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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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이었으면 좋겠어"  책의 맨 앞장에 나와 있는 작가의 말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계속 입속에 맴돈다.   자신의 자식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세상 모든 부모의 공통적인 바람일 것이다.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일까? 아마도 작가는 행복의 반대는 외로움이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외롭지 않은 것. 다시 말해 항상 주위에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의미 할 것이다. 그것이 돈이 될수도 있고 명예가 될수도 있고 친구가 될수도 있다. 그 중 어떤것이 가장 소중할 까? 사람마다 중요시 여기는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실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풍요롭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전혀 부족하지 않은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닐수도 있다. 어느정도의 여백과 모자람이 존재해야 진정으로 행복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외롭지 않은 것. 항상 같이 할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친구일수도 있고 가족일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행복할수는 없을 것이다. 때론 소중한 사람으로 인해 아파할 수도 있다. 어떨때는 정말 몸이 아파서 힘들어할때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다고 느낄 때. 즉. 외롭다고 느낄때가 우리에게는 반드시 존재한다. 그럴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자신의 딸에게 아니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라고.....'

 

시는 많은 것들을 대변한다. 짧은 행속에 장황하게 풀어 넣을 수 없을 만큼의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사람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어떨때는 장황한 이야기 보다 단 한마디의 말이 더욱 가슴깊이 사무칠수 있는 법이다.  신현림 시인 스스로 어린시절부터 읽었던 세계시선집이 기억에 오랬동안 남았다고 이야기 한다. 아마도 그 시절부터 가까이 했던 수많은 시들이 지금의 작가를 만드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싶은 시 90편이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거쳐 이 책에 소중하게 실려있다.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시인. 나 또한 두 딸의 아빠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수 있는 따뜻한 시들을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지금 이 책을 만나니 매우 반가울 뿐이다. 앞으로 많은 시간을 살아가면서 절망하고 쓰러지고 힘들어 할 때마다 단 한편의 시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 잡을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 되었으면 한다. 아름다운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시를 읽을 줄 알고 가슴깊이 암송할 수 있는 그런 아이들로 자랐으면 한다. 이 책에 있는 짧은 시들은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시들이다. 이 책을 엮으면서 고심했을 작가의 마음이 헤아려 진다. 세상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고른 시들이 이책에 실린 90편으로는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내 딸들이 이 책을 보면서 좀더 넓은 시의 셰계로 빠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희망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곳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 쉰 ]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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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줘요!
탁기형 글.사진 / 신원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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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묘한 매력이 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포착해서 오랫동안 간직하게 해주는 역활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잊고 싶은 순간을 잊지 못하도록, 숨기고 싶은 기억들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의 이유로 사진을 찍고 또는 사진에 찍히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들을 기억하기 위해 서투른 솜씨로 카레라 셧터를 누르곤 한다.

 

'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줘요!'는  신문사에서 오랜시간동안 보도 사진을 촬영했던 탁기형의 사진 에세이집 이다. 이제 사진으로는 전문가이자 베테랑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저자의 사진을 보고 있으니,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상속에서 대수롭지 않은 상황들을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연출하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이 아마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특별한 실력인 모양이다.  가끔 사진집을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이지만, 일출이나 일몰 혹은 뛰어난 자연풍경만이 사진의 주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평범하다 못해 상투적이기까지 한 주제들도 따뜻한 시선이 담긴 렌즈를 투과하면 그대로 멋진 작품이 되어버린다.

 

