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에 태어난 악마 - 아이좋아 좋아 004
임이송 지음, 김현정 그림 / 도리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14편의 글이 모두 작가의 품성이 그러리라 짐작케 하는 곱고 아름다운 세계, 그리고 사랑 깊은 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특히「두 개의 항아리」와 「조각구름 이야기」「여섯 살배기 살림밑천」은 이 책에서 내가 보는 가장 슬프고, 서럽고, 착하고, 순한,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고 싶다. 특히 이 중에서도 '두 개의 항아리'에서 마지막 문장인 '부엌 깊숙이 숨겨 두었던 두 개의 항아리에는 오빠를 위한 사과와 홍시가 가득 들어 있었지만, 내 마음 속의 항아리에는 서러움과 단침만 가득했습니다.' 는 압권이었다. 난 결국 이 대목에서 울고 말았다. 감정이입이 절로 되는 간결하고도 정갈한 표현으로 단연코 최고로 꼽고 싶다.!

그 외에도,
'날마다 이런 맛을 느끼는 오빠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오빠의 행복을 한 조각 훔쳐 먹은 듯한 짜릿한 전율이 온 몸에 흐릅니다.'
'입이 떫습니다. 오빠가 먹을 때 지켜보고 서 있던 내 마음과 같습니다.'

「조각구름 이야기」에서 인동꽃 이야기는 시골에 살았던 나에겐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단지 인동꽃의 향기가 조금만 더 묘사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으나, '밤새 하얗게 핀 인동꽃입니다. 상그러운 향이 조각구름의 코를 간지릅니다' 에서 '상그러운 향'이라는 단어로 압축해 버린 솜씨와 아름다움이 놀랍다. '그때까지도 잠을 자고 있던 풀섶의 이슬이 언니의 발자국 소리에 그만 또르륵 구르고 맙니다.'도 얼마나 귀여운지...

「여섯 살배기 살림밑천」을 읽으면서 권정생의 「몽실언니」가 떠올랐다. 헌신적이고 희생적이며 강인하면서도 인간애가 넘치는, 그러면서도 '잘 정돈된 밭이랑은, 새벽을 타고 멀리서 밀려오는 잔잔한 파도 같습니다.'에서 보듯이 자연이 주는 훈훈함과 아름다움은 놓치지 않은 마음씨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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