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오늘 하루 | 오도스
글. 사진. 도진호
흑백 사진 속 빛과 그림자가 주는 여운의 매력을 안다.
대학시절, 매그넘 작가들의 흑백사진에 빠져서 사진전 모음 책들을
거금(?)주고 샀던 기억이 있다.
그들이 전하는 메세지가 흑백이어서 더 또렷이 와 닿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었기에
맘에 드는 사진은 책째 펼쳐서 세워놓고 몇날 몇일을 감상하곤 했다.
색을 뺀 사진은 작가의 의도대로 집중해서 보게 되는데
어떤 마음으로 찍었는지 어떤 걸 보여주고 싶은건지
넌지시 알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이야기까지 더해진 흑백 사진 한장은 많은 감동을 줄 수밖에..
아닌게 아니라 이 책을 펼치고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뭔가 울컥한게 올라왔다.
슬픈 내용도 없는데 슬프고, 특별할것도 없는데 특별해보였다.
바쁘게 살다보니 갑자기 몸이 아파졌다는 저자.
좋아하던 사람들과 함께 하던 많던 술자리는 더이상 할 수 없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까지 일상을 덮쳐버려
뜻하지 않게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고한다.
아픈 몸과 더불어 새로운 일상을 맞이한 저자는 어지럽고 불필요한 감정을 내려놓고,
좀 더 차분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었다고 한다.
사진 전공자인 저자가 선택한것은 흑백 카메라다.
흑백으로 사진을 찍고 SNS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며 일기처럼 기록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아도 그냥 좋을 만큼 그에게 사진은 특별했고
이제는 아픈 몸과 마음까지 위로해주고 있다고 한다.
잠시 멈춘 자리에서 찍은 일상이 새롭게, 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였다는 저자.
이 책에 실린 200컷이 넘는 사진은 거의 대부분이 풍경이고 사물이다.
그리고 그가 한해 동안 기록한 그의 삶의 순간이다.
차분하고 담담한 그의 글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흑백사진은
나에게 잠시잠깐의 쉼을 선물했다.
한참을 보고 또 보고 말없이 또 들여다봐도 참 좋다.
누가보고 읽어도 그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