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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레볼루션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2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주혜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4월
평점 :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요즘 즐겨 읽고 있는 아지즈 네신에 버금가는 풍자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초콜릿 레볼루션이라는 제목만 놓고 보면 무슨 이야기 일까 궁금하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흡인력이 뛰어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흡인력과 가독성이다. 또한 그 속에 숨어있는 짙은 풍자또한 배제할 수 없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트럭기사, 백과사전 외판원등 수 십가지의 직업을 거쳐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작가의 독특한 경력만큼이나 책의 내용또한 기발하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까지도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배경은 영국이다. 시대는 불분명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초콜릿 금지령이 내렸다. 초콜릿 뿐이 아니다. 설탕과 사탕등 단 맛을 내는 물건은 모두 금지되었다. 오래전 미국에서 있었던 금주령과 같은 상상을 초월한 법이다. 이 법을 제정한 것은 새로이 집권하게 된 [국민건강당]이다. 국민건강당의 정책이념은 국민의 건강에 악 영향을 끼치는 음식물과 행동은 전면 금지한다는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도모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들이 등장한다. 그 중의 가장 핵심 법안이 초콜릿 금지령이다. 자신들의 모토 '저질 식단이 야기하는 비만과 질병을 근절하고 국민의 신체 및 치아 건강을 목표로 하는 정당'에 걸맞는 행동이다. 국민건강당의 정책이념을 보면 전혀 잘못된 것이 없다. 초콜릿을 비롯한 당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또한 현대병의 근원이라 불리어지는 정크푸드들. 우리의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므로,그러한 음식물들을 먹지 말자고 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행동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초콜릿과 같은 유해물질( 국민건강당의 관점에서 본 해석)을 법으로 금지 시키고, 그것을 제조,판매 혹은 소지 하는 이들에게는 강제적인 제재가 따른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국민들의 권리를 박탈한 것이다.
초콜릿에 길들어져 있던 국민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왜. 초콜릿이 금지되게 되었냐라는 질문에 자조적인 대답이 따른다. '난 국민건강당을 지지한 적이 없어' 그렇기 때문에 난 이법에 책임도 없고 따르지도 않을거야. 그렇다면 과연 국민건강당을 지지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물론 국민건강당의 당원들과 그들의 공약을 열열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 이 책에서는 초콜릿 경찰대의 최고 권력자 경감과 청소년 선도단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국민건강당을 지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국민건강당을 지지 하지 않기 위해 다른 정당을 지지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무관심이었다. 정치의 무관심은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단지 선거를 하는게 귀찮아서, 내가 참여하지 않는다고해서 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함 때문에 , 역사는 뜻하지 않은대로 쓰여진 경우가 많았다.
초콜릿이 금지되자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당연히 암거래상이 생겨나고 초콜릿을 소지,판매 했다는 이유만으로 대상을 뛰어넘는 잔인한 탄압이 시작된다. 학교에 까지 침입한 공권력은 급기야 도시락 검사까지 하게된다. 정부 지침에 따른 도시락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도시락 바닥에 몰래 초콜릿을 숨겨두었던 학생이 들통나게 된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정신개조 사업. 우리 나라 말대로 하면 녹화사업이다. 마치 80년대 정신교육대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분위기 이다. 정신교육대를 다녀온 학생은 말 그대로 정신이 개조되어 돌아온다. 무서운 일이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권은 엄청난 힘으로 탄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혹정에 대항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알기 쉽게 이야기하면 민주투사들이다. 자신들의 권리와 자유를 되찾기 위해(초콜릿을 먹기 위해] 그들은 지하조직을 만들어 활동한다.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유통하면서 , 마음대로 초콜릿을 먹을 수 잇는 세상을 꿈꾼다. 이 과정은 흡사 유신과 군부과 득실 대던 시절, 민주화를 갈망하며 몰래 활동했던 진정한 투사들을 연상케 한다. 단지 초콜릿을 먹는 행위였지만, 그들은 목숨을 내건 위험한 투쟁이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번득이는 감시의 눈을 피하지 못한 채 초콜릿 민주 투사들은 공권력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와해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핵심인물들이 검거된 것이다. 간혹 투쟁의 역사를 보면 핵심인물들의 검거가 민주화의 도화선이 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전태일,이한열 열사등의 죽음이 위대한 투쟁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더이상 초콜릿을 멀리 할 수가 없었다. 초콜릿이 없는 생활은 건강의 증진이 아닌, 맥빠지는 일이었다. 이젠 초콜릿을 먹는 일만이 남았다. 하지만, 권력은 무서웠다. 그들을 감시하는 눈길을 피할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나서야 했다. 초콜릿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했다. 대대적인 작전이 펼쳐진다. 목숨을 건 투쟁이 시작된다. 방송국을 점거하여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민중의 힘을 결집하고자 하는 눈물겨운 호소가 펼쳐진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단 한 자루의 촛불이었다. 하지만, 촛불의 힘은 무서웠다.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힘들 때마다, 견디기 어려울 때마다 거리를 가득 채웠던 함성과 춧불들을..... 드디어 국민들은 초콜릿을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선다. 그들중에는 황혼을 앞둔 노인들도 있었고, 오로지 초콜릿이 좋은 철부지 아이들도 있었고, 초콜릿 사업에 종사했던 사람들도 있엇고, 넥타이부대,유모차부대,군인,경찰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초콜릿 경찰대라는 권력의 핵심세력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드디어, 초콜릿의 자유을 얻게 된 것이다.
말도 안되는 만화같은 이야기 이지만, 읽는 내내 다른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정치의 무관심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또한,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독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이 세상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다는 생각에 이건 해라, 이건 하지마라,이렇게 살아라,남들에게 설교하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야.이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길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단다' 바로 이것이 독선이고 독재의 시작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명심해야 할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