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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 페르소나와 아니마의 갈림길에서
김경윤 지음 / 생각의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페르소나와 아니마의 갈림길에서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 은 "처세술 혹은 성공 지침" 과 결합한채 기본이 사라져버린 인문학 열풍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 저자가
"인간성 , 인간다움에 대한 탐구" 라는 인문학의 본래 목적에 맞춰 역사속 인문학의 대가 39인의 사상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상을 저술한 책이다.
그렇다면 "인문학" 이라는 학문은 과연 무엇이며, "인문학의 영역"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인문학은 " 인간과 관련된 모든 학문 " 을 뜻하고 전통적인 관점에서 인문학은 "문(文), 사(史), 철(哲)"
즉 문학과 예술, 역사와 철학 영역을 포괄하여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도 이러한 전통적인 인문학의 구분방법에 따라 철학, 문학, 역사 세개의 장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제1장 . 철학 : 사유와 실천의 사회적 근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실천했던 열 다섯명의 철학자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올바른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이 이번 장의 주제이자 목표이다.
사실 철학이라고 하면 복잡하고 어렵고, 우리 생활과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에 따르면
철학은 그런 형이상항적인 학문 영역도 있지만,
이 책에서처럼 우리의 올바른 삶에 대한 고민과 당면한 문제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주는것이 철학이라고 한다.
따분하고 어렵기만한 철학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살아숨쉬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은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었다.
나는 2012년을 마무리하고, 2013년을 맞이하며 읽었던 이 책속에서 내가 진짜 어른이 되기위해 갖춰야할 마음가짐을 찾아보았다.
더불어 아직 내가 갖추지 못한 덕목들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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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을 통해 내가 갖춰야할 어른스런 마음가짐들.
( ※ 주의 - 이것은 순전히 주관적인 생각임!!)
각자의 마음속의 끝없는 탐욕을 끊어내기 위해서 그 옛날 원효대사가 외쳤던 "낡은 하늘늘 찍어버릴 마음속 도끼" .
"길을 다르나 한곳으로 귀결된다" 고 했던 최치원의 말처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사상을 포용할 수 있는 너그러움.
"민중의 소리에 귀를 막지 말라, 나라의 현실에 눈을 감지 말라" 던 이황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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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1장 철학편에서는 시대를 아우르는 철학사상과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공부방법과 계획마저도 학원과 교육전문가들에게 돈을 주고 배우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그 옛날 선비들의 치열했던 공부법과 사상들은 낯설고도 멀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학문" 이던, "학습" 이던 결국 "배움" 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으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단순한 테크닉이나 방법론이 아니라 철학자들의 깊고 곧은 의지를 심어 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반계 유형원의 "공전제"(토지를 국가소유로하되 그 토지를 농사짓는 농민에게 균등하게 돌아가게 해야한다는 사상) 나
특권없이 능력에 맞춰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꿨던 이익의 사상,
지구는 우주의 활물(活物; 살아있는 물질) 이어서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주장했던 홍대용의 사상
"농부나 노동자나 자신이 속한 분야의 원리를 안다면 그들이 바로 지식인이다" 라고 한 최한기의 실학사상 등은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타당하고, 오히려 그 옛날 그런 사상을 이야기했던 철학자들이 놀랍기까지 하다.
이렇게 철학은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변치 않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며 , 우리 삶과 밀접한 이야기임을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첫장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제2장 . 문학 :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 시대의 언어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에 등장하는 문학은 오늘 날처럼 문학작품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작가가 아니라
학자이며, 정치가이고, 문학가이기도 했던 사람들이 쓴 글들을 다루고 있다.
즉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에 등장하는 문학 작품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정서적인 작품임과 동시에
시대를 비판하고 , 시대상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제2장 문학편에서는 "화왕계" 를 저술한 "설총" 에서부터
1910년 한일병합 당시 자결한 "황현" 에 이르기까지 총 19인의 문학작품과 사상이 소개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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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약(良藥)은 기운을 돕고, 독한 돌침은 독을 제거합니다"
《신문왕에게 필요한 신하가 누구인가를 알려주었던 이야기, 설총의 "화왕계" 》
"달팽이의 뿔을 쇠뿔과 같이 보고 , 메추리를 큰 붕새와 구별 없이 볼 수 있는 마음을 기르십시오.
그런 뒤에야 나는 당신과 함께 도(道) 를 이야기하겠습니다 "
《 모든 생명이 평등하다고 주장했던 이규보의 "슬견설" 》
"황대경(당대 고문가로 명성을 날리던 문장가) 씨의 글이 사모관대를 하고 패옥을 찬 채 길가에 엎어진 시체와 같다면,
내 글이 비록 누더기를 걸쳤다 할지라도 앉아서 아침 해를 쬐고 있는 저 살아있는 사람과 같다."
《민중속에 살아 숨쉬는 언어로 글을 썼던 연암 박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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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통렬한 시대비판과으로 기득권층과 맞섬으로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갖은 수모를 견뎌내야했던 작가들과 문학작품들.
