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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평점 :
"비로소 나다운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갑니다"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 SISO
글. 김리하
뒤늦게 내가 알게 된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조금은 자신을 아껴주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살다보면 돌이켜 후회하고 내가 미워지는 날들이 있다. 그럴때마다 다시 그러지 않기 위해 반성하고 나를 돌아보곤 하는데 맘먹은것처럼 쉽지않다. 다그치고 노력할수록 점점 더 우울해지고 슬펐던 적이 있다. 무기력해져서 힘들땐 더 깊숙히 수렁에 빠져드는것 같았다. 뭐라 말할수 없이 깊은 슬픔이 나를 몰아세우고 괴롭히고 있었다. 꼭 무언가가 되어야하는건 아닌데도 자꾸만 나를 다그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끝도없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나보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 잠깐의 고비만 넘기면 또 없는 일인듯 괜찮아질 수 있는데 말이다. 내면의 상처를 마주보기 힘든 날들의 연속일수록 진짜 나와 마주할 용기를 가져야하는데 그땐 그러질 못했다. 그때 이렇게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는 책이 있었다면 그때의 나도 조금 덜 아팠을까? 마지막 장까지 빠짐없이 읽어 낸 후, 한동안 뭔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온기의 글 덕분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동화작가인 저자 역시 못난 구석을 기어이 찾아내 다그치며 자신을 미워했었는데 우연히 떠오른 20년 전의 기억 덕분에 자신에 대한 미움을 멈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멋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누구보다 더 많이 아끼고 좋아해 주고 싶다고 말하고있다. 5장에 걸쳐 다정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적어내려갔는데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일상 소소한 이야기들이라 순간순간 감정이입하게 되었다. 그녀가 겪었던 이야기들에 울컥했다가 키득거렸다가 따뜻했다가를 반복하게 됐다. 담백하게 쓴 그녀의 글이 좋았다. 읽고 있노라면 너무나 좋아했던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또 각각의 챕터에 들어있는 소주제의 제목부터도 뭔가 힘을 주는 문구들이 많았다. 지치고 힘들때, 용기와 위로를 받고 싶을때 찾게 될 책인것 같다. 이래라 저래라가 아니라 "나도 그랬어. 근데 이제는 이러고 있어~" 하고 잔잔하게 위로를 건네는 책인듯하다.
그녀가 우연히 찾아낸 20년 전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며 그때의 자신이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으로 살고싶어했던 기억이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미움을 멈출 수 있게 해주었듯이 나도 본연의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과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녀의 소소한 일상이야기들이, 자신에게 쓴 긍정의 메세지들은 그녀 자신뿐 아니라 글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힘을 줬다. 왠지 나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같은 에너지를 얻게 된것 같다. 글의 저력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된 날이었다. 그러니 참 고맙다.


"내 자신이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우연찮게 발견하는 날이면 나는, 내가 유난히 좋아지기도 한다. 이 책을 펼친 모든 이들이 다른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내 몸 어느 구석에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감각들과 거의 시들어 버렸다고 생각했던 감정의 이파리들이 되살아나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 순간 나의 행동을 더 좋은 방향으로 조금씩 밀어붙여 준다."
"세상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나름의 답안지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오답도 썼다가 정답도 쓴다. 지웠다가 고쳐 쓰기를 반복한다. 모범 답안지를 놓고 그대로 베끼는 삶이란 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