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분도그림우화 22
에드몽드 세샹 지음, 이미림 옮김 / 분도출판사 / 198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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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19년 프랑스 남부 랑그도크루시용에서 태어난 에드몽드 세샹은 1950년 영화촬영 기사를 하며 영화 일을 시작했다. 1957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시작했으며 1960년대 후반부터는 다수의 텔레비전 영화를 연출했다. 1960년에 [빨간 풍선]으로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1963년에는 [강낭콩](1962)이 칸 영화제 단편영화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975년에 [Les …borgnes sont rois](1974)로 오스카 최우수 단편영화상, 1981년에 [Toine](1980)로 세자르영화제 최우수 단편영화상 수상하는 등 그의 수많은 영화가 주목을 받았다.

 

 

 

에드몽드 세샹이라는 이름이 무척 낯설다. 이력을 살펴보니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기록을 가진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이었다. 세샹은 강낭콩을 영화로 만든 후 후일에 책으로 펴내기 위해 사진을 별도로 보관해 두었다고 한다. 그 때의 사진과 함께 책으로 다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 성인을 위한 책에 가깝다. 그리고, 그림이 실린게 아니라 사진이 실려있다. 영화의 스틸컷 이라고 하던가. 영화의 한 장면들이 고스란히 책에 실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흑백과 컬러 사진의 조화가 상당히 독특하다. 물론 주인공인 할머니의 모습또한 꽤나 인상적이다.

 

오랜 시간동안 낡은 건물에서 화려한 핸드백을 만드는 일을 해온 할머니. 그에게 남은 건 낡은 재봉틀과 낡은 집 뿐이었다. 그녀가 평생 만들어온 화려한 핸드백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녀의 삶에 새로운 희망이 찾아온다. 유일한 소일거리중의 하나인 산책 도중에 , 말라 비틀어진 진달래가 심겨져 있는 낡은 화분 하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낡은 화분을 가져와 진달래를 캐서 버린 작은 흙속에 식사 후 남은 강낭콩 한 알을 심는 할머니. 그 후 그녀의 삶에 가장 큰 일과는 강낭콩을 돌보는 일이 되었다. 재봉일을 하는 틈틈히 창가에 놓여진 화분에 물을 주고 해바라기를 시켜주는 할머니. 어느 덧 화분에서는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죽어있던 화분에서 파란 새싹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여린 잎은 어느덧 콩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고 홀로서기가 힘든 콩을 위해 할머니는 튼튼한 지주대를 세워주기 까지 한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콩을 보면서 할머니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고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마치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강낭콩의 파란 잎은 할머니의 남은 생과도 같은 역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낡은 건물에서 강낭콩이 살아가기에 충분한 햇살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 했다. 무시로 달려드는 비둘기 들의 공격과 윗 층에서 털어대는 낡은 이불에서 쏟아져 내리는 먼지들. 그리고, 작은 창으로 조금 밖에 들어오지 않은 햇살들. 어느덧 강낭콩은 자신의 푸른 모습을 잃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자신의 삶과도 같은 강낭콩을 위해 위대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자신의 곁에 두고 보살피기 보다는 강낭콩의 싱그러운 삶을 위해 좀더 넓고 좀더 안락한 곳으로 보내기를 결심한 것이다. 자신이 즐겨 찾는 공원의 한 화단에 아무도 모르게 강낭콩을 심는 할머니. 그 곳에서는 자신의 낡은 집보다 훨씬 더 많은 햇살과 훨씬 더 싱그러운 흙과 공기가 있었다. 이내 자신의 싱그러움을 찿아가는 강낭콩을 보며 할머니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게 된다.  자신의 옆에 두며 소유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좀더 많은 자유를 선택한 할머니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가 같지 않다. 사람들은 질서을 존중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세운 기준에 부합하는 아름다움만을 선호한다. 많은 이들에 의해 규정되어진 질서와 규칙에 부합되지 않는 것들은 모두 틈입자가 된다.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어느덧 키가 훌쩍 커버린 강낭콩은 자신들의 세계를 불시에 침범한 틈입자에 불과했다. 그들은 이방인을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할머니는 자신의 소중한 강낭콩이 처절하게 뽑혀져 가는 과정을 숨막히게 쳐다볼 뿐이었다. 그들의 무심한 손 짓 한번에 할머니의 희망과 사랑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또다시 혼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실망하지 않는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좌절이 아니었다. 그녀는 땅에 아무렇게나 내 팽개쳐진 강낭콩을 소중히 갈무리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다시 자신의 낡은 집에 강낭콩을 심을 것이다. 그리고 ,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강낭콩을 위해 정성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삶이다.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행복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삶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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