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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다시, 만나다 / 무소의뿔
글. 모리 에토, 옮김. 김난주
사실, 작가보다 나는 번역가가 눈에 띄어 책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내가 한때 너무나도 사랑했던 에쿠니가오리의 대부분의 책을 번역한 김난주.
그녀가 번역한 일본여성작가의 책이라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작가의 연혁을 찾아보니 나오키상을 수상한 너무나 유명한 작가다.
다시, 만나다

다시, 만나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마마
매듭
꼬리등
파란하늘
책은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를 담은 6편의 단편을 엮었다.
6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 덕분에
각 단편들을 흥미진진하게 읽을수 있었다.
특히,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가 젤 기억에 남는데..
50대의 중년여성과 짧게 스친 살인마에 관한 이야기다.
러시아워 시간에 복잡한 신주쿠 지하도를 지나던
주인공과 한 청년의 당황스런 부딪힘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과도 않고 지나간 청년때문에 화나고 당황스런 맘을 달래려 들른 백화점.
그곳의 베지 & 헬스 코너의 식품코너에서 주인공은 샐러드를 구입한다.
집에 도착해 먹으려고 열었던 샐러드에는 순무 대신 무가 들어있었고
이것이 순무냐 무냐를 놓고 백화점 담당자들과 옥신각신하게 된다.
저녁을 망친것은 말할것도 없을 뿐더라 백화점 담당자들의
무례하고 어이없는 대처에 화가나서 견딜수가 없었던 주인공.
나도 같이 욱하게 됐었는데 그럴때마다 적절한 그녀의 사이다 발언이
속을 뚫어주었다.. 그리고 직접 샐러드를 다시 만들어 가지고 온 담당자들..
(그렇게까지 할일은 아니었지만 너희가 그렇게 만들었어!)
그녀의 저녁식탁에는 무가 들어있는 샐러드와 순무가 들어있는 샐러드가 모두 차려졌고
아무것도 모르고 퇴근한 남편은 저녁을 먹으며 신주쿠와 이케부르코에서 있었던
두 건의 총기난사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주쿠를 다녀온 아내의 안부도 물으며..
샐러드와 살인마가 무슨상관이냐 하겠지만.. 여기서 또 소름 돋는것이..
뉴스언저리에서 만난 살인마의 얼굴.. 바로 그녀가 부딪혔던 청년이었다.
잠깐 멍해있던 그녀가 내린 결론은... 다시는 백화점 식품코너에 가지 않겠다는것!
다소 엉뚱한 결론이지만 또 너무나도 적절한 결론이지 싶다.
이 한편만으로도 충분히 작가가 상상이 되었다.
나머지 5편도 그저 여운이 남는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만남의 관한 이야기인듯 하다.
가볍게 읽기 시작하다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고
가끔 무슨말이 하고 싶은거지? 하고 다시한번 읽을수밖에 없게 만든 책인것 같다.
여러 색깔이 녹아있는 모리 에토의 <다시, 만나다>
김난주의 번역으로 더 빛이 발한것 같다.
"싱크대 위에는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가 용기째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반달 모양의 뿌리채소. 정체불명의 물체가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공간 전체에 수상한 안개가 자욱하게 고여 만물의 윤곽을 위태롭게 하는 것처럼 불안하다.
일상의 토대를 지키는 부엌. 그 중요한 요새가 위협당하고 있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