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사 1 - 국가와 세계 조선시대사 1
홍순민 외 지음 / 푸른역사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설서에는 대중서 나름의 역할이 있습니다. 이는 꼭 "전문연구에 무지한 대중들이 이해하기 편하게" 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해당 문제를 보는 거시적인 시야의 폭을 압축적으로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대중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곤 합니다.


조선시대사에 대한 역사 쓰기를 수행한 이 책 "조선시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16개의 소주제로 각 분야 저자들이 본인의 구체적인 연구분야에 대한 내용들을 요약해 둔 책입니다. 그 까닭에 (이미 발표된 연구를 기반으로 한) 매우 명확한 각각의 주장들이 각 장마다 별도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논문요약집"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 까닭에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최근 연구동향에 대해서 한눈에 살펴보기에 유용합니다. "요즘 조선시대의 전문 학계에서는 어떤 부분을 연구하는가"를 조망할 수 있지요. 


다만, 이 책이 개설서로서 아쉬운 측면이 정확히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들이 다루고 있는 시대들도 제각각,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안 겹치는 부분들도 많아서인지, 책을 쭉 다 읽어도 "조선시대란 대체 무엇인가"의 큰 그림을 구조적으로 그리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 까닭에 오히려 전공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책에 가까워져 버렸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아까 말했지만 "논문(단행본) 요약 모음"같은 느낌일 뿐 개설서의 가장 큰 미덕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렸습니다. 포맷이 개설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논쟁으로 보는 한국사"나, "한국사 길잡이"(더 옛날 명칭으로 "한국사연구입문")처럼 연구세계의 "제문제"를 다룬 책이냐. 그것도 또 아닙니다. 굳이 가장 가까운 책을 꼽는다면 일본의 규쿄쇼인汲古書院에서 나온 "XX時代史基本問題"시리즈와 비슷하긴 하지만, 또 그 책만큼 깊게 들어가는 책도 아닙니다. 연구사 정리를 하거나, 연구자로서 해당 분야 이해의 새로운 제언을 던지는 그런 글도 아닙니다. 일단은 개설서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개설서가 분명한데, 개설서가 아닌 포맷을 취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비극인 셈입니다. 저자들의 전문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만 퍽 유감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진짜 용도는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이 책은 앞서 말했다시피 "요즘 조선시대의 전문 학계에서는 어떤 부분을 연구하는가"를 조망하는데 유용합니다. 가장 논쟁의 최첨단에 있는 분야도 있고 아닌 분야도 있지만, 일단은 대부분 연구가 최근에 이루어진 분야니까요. 그 부분을 난해한 논문 대신 쉽게 풀어준다는 의미에서는 괜찮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은 그 때문에 오히려 미주로 주석을 빼지 말고 각주로 넣거나, 혹은 아예 장절 제목 선에서 "특정 논문 소개"의 형식을 딱 빼주는것도 나쁘지 않았겠다 싶기도 합니다마는.) 1권의 "정치운영과 왕권의 추이" 만 제외하면 참고문헌도 충실히 잘 정리되어 있으니까요. 참고문헌 길잡이 역할로서도 나쁘지 않구요.


참고해두시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