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정순임 지음 / 파람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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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역차별을 얘기하는 시대지만

예전에는 아무래도 여성들이 차별을 많이 받았었다.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지 못한 채

살아온 삶.

그때는 이것이 정답이라고

으레 다들 그렇게 살았다고 위로하기에는

지난 삶이 아쉽고 억울한 느낌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는

'산수헌'고택에서 종가의 전통 장맛을 이어가며 살고 있는

한 여성의 에세이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된장, 고추장 같은 전통 장맛이 아니라 종갓집이라는 장소이다.

글쓴이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산수헌'은

국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고택으로

상주, 안동 지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종갓집이다.




글쓴이 정순임은

타 지역에서 한문학 관련 일을 하다가 오십이 되어

종가의 맏며느리인 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만드는 전통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15대에 걸쳐 400년을 한 집에 살아온 가문이자,

1년에 15번 제사를 지내는 종갓집의 둘째 딸로 태어난 글쓴이는

집안에서부터 차별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첫째는 오빠임)

어린 시절은 그래도 추억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후 사회에서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차별은

그녀에게는 매우 버거웠다.

특히, 가업을 잇기 위해 귀향한 입장에서

봉건적 전통의 대표격인 어머니와의 사고방식 차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글쓴이는 딸이자 엄마이자

그리고 이 시대의 여성으로서

본인의 삶을 담담히 그려내며

여성이 겪는 차별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아가

가업도 잘 계승하면서

여전히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어머니와의 관계도 잘 정립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책 초반 글쓴이의 산수헌에서의 어린 시절 얘기를 읽을 때만 해도

슬며시 미소가 띠어지기도 했다.

할매~ 아지매~ 같은 단어들이

상당히 구수하고 고향 같은 따스한 느낌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에 대한 부분이 나올 때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났다.

또한 글쓴이가 귀향한 첫 번째 목적은 엄마 옆에서 살고 싶어서였는데,

떨어져 지내며 가끔씩 만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

그래도 가족이라는 이름이 큰 의미를 갖고 있듯이

모녀는 결국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화해와 치유를 하며 함께 할 것이다.

이 책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당찬 여성의 이야기이자,

어머니와 딸 사이의 관계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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