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 - 차생활자가 전하는 열두 달의 차 레시피
여인선 지음, 이현재 사진 / 길벗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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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떠올리면 잊을수 없는 추억과 지워지지 않는 쌉쌀한 맛이있다.

모태 불교신자인 나는 엄마손에 이끌려 어릴때부터 불교어린이 법당에 다녔다.

그곳에서 3배, 108배, 참선을 배웠고,

여러 독경과 청법가, 사홍서원, 찬불가 같은 불교음악도 배웠다.

동요만큼 자연스럽게 읊고, 부르고 다녔던걸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전부터 고등학생때까지 꾸준히 토요일이되면 법회를 하러 법당에 갔고,

참선을 하고, 스님의 설법을 듣있으면 마음에 쌓인 한주의 묻은 때 씻기는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은 1년에 한번 부처님 오시는 날에만 들르는 실정이지만...

어쨌든 그 시절 절을 떠올리면 향냄새, 풍경소리만큼 기분좋은 추억이 떠오르는데

그것이 가끔 스님이 몇몇 꼬맹이들을 모아놓고 내어주셨던 '차'였다.

물을 데우고, 식히고, 우리고, 따라내는 모든 과정들을 조용히 지켜보며

스님의 인자하신 미소와 함께 건네받은 쌉쌀한 맛의 차 한잔.

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는 저자의 '차 이야기'를 찬찬히 읽고있으니

자꾸만 그때의 차의 맛과 향이 떠올랐다.

 

 

참 따뜻하게 적어내려 간 글과 온기가 느껴지는 감성 사진들.

그녀는 자신의 차 취향을 전할뿐인데

나는 어릴적 추억을 소환하고, 차의 맛과 향을 소환하며

어느덧 그녀의 차 친구가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두런두런 차분한 그녀의 이야기가 참 차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뭐든 예민한 탓에

섬세하게 느껴야 하는 차를 찾게된다고 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느끼며 감각이 소란스러워지는 동안

머릿속은 오히려 조용해진다고..

적정한 온도와 기다림으로 우려낸 차 한잔의 이야기.

차를 마시는 시간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라니 그녀의 차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저자는 차의 시간만이 줄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기 위해

작은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바지런히 들려준다.

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차에 관한 상식과 많은 종류의 차, 차를 우리는 방법을 소개하는것 부터 시작해서

열 두달, 계절을 따라가며 떠오른 아름다운 차들을 여러 일화들과 함께 전하는데

그녀의 이야기에 생소한 이름의 많은 차들이 당장 맛보고 싶어졌다.

씁쓸한 차의 맛만 기억하고 있던 내게

다양한 맛과 색과 향이 존재한다는것을 일러주어 차의 신세계를 맛보게 한 저자.

마시지 않았는데 맛이 느껴졌고, 찻잔을 손에 쥐지도 않았는데 온기가 느껴졌다.

마지막 장에는 그녀의 차 여행기가 담겨있다.

차의 고장 중국, 일본, 대만, 한국의 여행 이야기를 담았는데

여행하면서 직접 느끼고 경험한 차 순례이야기가

너무나 따뜻한 사진들과 산지의 장인들의 이야기와 함께여서 읽고만 있어도 충분히 좋았다.

여행을 가게된다면 꼭 그 코스로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를 내리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를 아껴주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저자.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다정한 차 한잔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당신에게도 이 취향을 조심스럽게 권해봅니다.

찻물을 끓이고 찻잎이 우러나는 것을 보는 동안

세상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겨집니다.

조금 더 특별한 차의 시간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소개합니다.

천천히 천천히 알아가도 좋습니다."

 

 

p.17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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