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의 일 - 작은도서관의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양지윤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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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의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사서의 일 | 책과이음

글. 양지윤

 

내가 사는 동네엔 이쁜 이름을 가진 작은도서관이 있다. 아이들의 책 놀이방이 되어주고, 어른들의 지식창고가 되어주고, 동네주민들의 문화생활 공간이 되어주는 곳이다. 이곳의 사서님은 늘 밝게 웃으시며 신간도 추천해주시고 여러행사를 도맡아해주신다.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서 작가님을 초청해 주민들과의 만남도 성사시켰고, 동네 이곳저곳을 찍은 작은 사진전시회도 열었고, 몇번의 작은 음악회도 열어 화합을 도모했다. 작은도서관의 역할을 제대로 이끌고 주민들의 멘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서님의 진짜 업무가 궁금해졌다.

 

책쟁이라 그런지 책과 관련된 직업은 모조리 다 궁금하고 또 애정한다. 책방지기도, 사서도, 편집자도, 작가도..

 

책은 10년 차 계약직 사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녀의 실질적이고 치열한 도서관 운영기를 낱낱히 알려준다. 저자는 동두천 사동초등학교에서 위탁 운영하는 작은도서관 '지혜의 집'을 혼자 꾸리며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도서관으로 주 사용자는 사동초등학교 학생들과 동네 주민들이다. 처음은 계약직2년부터 시작했고 다시 계약을 연장하면서 무기계약으로 전환 되어 10년째 일하고 있다고한다. 그녀가 전해주는 '지혜의 집'에서의 에피소드들과 그곳에서 사서로서의 업무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책은, 읽을수록 따뜻함이 전해졌다. 그녀가 진심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란걸 알게 될때면 왠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한 사람 같아 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이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힘들어 관두고 싶을때가 있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문을 닫고 있었던 도서관은 실질적 관리를 하는 사람이 따로있었고, 사서로서의 첫 2년은 도서의 대출 반납업무와 장서관리 같은 한정된 업무만 할 수있었다. 편해서 좋겠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은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다. 저자역시 무늬만 사서인 '도를 닦는 시간'을 버텼다고 한다. 그리고 2년 계약이 종료될 시점에서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며 권한을 부여받는다. 갑자기 신이난 저자.하지만 권한만큼 책임은 막중하다. 드디어 시작된 제대로 된 사서의 일. 예산을 짜고, 도서를 사들이고, 이벤트를 궁리하고, 이용자수가 늘어나도록 힘써야했다. 그래도 준비하는 모든것에 제대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중엔 문화강좌도 맡아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물론 모든게 재미있기만 한건 아니다. 진상 이용자들 때문에 마음 앓이를 해야했고, 분실에 대처해야했고, 중노동인 장서점검과 운영계획을 시시때때로 짜야하니 분명 재미만 있는 일이 아닌건 분명했다. 하지만 책을 읽을 읽을수록 저자가 얼마나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인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동두천에 있는 도서관 '지혜의 집'은 사서님의 열정으로 지역주민과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것이다. 지금 코로나 상황으로 휴관과 재재관을 오가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끝이나면 책을 사랑하고 책과 함께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서가 있는 '지혜의 집'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것이다.

여섯파트로 나눠 책에 실어둔 사서로서의 모든 시간들을 차근차근 읽어가며 확실히 알게 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은 파급효과가 크다는것을.. 우리동네 작은 도서관의 사서님처럼 늘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쉼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주는 분들이 있기에 책을 가까이에 두고 사랑할 수 있는 이들이 늘어나는것이다. 아이가 서스럼없이 도서관을 들러 좋아하는 그림책을 펼쳐 읽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책이 있는 공간과 그곳을 지키는 이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온다. 책에 고스란히 담긴 저자의 이야기로 모든 사서님들의 노고를 가늠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운명을 뒤바꿀 책까지는 어쩌지 못하더라도 사막처럼 메말라버린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풀 한 포기 심어줄 수 있는 책으로 서가의 빈 곳을 채워가고 싶으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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