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른이 되어보니
이주형 지음 / 다연 / 2018년 8월
평점 :

어른이 되어보니 / 다연
글. 이주형
삶에도 문법이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벌써 결혼한지 햇수로 12년차.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고,
두 부모의 딸이고 며느리이다.
결혼하고 더 많은 수식어가 붙었고, 그만큼의 책임감도 늘었다.
나를 찬찬히 돌아볼 시간도 없이 10여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고,
언제 어떻게 어디서 끌어다 썼는지 알수없는
내안에 에너지를 수없이 퍼나르며 견뎠더니
지금 이렇게 나의 자리가 생겼다.
어떤 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엄마라는 수식어가 만들어준 무겁고 무거운 자리 일듯..
부모가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아니 스물만 되도 어른인줄 알았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버티며 지낼수록 어른자리는 멀게 느껴졌다.
진정으로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는 독립된 어른이지도 못하지만
아이들이랑 투닥거리며 싸우고선, 참지 못하고 먼저 고함 꽥 질러댈땐
애들보다 못할때가 더 많으니.. 어쩔땐 내가 한심스러웠다.
제대로 살고 있는것 같지 않고, 나이만 먹고 있는 지지리 궁상처럼도 느껴졌다.
겨우 요만큼 살아놓고 '진짜 어른' 어쩌고 하냐고 비웃을지 모를일이라
함부로 고민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수면위로 이 주제가 부르르 떠 오를땐 자존감이 땅에 떨어지는듯 했고, 우울했다.
하지만 매번 이런 생각만 하고 살수는 없으니
대충 또 지지고 볶는 하루를 보내면서 무거운 주제는 잊기 일쑤였다.
또 어떤때는 그냥 나답게 사는거지, 그놈의 어른다울 필요있냐고 애써 담담해졌다.
그렇게 지내다가.. 이 책을 만났다.ㅋㅋㅋ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미 나는 어른이다.
지지고 볶고 난리치며 배우고 살고있는 지금 이순간 그냥 어른인거다.
멋진 어른, 훌륭한 어른이 아니라 나로 살고 있는 그냥 어른.
뭐 그리 대단하고 휘황찬란한 수식어구가 필요없는 어른사람.
내 아이에게 먼저 겪은 일을 얘기해줄 수 있을정도의 작은 지혜가 담긴 사람말이다.
어른이 되어보니


'좋아하는 사람과 마시는 커피' 가 가장 맛있는 커피이고,
'지금 읽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며,
'좋은 아빠'로 기억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라는 저자가 쓴 글.
그가 보낸 세월에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글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것이지만 단 한번도 어른답기를 강조한 글이 없다.
그냥 나이들어 어른이 되어보니 힘든 그땐 차마 깨닫지 못했던것을
지금은 알겠더라는 얘기를 하나하나 해준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느낀것,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알게된것,
과거를 회상하며, 지나온 날들을 더듬으며,
넘어가는 일상을 보내며 생각한것들을 담담하게 적어냈다.
그 글들이 공감과 위로를 느끼게에 충분했다.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첫장을 넘기면 넘나 따뜻한 문장을 만날수 있다.
오선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글자들...
"주어진 행복을 알아차리고 감사함으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 지나가 버리기 전에 말이다."
이 한 문장에 저자가 긍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모두 담겨있는듯 하다.
'감사하면 행복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행복이 다 지나가 버리기 전에 잊지말고 누리라고 담담하게 말해준다.

아무리 꼼꼼하게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해도
인생은 대부분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론 길을 일어 헤매기도 한다.
그러나 길을 잃어 미로를 한참 헤매다
우연히 찾은 출구가 오히려 지름길인 경우도 있다.

세상에는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니
성공이 귀한 것이다.
그래서
실패해도 괜찮은 것이다.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문구가
'너도 언젠가 죽을 테니 각오해'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죽음은 언젠가 모두에게 찾아오니 사는 동안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내라는 의미 아니겠는가.
정신없이 하루하루 살아내다가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삶에 대한 내 자세를 돌아보게 된다.
저자의 글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와 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낸 저자가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심각하지않다. 오히려 위트있고, 재미있다.
또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일들이 생각하기,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냥 그렇고 그런 에세이들과 확실히 다른,
어른이 되어보니 더욱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
'어른다움'에 너무 많은 무게를 싣고 있었던 나에게
그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내게 주어진 선물 같은 하루, 내가 내뱉은 호흡 한마디를
사랑하고 아끼면 된다고
그러는 동안 인생은 또 지나가니 허투루 보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저 그거면 된다고...
어른이 되어가는것은 뭔가 특별하고 거창한게 아니라
내 소소한 하루를 감사히 여길줄 아는 지혜 한줌 정도가 아닐까..
"가만있어도 어차피 내 인생은 지나간다.
그러니 지금, 나는 버티고 즐기고 사랑하고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