첫 눈을 맞이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찌 다 설레일수 있을까? 정류장에서 눈을 맞으며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설레임보다는 당혹스러움 과 귀찮은 기색이 더 역력하다. 나 또한 언제부턴가 눈과 비가 설레이는 감정적인 존재가 아닌 현실의 장애물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다. 단순히 눈이라는 매개체를 낭만적인 것으로 표현하지 않은 작가의 렌즈는 참 정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이라는 상징성의 순수함이 퇴색해 버리는 것이 못내 아쉬운 것은 어쩔수 없다. 수 년 전의 부모님 사진과 얼마전 찍은 부모님 사진을 비교해 보니 그 사이 두 분은 참 많이도 늙으셨다. 당연히 우리의 부모님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제 세돌이 되어가는 딸 아이의 몇 달 전 사진만 보아도 새삼스럽다. 항상 내 옆에만 계실 것 같은 부모님의 몇 년전 사진을 들추어 보자. 그동안 변하신 모습은 바로 내가 만든 주름의 깊이와 같다. 부모님의 사진이 없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깨끗이 차려입고 가족사진 한 장 찍는것도 꽤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비한 자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에서는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경치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렌즈에 고스란히 옮겨 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을까? 일출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서 작가는 얼마나 많은 태양을 바라봐야 했을까? 기다림과 겸손의 미학. 그것이 사진의 본질은 아닐까?  비록 누구나 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기가 되었지만, 어느 누구하나 사진작가가 되기는 힘들어진 시기일지도 모른다. 평생을 사진이라는 한 우물을 판 작가가 참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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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야, 그게 정말이야? - 우리를 다시 웃게 만드는 네 가지 질문 우리 아이 인성교육 시리즈 2
바이런 케이티 글, 한스 빌헬름 그림, 고정욱 옮김 / 불광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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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화에 관심이 생깁니다.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아이에게 좋은 동화책을 확인하고 구입하지만 막상 책을 직접 만나보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단순히 입소문 만으로 책을 구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동화책(유아용 도서)은 어느정도 검증이 되었다고 할 수 잇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에 적절한 책을 구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어느 책이든간에 어떤 형태로 아이가 받아들일수 있게 하는지, 혹은 집에서 부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책을 얼마나 가깝게 대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해서 결코 나에게 까지 좋다라는 것. 그것은 어쩌면 부모의 불안감을 노린 가장 위험한 상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 책은 동화책이라고 하기에는 참 난해한 책입니다. '우리를 다시 웃게 만드는 네 가지 질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유아 혹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라기 보다는 성인들에게 더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장 세돌이 아직 안된 우리 딸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 줬더니 도저히 집중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아이들의 집중력이 그다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 대하는 책일 경우에는 한 번 정도는 예의상 집중을 해 주는데 이 책은 많이 버거워 하더군요. 가장 큰 이유는 글밥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서서히 글밥의 수를 늘려가면서 책을 읽는 연습을 해야 겠지만 읽어 주는 저에게도 약간은 부담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글 밥 보다는 책의 내용과 표현이었습니다.   책의 가장 큰 핵심은 모든 것이 마음가짐에 달렸다(일체유심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 내용 자체를 아이들에게 이해시킨다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책의 표현중에 외롭다거나 슬픈 감정 , 혹은 누군가를 챙겨준다는 표현은 아이들에게는 많이 생소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한, 가장중요한 것은 생각을 없앤다는 것입니다.  그게 진짜일까?   정말 그게 진짜라고 믿는가? 그 생각을 믿고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일이 벌어졌지?  그 생각을 없앤다면 어떻게 바뀔까? .....   아이들에게 생각을 바꾼다는 것. 이 말이 잘 이해가 될지 의문스럽습니다. 아마도, 제 아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결론적으로 제 생각에는 이 책은  조금 큰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며, 특히 몸은 커다랗지만 머리와 가슴은 많이 모자란 어른들에게 더욱 더 유익한 책일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와 같은 어른에게 좋은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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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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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탐정,경찰,요원도 아닌 형사다. 형사라는 단어는 어쩐지 미스테리물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 항상 어리숙하고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을 것 같은 선입관이 강하다. 그런데, 형사 중에서도 '마지막'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흔히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붙을 때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그렇다면,피터 러브시라는 작가의 마지막 형사는 과연 어떤인물일까?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셜록 홈즈와같은 유능한 탐정에게 무능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그런 형사일까?....

 

피터 러브시는 무척이나 생소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우리 나라에서만 생소한 사람인 듯 하다. 올해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쉬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대단한 작가이다. 이미 쟝르문학에서는 상당히 유명세가 있는 작가이며, 이 책의 주인공 피터 다이아몬드가 주인공인 작품만 벌써 열편이 넘는다. 그렇다면, 그 유명한 피터 다이아몬드는 어떤 형사일까?

