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공주
한소진 지음 / 해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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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정명의 '뿌리깊은 나무'를 읽은 후 부터였다.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던 것이 우리 글 한글이다. 말로는 한글의 우수성,과학성,세계성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한글보다는 영어를 중요시 하고있다. 한글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영어를 얼만큼 자유롭게 구사하느냐가  성공을 좌우하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이 영어를 무시하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우리것이 다른 나라의 것보다 못하다는 인식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있는 사대주의 사상이 비단 지금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우리가 잘 알듯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무렵 가장 큰 반대를 할 것은 집현전 원로학자 정인지를 비롯한 , 성리학에 심취해 있던 원로 학자들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며 중국의 은혜를 입고 사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감히 우리의 글을 만들어 대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삼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덧붙여, 우리 민족은 원래부터 책을 멀리하는 민족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백성들이 배우기 쉬운 글을 만든다고 하여도 무용지물이라는 논리였다. 세종이 편찬한 삼강행실도에 따르면 전국방방곡곡에서 효자와 열녀가 나와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 백성들은 결코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참으로 땅을 치면서 통곡할 논리였다. 국가의 최고 학자라는 사람들의 논리치고는 지나치게 사대주의에 빠진 논리였다. 실제로, 우리의 글 한글은  오랜시간동안 사용되지 못한 채 평민, 여자들만이 사용하는 천한 글의 대접을 받아야만 하게 된 것이다.  

 

흔히 한글은 세종대왕의 업적으로만 알고 있다. 물론 세종대왕이 없었으면 한글 창제는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덧 붙여 성삼문,신숙주와 같은 젊은 집현전 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한글이 창제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또 다른 인물을 주목하고 있다. 바로 세종의 둘째 딸 정의공주이다. 모든 학자들이 한글창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자 세종은 자신들의 자식들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전시키고자 한다. 그들의 중심에는 어려서부터 우리 글에 조회가 깊었던 정의공주가 자리잡고 있었다. 비둘기가 '구구구구'하는 소리는 결코 한자로 표기할수가 없었다. 물론 이두라는 글자가 있었지만, 이두는 한자보다도 더욱 복잡했기에 민초들이 쓰기에는 적합한 글자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우리 글은 소릿말이었기 때문에 뜻글자인 한문으로는 표기할 수 없는 표현들이 너무도 많았던 것이다. 이를 답답하게 여긴 정의공주는 아버지 세종의 뜻에 따라 새로운 우리 글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문자에 관심이 많아 이두공주라 불렸던 정의공주.아버지 세종에게 우리민족에게는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가림토 문자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된 후 그의 한글에 대한 열정은 더욱 불타오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세종의 아들또한 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훗날 조카를 죽여 모진왕의 대표적 사례를 남긴 세조가 한글창제에 열성을 보였다는 것 또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다.  

 

