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잇는 250원의 행복한 식탁
고구레 마사히사 지음, 김우영.선현우 옮김 / 에이지21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남도 자신과 같은 식생활을 하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하루 세끼를 꼬박 먹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세계의 상식은 아니다. 최빈국에서는 하루 식사가 학교 급식뿐인 아이들도 많다. 그들에게 급식은 마치 생명의 양식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급식을 먹기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다.(197)

 

아주 평범한 진리에 많은 깨달음을 하곤 한다. 내가 항상 굶주리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 또한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 나보다 더 잘먹고 잘 사는 사람들만을 바라보며 나의 현실에 대해 가졌던 불평 불만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잘 먹으면 누군가는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들. 여러매체를 통해 보아온 기아라는 것이 결코 멀리서 일어나는 나와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 들. 이젠 더이상 외면하기에는 나 스스로가 너무도 염치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굶주림이라는 것은 이젠 현실이다. 내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또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가슴아픈 현실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이제 똑똑히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들을 더이상 동정어린 시선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그것은 결코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이다.

 

저자는 1997년 일본에서 TFT( TABLE FOR TWO) 를 창립하여 현재 사무국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사업가이다. 일단은 TFT라는 말자체가 상당히 흥미롭다. 한끼의 식사가 차려진 테이블에 두명이 앉아서 밥을 먹는다는 발상. 기부에 대한 기존 관념과 거기에 따른 거부감을 일소에 해소할 수 있는 아주 기막힌 방법이다. 세계인류중 10억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으며, 10억은 비만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한다. 두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TFT의 헬시 메뉴이다. 한끼에 1000원하는 식사 메뉴가 있다면 거기에 250원을 더하여 1250원짜리 건강식단을 만드는 것이다. 그걸 먹는 사람들은 비만 과 대사증후군같은 너무 잘먹어서 발생할 수 있는 현대병을 해소할 수 있고, 250원이 더해진 금액은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급식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250원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한 끼 급식에 소요되는 비용이기도 하다. 과연 250원의 효과는 어떠할까? 나 자신의 건강도 돌보면서 급식 한 끼가 하루의 유일한 식사일수도 있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사용되어진다는 사실을 알면 그 가치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주머니와 책상 한 구석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작은 금액이지만, 그 것들이 모여 자신들의 운명과도 같은 빈곤과 싸워 이길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은 그동안 주위의 현실에 무관심했던 우리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 준다. 저자가 기부,구호의 대상으로 빈민층 아이들의 급식을 선택한 것은, 아이들이 배워야만 자신들의 현실을 이길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확신에서 였다. 나 또한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우리 주위에는 그들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전쟁,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난민들은 저마다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또한 반드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사업이라는 분야에서도 틈새시장은 유효한 듯 하다. 일본인으로써 국내의 구호 문제에도 분명히 시선을 돌려야 하겠지만, 그 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져 있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의 취약부분 이었던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선택하게 된것이다. 나 또한 한비야같은 NGO활동가의 저서를 읽으면서 굳이 해외에 있는 난민들에게 구호활동을 펼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 우리 국내에도 결식아동을 비롯한 수많은 도움의 손길을 요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굳이 머나먼 남의 나라 사람들에게 구호 활동을 펼치는 것은 오지랖 넓은 이의 앞서가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일말의 불만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사실들이 나의 좁은 견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배를 곯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걸 어쩌다 알게 됐고 불쌍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도와줄수도 없으니까 눈을 좀 감아 두자.....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지 않다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다만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르거나 솔직하게 마음을 열어 보이는 것이 창피할 뿐이다. 그래서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무리하지 않고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분명 모두가 기뻐하며 그 구조를 사용할 것이다. (본문 200-201쪽)

 

위의 글은 평상시 내 생각을 가감없이 표현한 글이다. 누구나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천을 못 할뿐이다. 변명일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정말 그 방법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또한 창피하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길을가다 만난 구세군 냄비를 애써 외면하는 행위또한 그와 같다. 괜히 잘난척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TFT의 방법은 정말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내 아내는 매 해 아프리카 신생아들을 위해 털모자를 떠서 보내고 있다. 일년에 단 한번 하는 일이지만 나는 항상 존경스러운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곤 한다. 물론 돈과 어느정도의 시간투자가 필요하지만, 아이를 돌보면서 틈틈히 모자를 뜨는 아내의 모습은 어떠한 행동가 보다 뛰어나다. 실천이란 바로 이런것이다.

 

이 책에서 또 한가지 신선한 내용은 사회사업에 대한 저자의 신념이다. 사회사업을 하는 기업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이익금이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사회사업 단체는 존립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훌륭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곳에 종사하는 인재또한 유능한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정말 당연한 논리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의 일반적인 견해는 사회사업가는 단순히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윤추구 부분에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정말 구도자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우리 현실이 그러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윤추구를 포기한 채,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사회사업(NGO)은 한계성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NGO단체의 유능한 인재라면 그 연봉이 다른 기업의 연봉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문화적 차이 일수는 있다. 대부분이 타인의 기부에 의해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에서 그에 소속된 직원들이 엄청난 연봉과 흡족한 복리후생의 혜택을 받는다면 대번에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사업을 하는 조직도 뛰어난 영업력으로 그에 걸맞는 사업수익을 올린다면 그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 또한 마땅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사업가라는 직업이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그러한 사회적 풍토가 하루 빨리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은 채 읽어간 책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나와 동갑이 저자의 결단을 보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내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 돈 250원으로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 있다는 것. 비단 그것이 TFT활동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내 주변에 존재하는 구원의 손길을 외면하지 말아야 겠다는 결심을 갖게 되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고 분노했다면, 이 책을 읽은 지금은 그 분노가 실천이라는 확신으로 거듭나게 된 것 같다. 정말 유용한 책이었다.

 

 

세상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힘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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