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는 언제나 옳다 - 늘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부모를 위해
천근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늘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부모를 위해
아이는 언제나 옳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을 다잡고 읽어본 육아서이자 교육서 "아이는 언제나 옳다."
밤톨이를 낳기전부터 서너살 무렵까지는 감정코칭, 훈육법을 비롯해서 한 해동안 몇권의 육아서를 읽고 또 읽던 나였는데
언젠가부터 육아서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것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나, 다른 일에 쫓겨서가 아니라 내 안에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어
어쩌면 그것들이 나를 더 옭아매고 힘들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어느순간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해 이렇게 해야만한다" 혹은 "엄마나 주위사람이 이러저러한 행동들을 하면 아이에게 나타나는 문제상황은 이것이다." 등등
때로는 그러한 것들이 독이 되어 매일매일 나 자신을 책망하게 되고,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또 아이에게 전달되는 악순환을 겪었다고나 할까.
물론 그것은 육아서의 잘못도, 교재의 잘못도 아닌 오로지 내 감정컨트롤의 미숙함과 지나친 완벽주의에서 온것이기는 하지만.

"아이는 언제나 옳다 "
이런 표현이 아이를 무존건 옹호하거나 부모 탓만 하고 비난하려는 의미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다 볼때 쯤이면 부모들이 힘든 내 아이를 측은하게 바라보게 되고,
분노로 점철되어 있던 부모의 마음에 아이를 향한 관용과 포용의 태도가 피어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우선 " 아이는 언제나 옳다" 는 특정한 육아지침이나 교육법을 논하고 있는 책이 아니었던 터라 더 공감을 하며 읽었고
때로는 위안을 얻으며 읽었던 그런 책이다.
이제 여덟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밤톨이.
아이가 많이 자랐다는 이유로, 이젠 어느정도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줄 안다는 이유로 아이가 더 어렸던 시절 1분 1초도 아쉬워하며
눈을 마주치고, 곁에 있어주고, 놀아주고 했던 그런 열정이 식어버렸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그리고 많이 미안했고 많이 부끄러웠다.
어쩌면 아이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이벤트도, 요란한 선물도 아닌...그저 엄마랑 집에서 하는 소소한 놀이들..
엄마랑 같이 뛰어놀고, 책도 읽고,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에 참여해주는것이었는데
정작 그런 때 "엄마 지금 할일이 있어", "이것만 하고" 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아이의 요구를 잘라내었고..
그러면서 주말이면 영화니 공연이니 여행이니 하며 아이와 외출하는것으로 아이가 아닌 나자신을 만족시키고 위안해왔던 건 아닌지..
나는 이렇게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좋은 엄마다, 아이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부지런한 엄마다 라는것을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위안받고, 때로는 타인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되고 앞으로를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은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 책의 지은이 소아정신과 전문의 천근아님은 "수학문제가 안풀려서 하기 싫다" 며 이불속으로 아이에게 "그래도 해야한다" 는 말 대신
"엄마도 오늘은 너랑 같이 쉬어야겠다" 며 같이 이불속으로 들어가 아이를 안아주고 장난을 쳐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어느새 엄마와의 짧은 교감을 통해 다시 에너지를 얻고 , 무언가 결심히 선듯 다시 일어나 책상앞에 앉았다고 한다.
나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나는 그런 아이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들었을 것이고, 그래도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다그치고 소리를 질렀겠지.
그것이 결국 고통스러워도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나 자신을 위안하고, 속여가면서 말이다.
그래놓고 또 이 책의 부제처럼 "뒤돌아서서 후회를 하는 부모" 가 되었겠지.
이 책은 거창한 교육이론도, 전문가적인 훈계나 충고도 없다.
오히려 그냥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오랜시간 들여다본 소아정신과전문의로서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 이야기들은 외우고 머릿속에 채워둬야하는 지식이라기 보다는 마음의 위안을 얻고, 내 아이를 진짜 아끼고 사랑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엄마 스스로가 찾아보고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엄마 힐링서적" 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받는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다
조금은 자유스러웠던 유치원 시절을 지나 본격적인 고생문이라고 하는 학창시절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밤톨이.
그리고 아이보다 더 긴장하고 고민되고 떨리기만 하는 초보 엄마인 나.
어쩌면 2013년, 초등학교 1학년 엄마와 아들에게 진정 필요한것은 거창한 육아지침도 당장 눈에 보이는 성적도 아닌...
진정한 교감과 눈을 마주치며 나누는 대화가 아닐까 싶다.
포근하게 안아주고, 무엇이든 받아줄 것 이라는 믿음이 있는 엄마와 아들..
그런 관계가 있는 한 내 아이는 그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씩씩함과 자신감으로 걸어나갈 테니까.
"아들, 엄마가 그동안 너무 다그쳐서 미안했어.
어린 시절 너를 대했던 내 열정은 식어버리고 그 자리에 욕심만이 자라났었나봐.
올 한해 엄마는 욕심을 버리고 너를 , 너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어. 그게 올해 엄마의 목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