이 책은 한글의 창제과정에 숨은 공로자 정의 공주라는 인물에만 촛점이 맞혀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한글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점들. 그리고, 정의공주가 한 나라의 공주이기에 앞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로써 겪는  여염집 아낙과 별 다를 것 없는 모습들도 엿볼수 있었다. 과연 한 나라의 공주가 평범하게 시댁살이를 하고 직접 농사를 짓는 등 평민들과 별다를 것 없이 지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것이 외척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조금은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역사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지금 우리는 편한 한글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글의 소중함이 많이 퇴색하고 있는 듯 하여 아쉽지만, 나부터라도 우리 글을 좀더 잘 알고 좀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이 알려진 내용을 가지고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그런 소재를 남다르게 만들어낸 작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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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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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적지 않은 시간을 서울에서 살아온 것이다. 말 그대로 서울의 나의 고향이다. 그런데, 어쩐지 서울을 고향이라고 하기에는 탐탁지가 않다.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다른 이들과 달리 서울이 고향인 사람은 자신의 고향을 대표하는 무엇인가를 내세울만한게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럴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천편일률적인 모습.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교통란. 이런 것들로 대표되는 서울에서 무엇을 자랑하고 무엇을 내세울 것인가?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내 생각이 지극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은 내세울것이 없는 게 아니라, 무엇을 내세워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진정으로 내 세워야 할 것들을 감추고 묻어 두었던 것이다. 나의 장점을 알지도 못한 채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난 것들을 꼭꼭 감추어둔 셈이다. 그것은 곧바로 우리의 역사,문화와 연결된다. 한 나라의 500년이라는 시간동안 수도의 역할을 했던 도시. 더 나아가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수도로써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도시에 대해 우리는 너무도 경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50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500년이지나 불과 50년이라는 세월동안 엄청난 발전을 거듭한 것이 서울의 모습이고, 그것을 최고 인냥 포장하고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지만, 50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은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결코 헛투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지금의 모습에서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우리는 지난 우리의 역사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 과거가 존재하지 않는 현재는 있을 수 없으면, 그런 곳에서는 올바로 된 미래가 존재할 수 없다. 이제라도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 최선의 길을 알려주고 있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저자답게 도시의 생성과정 그리고 현재의 모습 더 나아가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있느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같이 접하는 것들.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 혹은 뉴스에서 나오는 특별할 것 없는 지명들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경복궁,광화문,혜화동, 덕수궁,정동 등.... 한번 쯤은 들어보고 가 보았을 평범한 지명이지만, 우리의 역사에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것도 서울의 한 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명동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명동편을 보면서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왕래하는 곳의 모습들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볼수 있었던 모습과 저자가 보여준 모습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차이는 관심과 애정이었다. 내가 보지 못했던 모습들을 저자는 꼼곰이 보았으며,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저자가 보여 준 서울의 모습 들 중 가장 안타가웠던 것중의 하나가 표지석 들이다. 본 모습은 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저 흔적만을 명시해 놓은 표지석. 하지만 그 표지석 조차 우리는 눈여결 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 값이 비싸고, 엄청난 외국인들이 찾으며. 쇼핑의 일번지라는 것이 명동에 대한 나의 생각이었다. 몇 번이나 지나 다녔을 그 곳에서 저자는 숨어 있는 따뜻한 숨결을 찾아내고 있었다. 의인 이근석의 추모비. 저자의 말대로 여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은 어는 노점상의 거리 창고가 되어 버린 바로 그 곳에 이근석의 추모비가 정말 있었다. 추모비에는 정말 책에 써 있는 것과 같은 글귀도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명동성당 앞을 가 보니 저자가 말한 모든 것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자동차에 치여 사라져 가는 것 들. 우리의 역사와 문화재가 개발 논리에 묻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계천이 복원되었지만, 끈임없는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은 근시안적인 대책 때문이다. 우리의 원모습을 되 찾자는 구호 또한 자신의 치적을 부풀리기 위한 근시안적인 개발논리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의 원 모습을 찾기 위해 꼼꼼히 찾아다닌 저자의 발걸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특히 사진이 아닌 저자의 스케치로 표현한 것이 더욱 좋았다. 사진은 현재의 사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기는 하지만, 손으로 그린 그림에서 묻어나는 애정과 그 순간의 감정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전통 가옥의 처마와 기와 한장 한장 까지 세심하게 그려진 저자의 연필 자국 만큼이나 우리의 것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잊혀져 가는 유령도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 서울에 대해 많은 미안함을 갖게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시간안에 돌아볼 수 있는 지역 들. 이 책과 함께 새로운 여행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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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남긴 한 마디 -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9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이종균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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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지즈 네신 이었다. 이제는 풍자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작가. 오히려 풍자라는 말을 빼고서는 논할수 없는 작가가 되어버린 아지즈 네신. 직전에 읽었던 생사불명 야샤르에서의 기막힌 풍자는 [개가 남긴 한마디]에서도 결코 퇴색하지 않았다.  단편 집 개가 남긴 한마디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우화적 성격을 많이 띠고 있다. 개나 소가 등장하며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을 한다. 개나 소 뿐만이 아니다. 당나귀,노새,양,까마귀,물고기등도 사람과 같이 생각을 하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한다. 사람과 똑같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개나 소와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개,소,돼지 보다 못한 사람도 많다는 말이다. 그 중의 대다수 사람들은 정치인이라는 그럴싸한 옷을 입고 있다. 터키의 대문호 아지즈 네신이 1958년에 쓴 이책은 시대와 장소를 무자비하게 초월하는 대단한 작품이다.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과 비추어 봐도 결코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다. 작가의 뛰어난 예지력과 번득이는 풍자에 감탄할 뿐이지만, 시대가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는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다.

 

아지즈 네신의 풍자속에는 보이는 웃음 이면에 예리한 칼날이 숨겨져 있으며 그 칼날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자비한 공격을 가한다. 그 사람이 권력이라는 이름의 갑옷을 입고 있을 때에는 그 칼날의 예리함은 더욱 거세질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시로 썼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당한 자신의 아들을 구명하기 위해 유력 정치인들을 찾아 다닌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람이 끝내는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살을 하게 된다. 자신의 아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한 자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 선출한 정권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을 선출한 죄] 선거때 마다 되풀이 되는 황당한 공약과 그것을 지키지 못했을 때 분노하는 유권자들. 당연히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정치인들의 잘못이 가장 크겠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선출한 우리 유권자들의 잘못 또한 작을 수가 없다. 더욱 슬픈것은 한두번의 실수는 용납할 수 있지만, 매번 되풀이 되는 실수는 고의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당신을 선출한 죄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양모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젖도 잘 나오지 않는 다는 이유로 온갖 폭력을 당하는 어린 양은 소위 힘없고 빽 없는 우리 민초들이다.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온갖 폭력과 억압을 가하는 양치기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힘이 없는 양을 늑대로 만든 것은 양치기의 폭력이었다. 순한 양을 무서운 늑대로 만든 것.아무리 힘없는 민초들이라 할지라도 무참히 짓 밟기만 하면 언제가는 그 들에게 발톱을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유사한 예는 많이 있다. 불과 얼마전에 불었던 촛불의 힘을 기억해야 한다.

