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평점 :
"이제 마음껏 울어도 된다..."
이 한 줄이 내 심금을 울렸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다는것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수 없는 큰 슬픔이다. 감히 어떤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뼈를 깎는 슬픔이고 고통이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딸을 잃은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리운 딸을 그리며 눈물로 쓴 몇줄의 글을 만나서일것이다. "네 생각이 난다. 해일처럼 밀려온다. 그 높은 파도가 잔잔해질 때까지 나는 운다."
책은 고(故) 이민아 목사 9주기를 맞아 새롭게 출간된 개정판으로 저자가 떠나간 딸에게 전하는 살아서 못다 한 말들과 그 딸과 주고받았던 편지가 실렸다. 마음을 굳건히 하고 책을 펼쳐도 쏟아지는 눈물은 막을 수가 없었다. 열렬히 그리워하는 그의 글에 후회와 미련과 소망이 담겨 읽는 내내 그 마음이 닿았다. 곁을 떠난 소중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것은 통증을 줄여주는 진통제 역할일뿐 고쳐주는 명약은 아니다. 무뎌질뿐 잊히거나 낫진 않는다. 누구의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같은 슬픔을 겪은 이의 공감의 글로 치유가 된다. 저자는 딸을 잃은 슬픔을 딸과의 일들을 회상하며 애닳은 맘을 글로 적어내려갔다. 이혼과 암. 실명위기 그리고 아들의 죽음을 겪은 딸의 삶은 너무나 기구했다. 웃는 날보다 가슴 치며 운 날이 더 많았다는 그녀가 목사 안수를 받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녀의 삶을 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보며 담았다. 그러니 그의 글이 누구보다 진솔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아직도 딸에 대해서 쓴 이글들이 출판되어 나오는 것이 가시처럼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글들이 저자의 딸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딸에게, 딸을 잃은 이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이에게 바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이에게 바치는 글이라니... 읽는 내내 눈물이 흐른 이유가 여기에 있었나보다. 마음껏 울었다. 그리고 충분한 공감을 받았다. 그가 딸에게 보내는 글과 글 마지막에 붙힌 굿나잇 키스가 먼저간 나의 아버지께 못다한 무언가를 대신한 기분이었다. 가슴속 밑바닥에 숨겨놓았던 슬픔이 조금 어루만져진 느낌이다. 진심어린 글이 이토록 힘이 있다는것이 놀라울 뿐이다.
"지금 약속할게. 네가 다시 올 수만 있다면 하루가 아니라 삼백예순날이면 어떠냐. 서울 밤 풍경이 별처럼 빛나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거기 있거라. 이게 너에게 해주지 못한 말이야. 그 전화에 대고 이렇게 말할걸...... 이제애 이 시를 전한다. 굿나잇 키스와 함께."
"그런데 너를 낳고 아버지가 된 순간 나는 글 쓰는 사람도, 교수도, 언론인도 아닌 한 아버지로 너와 함께 태어난 거야. 그때부터 아버지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 그래, 나는 앞으로 태어날 내 아이들을 추운 겨울날 방 안에서 떨게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단다. 나에게 가족이 없었더라면, 네가 없었더라면 내가 쓴 모든 글은 아마 전혀 달랐을지도 모른다.너로 인하여 나의 꿈은 항상 땅을 향해 있었어. 마치 그 전설의 새처럼 말이다. 눈은 땅을 보고, 꽁지는 하늘을 향해서 날아다닌다는 메롭스란 새, 하늘을 보며 나는 게 아니라 항상 땅을 보면서 거꾸로 비상하는 그 이상한 새처럼 말이야. 젊은 시절 그토록 경멸했던 ‘속물’을 자처하며 땅만 보고 달리는 소시민, 그게 너희들에게 주는 내 사랑, 온 희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