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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 - 32가지 주제로 살펴보는 문화예술 법 이야기
백세희 지음 / 호밀밭 / 2021년 3월
평점 :
"32가지 주제로 살펴보는 문화예술 법 이야기"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 | 호밀밭
글. 백세희
제목과 표지부터 신박하다. 법하면 '딱딱하다','어렵고 재미없다'란 생각이 먼저 들게 마련인데 변호사 사무실에 등장한 선녀와 인어공주를 보고 뭔가 재미있게 읽고 배울 수 있는 법 이야기가 가득할것 같아 호기심이 일었다. 아니나다를까 책을 펼치고 처음 만난 첫 캐릭터 헐크의 이야기로 심신미약과 심신상실에 관한 법 이야기를 익히게 되었고 연관된 조두순 사건도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대중문화예술관련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정보를 담아 책을 폈다. 주제가 너무 흥미로워서 일단 각 챕터의 제목만 읽어도 글을 안읽고는 못 배긴다. 궁금증을 유발하니 더더욱 그러한것 같다. 책은 2019년 6월부터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공연전시판에 게재한 <백세희 변호사의 아트로>칼럼 중 일부를 재구성해 만들었다고 한다. 일상에서 종종 법을 만나게 되지만 제대로 알지못하는 부분이 많다. 저자는 대중문화예술 분야에 닿아있는 법을 독자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고 한다. 더 풍요로운 문화생활에 일조 할 수 있길 기원하며 말이다.
책은 4개의 챕터에 걸쳐 영화와 전래동화의 주인공들이 맞닥뜨린 상황의 법률적 해석, 이슈몰이였던 떠들썩한 사건과 판결, 그리고 일상에서 만나는 사건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32개의 주제를 참신한 법률해석과 함께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낯설기만 했던 용어들이 머리속에 쉽게 각인되었다. 단편적으로 권선징악만을 알려주는 전래동화의 틀에서 벗어나 문제가 있었던 행동들을 법적으로 접근했더니 욕심없고 착하기만했던 주인공들의 죄가 넘쳐났다. <선녀와 나무꾼>의 나무꾼은 업무방해, 절도, 재물손괴, 감금, 추행, 약취, 유인등 범죄행위가 넘쳐나 죄명이 많다. 이런 범죄를 실행하게 한 사슴은 교사범이 되었고 선녀는 나무꾼과 사이에 낳은 아이들을 나무꾼과 떼어놓고 날개옷을 입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기에 미성년자의 약취및 유인죄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 <심청전>에는 사기, 인신매매, 자살방조라는 죄명이 숨어있었다. <인어공주>의 애리얼은 마녀 우르슬라에게 계약의 무효와 취소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신체기능 양도계약 자체가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와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 저촉되므로 무효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법을 제대로 알아야하는건 당연하고, 계약할때에는 확실한 조건을 명시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외에도 책, 그림, 문화재 관련 법이야기와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흥미로운 문화예술 법 이야기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읽는동안 재미있는 법공부를 한듯했다. 확실히 챕터1의 내용들이 솔깃하게 관심이 더 쏠렸고, 뒷챕터로 갈수록 전문 지식전달과 시사적인 내용들의 개념정리가 많아 또 나름의 재미가 있었던 책이었다.
"민사 문제로 넘어가자. 심청이 상인들과의 계약을 꼭 지켜야만 할까? 인신매매 계약은 반사회적인 계약이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자동으로 무효다(민법 제103조). 게다가 심청은 미성년자이다.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미성년자 본인은 물론이고 법정대리인(부모 등)이 취소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심청과 심 봉사는 상인들과의 약속은 무시해도 된다. 만약 심청이 쌀만 받고 배를 타지 않으면? 우리 민법은 제746조에서 불법적인 원인으로 받은 재산은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심청은 쌀 300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가여운 심청! 나 같은 변호사가 옆에 있었더라면! "
"우리는 단지 기분이 찜찜한 정도에 머무르지만 위작 시비는 작가 본인에게 엄청난 심리적·경제적 타격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품 위조는 국가적 문화 인식 수준을 의심받을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는 미술품의 감정 평가가 공신력 있는 특정 기관이 아닌 여러 화랑 혹은 사설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작가별로 작품 전체를 등록하는 카탈로그 레조네가 법제화된 다른 국가들과 달리 국내에서는 객관성이 떨어지고 각 기관마다 진위 판정이 서로 다른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