 

그 시대 최고의 배우를 닮기 위해 몸부림치다  끝내 원숭이와 같은 외모로 변하게 된 이야기[스타를 닮고 싶은 원숭이]는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신란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랑하는 개가 죽자 사람처럼 성대한 장례식을 치뤄준 [개가 남긴 한마디]는 뇌물 앞에서는 안되는 일이 없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으며, 자신을 욕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남 탓만을 하며 웃어 넘기는 정치인들을 비판한 [아주 무서운 농담]은  우매한 정치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아지즈 네신은 모든 작품에서 허탈한 웃음을 앞세워 실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  도둑질을 잘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인 사회에서, 당대 최고의 도둑 고양이가 죽자 , 그 무덤위에 새로 지어진 국세청 건물을 보며 사람들이 던진 한마디.' 당 대 최고의 도둑 고양이가 환생했다. '라는 말 앞에서는 도저히 터지는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어쩌면 저렇게도 똑같을 수 있을까? 그리고, 왜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똑같은 욕을 먹어야만 하는 것일까?  타락한 인물들이 있기에 아지즈 네신과 같은 훌륭한 작가가 탄생한 것일까? 갑갑하기만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준 멋진 작품을 만난 것 같아 즐겁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뒷 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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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용설명서 두 번째 이야기 - 내 삶을 희망으로 가득 채우는 일곱 가지 물음 인생사용설명서 2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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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김홍신이 다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김홍신은 정치가 보다는 작가라는 직업이 더 잘 어울린다. 사실 정치인이라는 직업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어디있을까마는 특히 김홍신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정치가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은 정치인이라는 직업은 모든 사람들을 욕 먹게 만드는 신비한 마법의 힘이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김홍신이라는 이름의 정치인이 실팼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의정활동 기간 내내 최고의 의원으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도 읽었고, 마지막 국회의원선거에서 패한 후에 퇴장하는 당당한 모습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장총찬의 김홍신이 더욱 그럴싸하게 보인다.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인생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던 피아노를 더 이상 연주할 수 없게 된 피아니스트는 작가의 책을 읽고 난 뒤, 사고를 일으킨 버스 운전기사를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서문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작가로써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일 것이다. 자신의 글이  한 영혼을 감동시킨다는 것. 얼마나 가슴설레이는 일일까? 작가는 단 한번밖에 없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일곱가지의 화두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있다. 일회용 화장지에 비유한 인생. 비록 일회용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화장지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순간에는 그 어느것보다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젊음이라면 근사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는 작가.권리는 포기할 수 있지만 의무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찌 그것이 젊은이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우리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단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을 근사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일회용 화장지와 같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삶. 삶의 온도가 뜨거운 열정이 필요한 것이다.

 

