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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앨리스 빈센트 지음, 성세희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책은 5월,6월,7월.. 매달 그달에 가장 멋지게 곁을 지켜준 가드닝 식물들을 메인으로 소개한 후,
그녀가 겪고있는 이야기와함께 자라고 꽃피고 절정을 이룬 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속에 숨어있는 가드닝관련 이야기들도..
사실 그녀의 이야기보다 매달 숨어있는 가드닝 팁같은 이 이야기들이 개인적으로 더 재미있었다.
여성의 신분이 초라했던 시절의 원예학이야기부터 빅토리아시대의 양치식물 이야기,
브록웰 파크 커뮤니티 그린하우스에 관한 이야기,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이야기 등등..
그녀가 1년을 헤어진 연인을 잊기위해 애쓰며 고군분투 하는중에도 편안하게! 꿋꿋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던 식물들.
한달씩 번갈아 가며 헤어진 연인과의 공간인 아파트를 방문할때도 텅빈것 같은 집을 지켜줬던 식물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반려식물이 몸집을 키우고 개체수를 늘리고 꽃을 피우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공감할것이다.
지금 당장의 내 고통이 얼마나 부질 없는것인지..
힘들고 나약해지는 순간에도 식물은 자라고 꽃을 피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그녀에게 찾아온 그 이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이 된다.
그녀는 솔직하게 자신의 힘든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힘들게 버티고, 위로받고, 괜찮은듯 행동해도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그런 그녀곁을 늘 한결같이 아무일 없는듯 자라고 있던 식물들을보며 인생을 배웠다고 말하는 그녀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 공감이 갔다.
이별 후 기댈곳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공감받고, 제법 그럴듯한 위로도 받을수 있을테니..
나는 저자가 매달 소개한 그 달의 식물들을 봄이 오면 꼭 키우고싶은 식물리스트에 전부 올려뒀다^^
처음 들어본 식물이름은 검색해서 찾아볼 정도로 저자는 자신이 키운 식물의 이야기를 하나씩 생생하게 풀어낸다.
가드닝에 관심있는 분들이 읽어도 좋을책인듯..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식물을 보듯 자신을 돌보는 힘을 얻은 저자.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있으니 나역시 생명의 법칙의 어디쯤을 더디게 배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매일 우리 주변을 조용히 감싸는 생명의 법칙을 알고 싶었다. 서툴고 더디지만 내가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을 때,
그 식물은 내 인생에 생긴 일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실연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내가 실연으로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와 이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까지."
-6월, p43
"조시 없이 집에 있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벌을 받는 일이었다. 옆에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니까.
하지만 새롭고 완전히 다른 어딘가. 오로지 피난처로 찾은 곳에 머무르는 일은 더 힘든 시간이었다.
일상의 작은 행위들-아침마다 몸을 씻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서는 일-이 모두 어렵고 생경한 일이 되었다."
-8월, p110
"조시와 헤어진 첫날부터, 나는 내가 어떤 종류의 여성인지와 함께 고독의 개념, 고독에 익숙하지 않은 나의 성향,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인생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4월이 되면서 두 가지가 확실해졌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갈 것인지."
-4월, p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