그러나 그들의 시대정신과 작품관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제2장 문학편 마지막에 소개되었던 "매천 황현" 의 글은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을 덮을때까지 마음에 남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1905년 을사조약 체결, 1910년 한일합방과 같이 나라를 잃고 어지러웠던 시대 속에서 황현은 " 절명시 " 를 남기고 죽음으로
나라 잃은 설움을 표현하고, 간신배가 들끓는 세상에 경종을 울린다.
.... 날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울어
무궁화 이 강산이 끝장나고나
읽던 책 덮고는 지난 역사 생각하니
글 읽는 사람 구실 진정 어려워
《 황현, 절명시 중에서 》
그가 말했던 "글 읽는 사람 구실" 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글 읽는 사람 구실을 하는 참지식인들이 점점 사라지는것 같은 안타까움에 절명시를 읽고 난 뒤 마음이 참 무거워졌더랬다.

제3장 . 역사 :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의 지도
저자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까닭을 일종의 "거울보기" 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거울울 보고 우리의 매무새를 고치듯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역사속에서 용감하게 자신이 할일을 다했던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꺠달 을 수 있다면
역사를 공부하는 인문학 본연의 임무를 다했다고 봐도 좋다하였다.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의 제 3장 역사에서는 우리나라의 시작 "단군"에서부터 일연, 정몽주, 신채호, 박은식, 여운형, 김구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한다고 봐도 좋을 역사적 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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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감됨"을 위해 이전의 삶을 모두 버리고 쑥한움큼과 마늘 스무개로 어두운 동굴속에서 100일을 버틴 곰, 진정한 인감됨은 그러한 것이다.
《 삼국유사 속 "단군 신화" 》
"무신정권과 원의 지배아래서 우리민족의 주체성과 위대함을 일꺠우기 위해 역사서를 쓰다"
《 일연의 삼국유사 》
"왕보다는 유교이념을 중시하다"
《 조선건국의 디자이너, 정도전 》
"수양대군을 거부하고 단종복위를 꿈꾸다 "
《 사육신 "성삼문" 》
"일제 감정기 통한의 역사 속에서 국혼(國魂) 을 바로 세우다 "
《 박은식의 "한국통(痛)사" 와 "한국독립운동지혈사" 》
"하나된 조국을 꿈꾸다 "
《 건국준비위원회 "여운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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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사편의 마지막이자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의 마지막은 "백범 김구" 선생이 장식했다.
저자도 말했지만 만일 "여운형" 과 "김구" , 이 두분이 암살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광복이후 대한민국의 건국을 주도했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중략)..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높은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 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중에서 》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문화의 힘, 그리고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그 이유.
그 시절에도 지금도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을 이야기들이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중에서 》

"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을 읽으며...
참으로 오랫만에 읽게되는 인문학 서적이라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책,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작년 한해 "인문학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많은 책들과 시민강좌들이 쏟아졌었는데 정작 나는 제대로 된 책 한권 읽지 못한채
2012년을 보내 아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더 기대가 되었던 책이었다.
어쩌면 이 책은 조금 더 깊이있고 다양한 인문학 관련 이야기를 읽고자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싱겁고, 2% 아쉽고 부족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인것을 감안해보면,
인문학에 대한 입문서로서 혹은 역사와 철학, 문학을 총망라한 배경지식을 쌓는데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시절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전권을 시리즈로 다 읽으며 우리 문화와 역사가 이렇게 재밌고 다채롭구나 하고 감탄했던 나였는데,
그래서 대학가면 더 많은 역사와 문화, 문학 관련 책들을 읽으리라 다짐했엇는데.....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나서 내가 읽은 인문학관련 서적이란 어쩌면
대학시절 레포트를 위해 꾸역꾸역 읽어야했던 철학, 교육학, 사학관련 서적이 전부였던것 같아 부끄럽다.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을 읽으며 학창시절 내가 읽었던 문학작품을 만나며 기억을 되살릴수 있어 반갑기도 했고,
또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알았던 역사속 인물들의 성장과정이나 사상적 배경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어 뿌듯하기도하다.
이 책에 소개된 정약용의 저서들이나 고전 문학작품들도 더 찾아서 읽어보고 싶고, 철학서적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 은 2013년 들어 처음으로 읽은 책으로서의 가치를 훌륭히 해냈다고 본다.
"처음 만나는 우리 인문학"에는 마음에 담고 싶은 글귀들이 참 많았었는데,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하며 서평을 마친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 》 중에서 -
민중에는 세 부류가 있다.
눈앞의 이익에만 얽매이고 시키는 대로 따라서 법을 받들고 부림을 받는 항민(恒民)
세상을 근심하고 걱정하며 불편하는 원민(怨民)
그리고 평소에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기회를 보다가 저항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높은 곳에 올라 소리지는 자로 그가 곧 호민(豪民) 이다.
- 허균의 《 호민론 》중에서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지 않은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 정호승의 《 봄길 》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