중간에 등장하는 저자의 역작 [대발해]를 집필하는 과정의 고통은 처절할 뿐이다. 수년간의 자료조사를 통해 잃어버린 우리의 역사를 찾아가는 작가의 고된 과정은 구도자의 길과 같다.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세우는 것. 정치인으로써 경험한 우리의 잘못된 역사와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의식은 곧바로 작가라는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연결되었다. 분명히 존재하는 역사를 잘못된 사대주의와 비루한 실리주의로 인해 자신의 것도 지키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비판하는 작가. 독도 문제또한 같은 맥락으로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비록 저자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제국주의의 행태는 앞으로 벌어질 일이 단순히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것임을 보여준다. 남북관계또한 마찬가지이다. 분단이라는 이름으로 등을 맞대고 있지만, 우리는 분명히 같은 민족이다. 미국,중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은 진정한 평화를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만을 앞세우고 있다. 우리는 이념의 대립을 주장하기에 앞서 따뜻한 동포애를 논해야 한다. 헐벗고 굶주리는 동포들을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작가의 말대로 지금 우리가 내민 따뜻한 손길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통일비용을 최소화 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 혼자만 잘먹고 잘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그것이 진정한 살맛나는 세상이다. 학력의 차이. 지역감정, 남녀차별,이념의 대립과 같은 반목행위는 이제 없어져야 할 것이다. 마음을 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잘 살아가는 가장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태어난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적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도 기막힌 기적이지요. 기적은 극소수에게만, 아주 남다르게 일어나는 것이라는 착각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인 줄 모르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하나라도 이루어진다면 그게 곧 나의 기적입니다. 그냥 '남들 다 하는 거니까'라고 생각하면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지만,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달라질 것입니다. 온몸의 세포가 춤을 추고 노래하며, 절로 건강해 집니다. (본문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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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를 격파하라 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 3
좌백 지음, 왕지성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감수 / 마리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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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 정말 독특한 분야이다. 일단은 청소년을 위한 이라는 말은 이해가 간다. 그 다음에 나오는 '철학'또한 이해가 간다. 판타지 소설이야 워낙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더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이 말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니 생소할 뿐이다. [ 철학 판타지 소설 ]  이 책을 읽기 전의 느낌은 아마도 '마법 천자문'가 같은 비슷한 형식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철학은 상당히 어려운 분야이다. 그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물론 철학이라는 말이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것과 같은 의미일수도 있다. 그 어려운 철학을 청소년들이 접하기 쉽게 판타지 형식을 빌어쓴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청소년 뿐만이 아닌 나 같은 철학 문외한이 성인들에게 오히려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목 또한 거창하면서 독특하다. '제자백가를 격파하라' 아마도 동양철학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다. 학창시절 역사와 철학 시간에 배웠던 심오하다 못해 복잡하기 짝이없는 동양 철학에 대해 작가는 얼만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작가는  학창시절 철학을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모범생이자, 유명한 무협소설 작가라고 한다.  동양철학과 무협의 조화는 얼핏 아무 많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무모한 생각을 해본다.

 

주인공 지누는 삼촌의 서재에서 책을 읽다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진우는 아주 낯선 세계에 도착해 있었다. 무협영화 세트장을 연상케하는 곳은 바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이다. 진우가 잠들기전에 읽은 뜻모를 한자가 많았던  책의 영향인 듯 하다. 하지만, 진우는 크게 놀라지 않는다. 이런 경험이 벌써 세번 째 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판타지 시리즈물의 세번 째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작을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비슷한 형식이라고 짐작된다. 이번 여행에서 지누에게 주어진 과제는 제자백가를 격파하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는 말 그대로 수 많은 나라들이 권력을 쟁탈하기 위해 난립했던 시기이다. 그로인해 빈번했던 전쟁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학파와 학설이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제자백가이다. 그런데, 제자백가를 격파하라니. 참 얼토당토 않은 미션이다.춘추전국시대는 진시황이라는 인물로 인해 힘의 균형이 깨어지는 시점이었다. 진신황은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강력한 왕권정치를 펼친다. 그 기반에는 법가사상이 자리잡고 있다. 강력한 왕권. 하지만, 진시황은 좀더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 분서갱유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자신의 권력에 반할것 같은 모든 책들은 불사르고, 학자들을 생매장하는 패악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제자백가 경연대회라는 그럴싸한 학문경연의 장을 마련해 놓은 진시황. 지누는 그 대회에 참석해서 진시황은 패악을 저지하는 막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제자백가는 여러 현명한 선생님들과 그 학파라는 뜻이다. 중국은 넓은 땅덩어리와 많은 인구 오래된 역사답게 학설또한 무궁무진하다. 이 책은 무수히 많은 선생님들과 학파를 주인공 지누를 통해서 재미있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마치 무협지에서 주인공의 여행을 통해 무림의 고수들로 부터 각자의 비급을 전수받는것과 같이 각 학파의 최고 고수들에게 그 학파의 정수를 사사받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공자,맹자,순자,장자,노자,한비자등과 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각자의 주장에 대해 타당성을 제시한다. 치열한 논쟁과 무력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지누는 자연스럽게 제자백가의 정수를 터득하게 된다. 말 그대로 무림의 최고 비급만을 전수받게 된 것이다. 비록 내공은 약할지 모르지만 외형으로 보이는 무예만큼은 무림의 어느 고수 못지 않은 수준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이제 제자백가를 격파하는 일 만이 남았다. 재야의 모든 고수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진시황의 만행을 막을 일 만이 남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설가라는 또 하나의 학파가 등장 해 소설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말 그대로 작가다운 발상이다. 

 

철학을 어렵다고만 느끼는 사람들. 특히 교과서를 통해 의미도 알지 못한 채 암기만을 강요받는 학생들에게는 꽤나 유익한 책이다. 모든 학파가 저마다 심오한 철학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의미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지만, 맹자 - 성선설, 순자- 성악설이라는 도해만을 암기하던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설득력있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공자,맹자의 모든 이치를 터득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 역사와 철학에서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중국의 여러 사상가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논리에 대해 커다락 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수는 있다. 지금까지 다가가기 힘들었던 철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새롭게 이해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분명히 학생들에게는 교과서보다 더욱 훌륭한 참고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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