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문지아이들 80
이윤학 지음, 전종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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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산문집 <거울을 둘러싼 슬픔>, <푸른 자전거>, <환장>, 소설 <졸망제비꽃>,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새를 날려줘>, 장편동화 <별> 등이 있다. 감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 출처: 반디앤루니스]

 

시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윤학의 책이다.시인들 중에 의외로 동화책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동시를 쓰는 사람들도 많고. 그만큼 시인의 감수성은 투명하다고 판단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시를 많이 써서 아이의 감수성을 그대로 간직한 건지, 아이들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를 쓸수 있는 것인지는 모를일이다. 어쩌면 둘 다에 해당할수도 있겠다.

 

왕따가 사회적 문제가 된지도 이미 오래다. 이 작품이 출판된게 2006년임을 가만하면 벌써 5년이 지난 일이다. 지금은 이미 왕따라는 것이 학교내 혹은 어느 집단내에서 의례 존재하는 문화로 정착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미 정착되었기에 크게 문제화되지 않는 것이지 ,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 극단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어떠한 일이든 자신이 직접 당하지 않으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왕따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형태의 따돌림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지금처럼 조직적이고 치밀하고 무서웠던 것은 아니지만, 또래 집단 사이에서의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느 집단에도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나 또한 항상 어떤 집단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그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은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따돌림을 하고 있었던 것이며, 최소한 그 따돌림에 암묵적 동의를 한 상태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받은 상처는 오래도록 기억하는데 , 자기가 준 상처는 금방 잊어버리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에게 상처를 줬는지도 모르고 살아 가.자기 마음에 박힌 못은 아픈데,남의 마음에 박은 못은 아프지 않기 때문인 게야' 본문223쪽 내가 받은 상처는 아주 작은것에도 아파한다. 그리고,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둔다. 하지만, 타인에게 준 상처는 금방 잊어버린다. 아니 어쩌면 그런 상처를 준지도 모른채 살아간다. 내가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미나는 전학생이다. 해외에 장기 체류중인 아빠 때문에 외가가 있는 강원도로 이사를 하게 된것이다. 잦은 전학으로 인해 소중한 친구와의 헤어짐을 경험한 미나는, 헤어짐의 아픔을 당하지 않기 위해 아예 친구를 사귀려고 하지 않는다.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굳건히 닫게 된 것이다. 서울에서의 전학생은 왕따의 표적이 되기에 안성맞춤이다. '짱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장가연은 소위 '짱'인 아이다. 짱가의 눈에 벗어나면 자연스럽게 왕따의 길을 걷게 된다. 이미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기로 결심한 미나는 '짱가'의 어떠한 요구에도 응답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학기가 진행됨에 따라 '짱가'일당의 미나에 대한 괴롭힘은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폭력과 따돌림은 기본이고 과제물 숨기기,체육복에 구멍내기,도시락 숨기기등으로 미나를 괴롭힌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굴복할 것을 요구하는 짱가. 하지만 미나는 어떠한 괴롭힘에도 댓거리를 하지 않은 채 친구가 없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짱가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의 암묵적인 동의에 의한 따돌림 때문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그런 학교생활이 즐거울리가 없다. 미나는 왕따가 되어가는 학교 생활에 점점 싫증을 느끼게 된다. 또한 집에서는 항상 바쁜 엄마와 게임과 친구들에게만 열중인 오빠만 있을 뿐. 자신의 힘든 상황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에 심각한 외로움에 빠지게 된다. 그 순간 유일하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플라타너스 나무에 못을 박는 행위였다. 못을 박으며 자신의 울분을 토하는 미나. 말을 하지 못하는 나무에게 못을 박으며 자신을 위로하는 법을 배우는 미나. 하지만, 미나는 나무또한 아파한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친구가 없어도 좋다고 생각한 건 진짜로 친구가 없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이 아니야. 나처럼 전학을 많이 다녀 보라고.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알 테니까 말이야. 난 헤어지는 게 싫었어. 정말 싫었어. 엄마한테 늘 괜찮다고 말했지만 괜찮은 적이 없었어. 늘 마음이 허전하고 아팠어. 그래서 친구를 사귀지 않기로 결심했어.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 생각한것 같아. 짱가 너 같은 친구를 사귈 바에야 평생 왕따로 남겠어. [ 본문에서]

 

왕따인 미나가 왕따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 것은 왕따 할머니를 만나면서 부터였다.고아로 태어나 평생을 혼자서만 살아온 할머니. 할머니는 말 그대로 처음부터 왕따였던 셈이다. 스스로는 아무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지만, 사실은 어느 누구보다도 친구가 필요했던 두 사람이었다.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을 알아보는 법. 어느새 두 사람은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간다.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 본적이 없는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게 손을 내밀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자신이 받을 상처가 두려워 어떠한 손도 거절했던 두 사람은 이제 자신의 마음을 열고 어떠한 손도 받을 준비가 되었고, 자신이 받은 상처가 아닌 타인이 받을 상처에 대해서도 보듬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할머니로 인해 진정한 친구의 존재를 알게 된 미나. '친구란 , 무거운 마음을 덜어주는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게 된 미나. 그 순간 미나는 더이상의 왕따가 아니었다. 그동안, 자신을 무수히 괴롭혔던 짱가 또한 사실은 지독한 왕따 였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게된 것이다.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단순히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는 많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누구 하나의 일방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계라는 것은 서로간의 노력이 필요해야 한다. 그리고, 끝없는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 딸 아이의 첫 생리를 보고서야 부쩍 커버렸다는 것을 알게된 엄마.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에게 무관심 했던 시간들.가장 필요했던 것은 넉넉한 용돈도 맛난 먹거리도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 엄마와 미나. 서로의 손을 잡아준다는 것. 서로의 마음을 알기 위해 자신의 마음부터 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눈에 보이는 장애는 알기 쉽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는 쉽게 알 수 없다는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는 자신의 장애에 대해 좀더 솔직하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나도 아프지 말아야 하지만, 다는 누군가도 아프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의 무관심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가 되었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플라타너스에 못을 박았을 때 플라타너스는 입을 다물어 못을 물었다.

내가 못을 뽑으려고 했을 때 플라타서는 못과 한몸이 되어 있었다.

이글을 쓰면서 속으로 우는 법을 배웠다.

내가 아파 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프게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나를 속으로 울게 만들었다. [ 작가 이윤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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