 

어느 날 조용한 바스의 호수에서 벌거벗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시체가 발견되기를, 다시말해서 사건이 일어나는것이 너무도 싫은 상황이었지만, 조용한 마을에 살인사건이라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말았다. 하지만, 사건은 오리0무중. 아무런 단서도, 목격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조차 알수가 없다. 주인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과학적인 수사방법을 동원하지 않는다. 요즘같으면 머리카락 한올만 있어도 DNA분석과 같은 과학적인 기법을 동원해 사건의 실마리를 금방 풀어내겠지만, 우리의 마지막 형사는 결코 과학에 의존하는 인물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주 많이 고리타분한, 형사는 오로지 발로 뛰어다니며 승부해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혼자만의 고집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세상이 바뀐것을 인정하는것만이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서 같이 묻어갈 수 있는 길이다. 주인공은 전통적인 수사방법과 과학적 기법을 동우너해 죽은 이의 신분을 밝혀내게 되는데, 그녀는 수 년전 텔레비변에  출연했던 나름 유명한 배우였다. 배우가 실종된 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실종신고를한 남편이 유력한 용의자 물망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아내가 죽기 직전에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소원했다고 하니, 어쩌면 범인이 너무 싱겁게 밝혀질 판국이다.하지만,추리소설을 두 권이상 읽어 본 사람이라면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결코 남편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지는 여러가지 정황들로 인해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바스라는 도시는 제인 오스틴이라는 유명작가의 도시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이 책에서는 제인오스틴의 '편지'가 꽤나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다.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생을 엿보는 것도 꽤나 쏠쏠한 재미일것이다. 물론 이 작품의 미스테리를 해결하는 데에도 지대한 공을 세우기도 한다.  투캅스를 연상케하는  피터와  위그풀 형사의 옥신각신하는 모습도 빼놓을수없는 재미이다.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반전은 또다른 반전을 만들게 되며 독자들은 어느새 혼란스러움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치밀한 논리와 움직일수없는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한  수사기법보다는 오히려 넘겨집기 , 윽박지르기와 같은 구태의연한 방식의 수사방법이 효과가 있을 때가 있다. 또한 그런 형사로인해 보는 이들이 더욱 즐거워 질수 있다. 이 책은 반전이라는 추리소설의 고전적 형식을 잘 유지하면서 등장하는 인물들 개개인의 강한 개성을 잘 묘사한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 여러권의 시리즈가 계속해서 출판 될 것 같은  예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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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변경선 문학동네 청소년 9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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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져 나오고 있다. 동화로 대변되는 유아,아동 분야와 성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일만 문학 서적사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것은 '낀세대'라는 표현답게 작품의 위치도 참 모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청소년 소설의 다양화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소년 문학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다 보니 점점 다양성이라는 것이 희미해져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청소년들의 주된 관심사와 그들의 일상을 그리다 보니 주제가 커다란 틀에서 벗어 날 수는 없겠지만 교실에서 벌어지는 왕따문제와 부모와의 갈등 사춘기 시절에 닥치게 되는 그들만의 사랑이라는 한정된 주제에서 그려지다 보니 점점 식상해져 가고 있다. 또한 청소년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하면서도 아주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인물들이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왕따로 인한 사회부적응 과 그로 인한 일탈. 혹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고 모범적으로 보이는 학생들의 감추어진 흐트러진 모습들... 마치 모든 청소년들이 정상이 아닌 경우처럼 표현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문제의식을 제기하고자 하자면, 어쩔수 없는 상황설정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좀더 자극적이고 독특한 주제를 찾게 되고, 그러다 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말도 안되는 상황이 설정 될수도 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우려를 갖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전삼혜의 소설 '날짜 변경선'은 지극히 평범한 학생들의 너무도 평범한 이야기를 정말 밋밋하게 그려나간 작품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자칫 내가 하고 있는 말이 작품이 너무 평이해서 재미가 없다라는 말로 들릴수도 있지만 오히려 저마다 튀고자 하는 상황에서 감추고자 하는 사람이 오히려 도드라지게 보일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 작품이 결코 평범하고 재미없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재미라는 면에서도 날짜변경선은 꽤나 흥미로운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청소년기를 지난지 얼마 안된(?)  이십대의 작가답게 그들의 이야기를 아주 그들 답게 풀어가고 있다. 문창과 출신인 작가의 이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 작품의 주인공들.   그들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수 없는 조금은 독특한 학생들이기도 하다. 일명 백일장 키드라 불리우는 아이들.  예고를 다니며 문창과 지망생인 '우진', 전국의 모든 백일장을 휩쓸다 시피하는 '윤희' , 전국의 모든 백일장에 꼬박꼬박 참가하지만 말 그대로 참가에만 의미를 두고 있는 나 '현수'  문학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로 만난 세 사람은 문학이라는 주제로 자칫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또한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공부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었다.어쩌면 그들에게 최고의 화두인 문학은 대학 입시라는 것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윤희는 전국의 모든 백일장을 휩쓰는 말 그대로 최고의 고등학생 문학도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다. 왕따라는 교실의 고질적인 병마에 사로잡힌 그녀는, 고통스러운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되고, 그 시절의 아픔은 고스란히 그녀의 글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남다른 아픔으로인해 더욱 성숙해 진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문학적 재질이 뛰어난건지 그녀는 최고의 엘리트 문청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물론 그로인해 백일장에 참가하는 다른 학생들로 부터 온갖 오해와 질투를 한 몸에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팔아먹는다는 우진의 악의성 인터넷 게시물로 인해  자칫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오해와 소문들에 대해 단 한마디의 변명과 해명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궁금증만이 증폭될 뿐이다.  

