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이 빛도없이 거룩한 삶의 실천 시리즈 5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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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다녀온 후에 오랜만에 교회 공동체의 일원, 특히 소그룹의 구성원이 되었다. 우리 교회에서는 소그룹을 ‘순’이라고 하며, 소그룹 리더는 순장이라고 부른다. 우리 순장은 거의 매일 아침마다 휴대폰으로 문자 메세지를 보내어주는데 어떤 날은 안부, 또 다른 어떤 날에는 순원들의 기도제목을 보내주곤 한다. 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누군가의 영적 돌봄이 아주 기분 좋았고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나의 영적 안녕을 신경 써 주는 존재의 고마움에 대해 말했더니, 그 친구의 대답이 다시 한번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저 안부인사에 그치지 않느냐고, 그 이상의 삶의 개입이나 강한 도전이 없지 않냐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지금의 순장은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나의 삶에 강력한 도전을 주었던 그런 영적 리더는 아니었다. 그 때 나의 소그룹 리더는 주중에 만나서 나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선택의 문제에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나는 곧잘 그의 조언을 따라 삶의 문제를 결정하곤 했다. 그는 안부, 그 이상을 묻는 리더였던 것이다. 그 리더는 신앙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내게 평안과 기쁨을 주는 동시에, 거룩한 도전과 신성한 부담감을 던져 주기도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물론,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에 비해 30~40대의 어른들이 훨씬 복잡한 인생의 문제에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복잡하다고 하여, 혹은 훨씬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주님의 인도하심을 뒤로 한 채 혼자 결정해야 하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더욱 강력한 주님의 인도하심이 필요하다. 더욱 강력하고 본질적인 주님의 음성이 필요하다. 그러한 음성을 우리에게 들려 줄 영적 리더가 필요하다. 세상 논리에 점점 익숙해져서 무뎌져 버린 우리의 영적 감각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그들의 얘기는 듣기 좋은 말보다는 강한 도전의 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선한 목자는 듣는 이들이 싫어할지라도 그들의 유익을 위해 선포한다.

김남준 목사님. 그는 안부, 그 이상을 묻는 목회자이다. 그의 주장은 어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는 섬김의 삶을 살아가길 당부하는 이 책 『이름 없이 빛도 없이』에서 거룩하지 않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 “섬김을 실천하는 삶의 현장을 갖는 것은 구도의 삶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p.33)함을 강하게 주장한다.
“하나님을 섬기도록 부름 받은 봉사의 현장에서 우리의 정확한 신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노예"(p.57)임을 알고 철저한 섬김의 삶을 살아가라고 우리를 강권한다.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름없이 빛도 없이 (섬김의 삶을) 산다는 것,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는 것만큼 예수님의 마음을 깊이 느낄 수 있는 비결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셨던 삶이기 때문입니다.” (p.36)

김남준 목사님은 자신의 것을 다하지 않는 섬김의 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지적한다.
“우리들의 섬김 속에 내재된 가장 큰 문제는 하나님을 섬기려 하되, 스스로 한계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만 섬기려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로 섬기는 사람의 섬김은 늘 힘들고 어렵습니다.”(p.127) 김남준 목사님은 진정 우리의 문제를 거침없이 지적하는, 안부 그 이상을 묻는 목회자이다.

이러한 그의 거침없는 통쾌한(!) 지적은 책 전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섬기면서 쓸데없이 말이 많은 것은 그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지 않는다면, 유능하면 유능해서 말이 많고, 무능하면 무능해서 말이 많습니다."(p.113) 이 말씀을 통해 섬김의 현장에서는 이런 저런 말보다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진실한 마음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만약 우리가 주님이 사셨던 삶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면, 때로 우리에게는 부드러운 권면 그 이상이 필요하다. 특히, 주님을 영접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성화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진지한 영적 각성과 도전을 줄 수 있는 신앙 선배의 따끔한 지적이 필요하다. “그 정도면 못하는 편이 아니지요”라는 말보다 “당신의 살아야 할 삶은 바로 이런 삶입니다”라고 말해 주는 신앙의 선배 말이다. (물론 후배가 그런 말을 해 주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 나의 조원이 나에게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오빠, 요즘 기도 생활 잘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나는 흐트러진 영성을 추스르는데 큰 도전을 얻었다.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음은 그가 기도하며 사랑으로 진리를 말했기 때문이리라.)

김남준 목사님이 우리에게 그런 선배의 역할을 제대로 해 주는 목회자인 것 같다. 그의 책에는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이 제시되어 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왜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섬김의 삶을 영원까지 살아갈 수 있는지, 우리의 섬김이 어느 수준까지 깊어져야 하는지를 다룬다. 이 책을 읽으면 섬김의 삶을 갈망하게 된다. 섬김의 기쁨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특권인지를 깨닫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 이름과 빛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기는 삶을 살기를 갈망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 인생의 가치는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p.92)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어디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하나님을 섬기는 귀한 사람들이 되십시오.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알았고,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실천하며 살 기회를 선물로 받은 우리의 사명입니다. 선한 싸움 다 싸우다가 우리 모두 새 예루살렘에서 기쁨으로 만날 때까지...” (p.167)
이 귀한 도전의 말씀에 가슴 가득한 감격으로 “아멘”이라고 화답하며 책을 덮었다.
이 책은 하나님 나라에서 다시 만날 우리 주님에게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는 칭찬 듣기를 갈망하며 섬김의 삶을 살겠다고 굳게 다짐하게 만드는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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