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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를 격파하라 ㅣ 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 3
좌백 지음, 왕지성 그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감수 / 마리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청소년을 위한 철학 판타지 소설. 정말 독특한 분야이다. 일단은 청소년을 위한 이라는 말은 이해가 간다. 그 다음에 나오는 '철학'또한 이해가 간다. 판타지 소설이야 워낙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더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이 말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니 생소할 뿐이다. [ 철학 판타지 소설 ] 이 책을 읽기 전의 느낌은 아마도 '마법 천자문'가 같은 비슷한 형식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철학은 상당히 어려운 분야이다. 그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물론 철학이라는 말이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것과 같은 의미일수도 있다. 그 어려운 철학을 청소년들이 접하기 쉽게 판타지 형식을 빌어쓴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청소년 뿐만이 아닌 나 같은 철학 문외한이 성인들에게 오히려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목 또한 거창하면서 독특하다. '제자백가를 격파하라' 아마도 동양철학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다. 학창시절 역사와 철학 시간에 배웠던 심오하다 못해 복잡하기 짝이없는 동양 철학에 대해 작가는 얼만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작가는 학창시절 철학을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모범생이자, 유명한 무협소설 작가라고 한다. 동양철학과 무협의 조화는 얼핏 아무 많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무모한 생각을 해본다.
주인공 지누는 삼촌의 서재에서 책을 읽다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진우는 아주 낯선 세계에 도착해 있었다. 무협영화 세트장을 연상케하는 곳은 바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이다. 진우가 잠들기전에 읽은 뜻모를 한자가 많았던 책의 영향인 듯 하다. 하지만, 진우는 크게 놀라지 않는다. 이런 경험이 벌써 세번 째 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판타지 시리즈물의 세번 째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작을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비슷한 형식이라고 짐작된다. 이번 여행에서 지누에게 주어진 과제는 제자백가를 격파하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는 말 그대로 수 많은 나라들이 권력을 쟁탈하기 위해 난립했던 시기이다. 그로인해 빈번했던 전쟁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학파와 학설이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제자백가이다. 그런데, 제자백가를 격파하라니. 참 얼토당토 않은 미션이다.춘추전국시대는 진시황이라는 인물로 인해 힘의 균형이 깨어지는 시점이었다. 진신황은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강력한 왕권정치를 펼친다. 그 기반에는 법가사상이 자리잡고 있다. 강력한 왕권. 하지만, 진시황은 좀더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 분서갱유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자신의 권력에 반할것 같은 모든 책들은 불사르고, 학자들을 생매장하는 패악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제자백가 경연대회라는 그럴싸한 학문경연의 장을 마련해 놓은 진시황. 지누는 그 대회에 참석해서 진시황은 패악을 저지하는 막대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제자백가는 여러 현명한 선생님들과 그 학파라는 뜻이다. 중국은 넓은 땅덩어리와 많은 인구 오래된 역사답게 학설또한 무궁무진하다. 이 책은 무수히 많은 선생님들과 학파를 주인공 지누를 통해서 재미있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마치 무협지에서 주인공의 여행을 통해 무림의 고수들로 부터 각자의 비급을 전수받는것과 같이 각 학파의 최고 고수들에게 그 학파의 정수를 사사받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공자,맹자,순자,장자,노자,한비자등과 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각자의 주장에 대해 타당성을 제시한다. 치열한 논쟁과 무력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지누는 자연스럽게 제자백가의 정수를 터득하게 된다. 말 그대로 무림의 최고 비급만을 전수받게 된 것이다. 비록 내공은 약할지 모르지만 외형으로 보이는 무예만큼은 무림의 어느 고수 못지 않은 수준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이제 제자백가를 격파하는 일 만이 남았다. 재야의 모든 고수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진시황의 만행을 막을 일 만이 남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설가라는 또 하나의 학파가 등장 해 소설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말 그대로 작가다운 발상이다.
철학을 어렵다고만 느끼는 사람들. 특히 교과서를 통해 의미도 알지 못한 채 암기만을 강요받는 학생들에게는 꽤나 유익한 책이다. 모든 학파가 저마다 심오한 철학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의미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지만, 맹자 - 성선설, 순자- 성악설이라는 도해만을 암기하던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설득력있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공자,맹자의 모든 이치를 터득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 역사와 철학에서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중국의 여러 사상가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논리에 대해 커다락 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수는 있다. 지금까지 다가가기 힘들었던 철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새롭게 이해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분명히 학생들에게는 교과서보다 더욱 훌륭한 참고서가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