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좋은 직업 - 두 언어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권남희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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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님께서 번역하신 작가님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역자후기가 더 재미있어서 역자후기 먼저 찾아읽고 한해마다 자라는 정하양을 머리속에 그려본 적이 있다. 책을 고를 때 역자 이름을 먼저 보고 고른 책도 있으니,역자님이 아니었다면 인연을 맺지 못했을 작가도 꽤 많은듯 하다.
권선생님의 글은 쉬워서 좋다.쉬운 글이라는 건 수준이 낮은 글이 아니다.평소에 책을 멀리하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편하게 읽고 공감할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스펙트럼은 아주 넓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래서 책과 친하지 않은 지인들에게 생색내며(제 세대에서 책선물은 아직도 좀 있어보이는 멋진 선물입니다.^^) 선생님의 책을 우아하게 건네보기도 한다.
직업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가끔 번역을 할 때가 있다.번역이라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지인의 부탁으로 길고 짧은 문장을 번역하기도 하고,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짧은 글을 블로그에 올려서 친구들과만 공유하기도 한다.
한번은 일본어 공부를 겸해서 사쿠라모모코의 글을 우리말로 옮겨본 적이 있다.
유쾌하고 재치있는 사쿠라의 문장에 혼자서 얼마나 울고 웃었던지...
그런데!!!
내가 한글로 옮긴 글에서는 그 어떤 재미도 찾아볼수가 없어서 진심으로 충격을 받고말았다.
번역은 단순한 의미의 전환이 아니라 글에 담긴 감정까지도 가장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옮겨야하기 때문에 역자의 문장력과 한국어 실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고나서는 나의 번역물(?)을 타인과 공유하는 일은 절대 하지않는다.
권선생님을 정말 존경하는 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일본어도 한국어도 진짜 잘 쓰신다는 것.
그럼 좀 잘난 척을 하셔도 이해할만한데,자신의 부족함을 내세우며 항상 겸손하신 와중에,아줌마의 정도 가득하신 그 마음도 참 따스하신 분이지 싶다.
아이돌 덕질 중인 나에게 있어서 국가스텐 팬임을 인증하시는 모습에서는 알수 없는 동지애를 느끼기도 한다.
재주가 없다고 하시지만 움직일 수 없는 책이 되어 쌓이는 결과물의 퀄리티는 항상 놀랍다.
여전히 생각보다 얇은 분량은 불만이지만,그래도 지난번 책이 10년만에 나온 걸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번역 작업과 출판사의 사정,그리고 소소한 일상들은 오늘도 유쾌하고 소중하다.
항상 건강하게 할머니가 되셔서도 번역을 하신다면,저도 함께 할머니 독자가 되어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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