 

아주 어린시절 부터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던 우진. 그는 윤희와는 반대로 처음부터 문학도가 되기 위해 문창과에 진학을 꿈꾼다. 꾸준히 백일장에 참석한 가운데 가끔 상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남에게 말 못할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 바로 처음으로 입상한 작품이 그의 영원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윤희의 작품을 표절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윤희와 자신뿐이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진. 하지만, 우진에게는 글을 쓰는것만이 유일한 삶이다. 쓰는 것이 좋고 읽는 것이 즐거운 사람. 그런 사람만이 오직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 비록 재질은 윤희가 더 뛰어날지 모르지만 윤희와 우진의 차이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즐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였다. 윤희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글을 읽고 썼지만, 우진은 오로지 즐기기 위해  글을 읽고 쓰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었다. 윤희가 우수한 입상 경력과 뛰어난 자질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길을 포기한 채 사범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시 백일자 키드인 나 '현수'  윤희와 우진처럼 전국의 백일장에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하지만 현수에게는 윤희처럼 뛰어난 자질도 없고 우진과 같은 열정도 없다.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현수는 그저 습관처럼 글을 읽고 습작을 한다. 때가 되면 백일장에 참석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할 정도로 신통치 않다. 선생님과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의 사람들은 그런 현수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작가의 길을 포기할 것을 종용한다. 급기야 정말 내가 좋아서 글을 쓰는 것일까? 어린시절 우연히 접한 책으로 인해, 어쩌다 한번 운좋게 쓰여진 글로 인해 주위로 부터 호평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어쩌면 나에게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뛰어난 문학적 끼와 열정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요행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윤희와 우진을 알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모종의 관계를 통해 문학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한 번 진지하게 고민할수 있게 된다.  유명한 수학 강사인 아버지와 한 때 수학선생님을 지망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앞으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현수. 하지만, 네가 원한는 것을 선택하라는 부모님의 말에 현수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렴픗이 깨닫게 된다.  윤희처럼 뛰어난 재능도 없고, 우진 처럼 뜨거운 열망도 없다. 또한 그들처럼 많은 책을 읽지도 않았고, 글 다운 글을 쓰지도 못했다. 다시말해서 문학은 현수에게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수는 남들보다 더 잘할 수는 없지만, 남들보다 더 좋아할수는 있었다. 그것이 문학이었고, 그것이 현수가 선택 한 길이었다. 또한, 앞으로 걸어가야할 길이기도 했다.

 

백일장이라는 주제를 통해 만난 세 명의 학생. 그들 사이에는 특별한 갈등도 존재하지 않고 숨가뿐 사건 전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저, 책을 통해 이루어진 만남과 관계가 전부이다. 그것인해 발생한 갈등이 고조로 치닫지도 않기에 자연스럽게 극적인 화해로 인해 감동적인 결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아무리 자신이 잘 한다고 해서, 치열하게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자신의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은 입시라는 지상최대의 과제하에 놓여진 우리 학생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젊은 작가답게 책에 등장하는 세명의 학생들 모습이 정말 고등학생 답게 그려져 있었다. 마치 고등학생이 쓴 글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도 작가가 그들에게 많이 동화되어 있었다는 방증일것이다.  자신의 경험담이 얼마간은 녹아져 있었기에 이런 글이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작가의 만남. 새로운 주제로 만난 청소년들의 모습이 꽤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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