야 반유태법이 통과되어 그들의 인권은 유린되고 있었다. 그래도 점령지역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그녀는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그곳에서는 정상이었으니.. 1943년 봄 어느날 학교에 있던 그녀에게 몸을 피하라는 교장선생님의 지시가 있었다. 이곳도 더이상 안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학교에 있던 유태인아이들은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는 마키단의 대원을 따라 움직여야했는데 그 날 빨간 구두를 신고 온 그녀는 숲으로 따라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갈 거라 확신하며 빨간구두가 망가지는것이 싫어서 학교 종탑 꼭대기에 숨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마키 대원이 총을 맞고 죽었고, 그곳에 있던 아이들이 독일군에 의해 끌려가는 것을.. 남아있던 아이들을 찾기위해 독일군은 학교를 수색하기 시작했고 종탑 꼭대기에 숨어있던 그녀도 발각되기 직전이었다. 그때 나타난 뚜흐또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아이가 자신이 아는 비밀통로로 그녀를 대피시킨다. 뚜흐또의 이름은 줄리안 봄예로 소아마비로 두다리가 불편했지만 똑똑하고 착한 아이였다 . 3년을 옆자리에 앉아서 같이 공부했지만 말한번 나눠본적 없는 친구. 그녀는 그와 그의 부모님의 도움으로 독일군을 피해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그들의 희생덕분에 1년을 동네헛간에서 생명을 부지하며 숨어살던 그녀는 늘 찾아오는 벗 줄리안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줄리안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된다. 그녀가 부모님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보냈던 블루벨이 만개한 메르누이 숲에서 말이다... 이 날은 프랑스 원정 군이 이탈리아 에스페리아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라디오를 통해 전해들은 날이었고, 프랑스도 전쟁에서 자유로워 질거라 믿게 된 날이었으며 1년만에 밖을 나온 유일한 날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학교를 가기위해 바삐 움직이던 줄리안은 독일 나치군에게 잡혀간다. 그당시 유 우생학 프로그램과 T4 프로그램 일환으로 유태인 뿐만 아니라 '열등'하거나 '살 가치가 없는 생명'으로 여겨졌던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불임 시술을 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끌려간 줄리안은 죽임을 당한다. 이 장면에서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

 

아들을 잃었지만 줄리안의 부모님은 목숨을 걸로 전쟁이 끝날때까지 사라를 숨겨주고 돌봐준다. 1944년 8월 프랑스는 완전히 해방되었고 마침내 그녀는 은신처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겨울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재회하게 된다. 모든 순간 자신을 존재할 수 있게 도와준 이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았던 사라는 평생 가슴에 남을 줄리안의 이름을 첫 아들과 그의 아들에게까지 물려주게된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줄리안은 눈물을 흘리고 할머니와 약속한다. 세상이 이 일을 잊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불의를 보면 싸우겠다고, 소리를 내어 말하겠다고...

책은 1939년에 일어난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 정권이 저질렀던 인권유린과 인종차별, 유태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전쟁을 겪었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전쟁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일인지 그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것을 잃었고, 어떤 아픔을 견디고 살았는지를 안다. 우리세대가 겪지 않았지만 우리는 안다. 우리 민족이 겪었던 수탈의 아픔들을... 그래서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끊임없이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 전쟁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도 소외된 작은 나라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난민이 발생하고 있고, 수없는 인종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는것을 이행해야한다. 절대 되풀이 되도록 두고봐서는 안된다. 아이들이 우리의 역사와 그들의 역사를 정확히 알고 잊지 않도록 가르쳐야겠다고 다시한번 마음먹게 되었다.

"행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나,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안네 프랑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침 그 위로가 필요했어요
태원준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에게 상처받은 날들을 치유하는 이토록 다정한 타인들의 이야기!"

마침 그 위로가 필요했어요 | 알에이치코리아

글. 태원준 외

뉴스에 연일 보도되는 팍팍한 기사들. 읽고 있노라면 경악을 금치 못하는 내용들이 많아 화가 나서 뉴스검색을 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 때문에 평범한 일상이 불가능해져 있는 요즘 날로 곤두서고 날카로워져 주위를 둘러볼 여력도 없고, 누가 건들기라도 할라치면 뾰족하게 반응하기 십상이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아이들에게 낯선이의 도움은 정중히 거절하라고 가르치고 모르는 사람이 이름을 물어도 알려주지말라고 조언한다.아이들을 더 단속시키고 조심시키기 일쑤고 늦은 밤엔 옆에 걸어가는 사람들이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다. 갈수록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고 힘겹지만 그럴때조차 기대하게 된다. 세상은 그럼에도 살만하다고. 오늘 괴물들이 간담이 서늘한 짓을 했다는 기사를 읽어 날이 서 있어도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들인 더 많다는것을 잘 알기에 말이다.

 

 

"당신이 건네는 그 한마디, 누군가에겐 아주 오래 기다려온 희망입니다"

책은 국민일보 기자들이 우리 삶의 온기를 찾아서 전하고자 2017년부터 연재한 <아직 살 만한 세상>의 글 중 67편의 사연들을 선별해 책으로 엮었다. 책을 펼치고 읽으면서 그들의 사연이 너무나 따뜻하고 감동적이어서 몇번이나 뭉클했는지 모른다. 각박한 세상이야기만 접하다가 이런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함이 느껴졌다. 타국에서 숨을 거둔 동생의 유골함을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한 오빠에게 "동생분의 마지막 비행을 저희가 함께 할 수 있어서 매우 영광입니다." 라고 건넨 승무원의 한마디가, 부모도 없이 혼자 힘겹게 살아온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보듬어주는 집주인 아주머니의 손길이, 랜선으로 알게 된 이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랜선친구들의 글 한줄이 용기와 희망을 주고 그들을 견디게 했을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큰지 너무나 잘 알겠어서 격한 공감이 됐다. 아이들을 재우고 침대맡에 기대 조용히 책을 읽으며 몇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아직도 세상은 따뜻하구나~' ,'토닥토닥 위로를 주는 괜찮은 사람들이 아직도 많구나.'생각했다. 타인들의 다정한 한마디가 이렇게 힘이 되니 참 고마운 일이다. 세상의 나쁜 일, 나쁜 사람에게 온통 포커스가 맞춰져 불안하고 화가 났던 내 마음도 가라앉았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고, 기사화되지 않았을뿐 주위를 둘러보면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듯 책에 실린 사연들이 뭉클한 감동을 줬다. 빛이 있는한 영원한 어둠은 없다고 한다. 지금 사람에게 상처받은 날들의 연속일 누군가에게 견뎌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끝날것 같은 아픔이 내 가슴을 강타하고 숨도 못쉴만큼 힘들어도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그래서 당신을 치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을테니..컴퓨터라도 켜보라. 그리고 당신의 아픔을 이야기 해보길.. 생판 모르는 타인들도 당신의 아픔을 나누려고 할것이다. 그렇게 다정한 타인들이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로 희망이란 진심어린 위로를 처방받을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말할것이다. "마침 그 위로가 필요했어요."라고...

67편의 희망을 전하는 사연들만큼이나 책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일러스트도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희망을 전하는 명언들도 그 감동을 배가 시켰다. '희망'이란 단어는 참 따뜻하다. 작은 선의를 자신의 일처럼 베푸는 고마운 분들의 이야기를 모은 이 책 한권이 통째로 희망인듯하다. 책을 통해 부정적인 마음을 일부 걷어내고 감사하고,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얻을수 있길 빌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