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클래식 라이브러리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목승숙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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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 중 5번째인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집이다.

<변신>, <굴>, <학술원 보고>, <단식 예술가>

이렇게 4개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번역은 한국 카프카 학회 회장인 목승숙 교수가 맡았는데,

원문의 내용과 표현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프란츠 카프카는 유대계 독일 작가로

실존주의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무력한 인물들과 그들에게 닥친 기묘한 사건들을 통해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를 다룬 작품들을 주로 저술하였다.



카프카 문학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유명한 변신이라는 소설은

아침에 눈을 뜬 주인공이

자신의 몸이 벌레로 변신해 있는

악몽과도 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 묘사가 어찌나 생생한지

주인공인 그레고르가 처한 상황이

눈에 훤히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 초반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갈수록 몰입되는 문장력

나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벌레로 변했다는 것에 집중해서 

끔찍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그냥 하루아침에 원치 않은 상황에 처한

나약한 인간의 감정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위기에

처음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점차 적응해가며 하나씩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살짝 해피엔딩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지만,

그레고르의 말은 사람들에게 단지 벌레의 소리일 뿐이었다.

만약 내가 이렇게 그레고르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마도 온전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그리고 이 기묘한 상황을 작가는 생각보다 상당히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엄청 이상한 상황인데 평범한 일인 것처럼 전개되고,

너무 답답한 상황인데 오히려 냉정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의 모습도 그려졌는데

많은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가장 역할을 해오던 그레고르가 변신하여 더 이상 회사에 나갈 수 없기에

앞으로 가족들이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하는 부분과

모든 것이 마무리된 후 가족들의 행동 등은

이 소설이 실존주의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슬프게도 주인공은

이 황망한 사건 속에서 고독과 불안의 시간을 견디다가

열등감, 불면, 식욕부진 등으로 쇠약해져서

결국 죽고 만다.




이 밖에 <굴>이라는 작품은

지하에 자기만의 굴을 파는 이야기로,

잠시의 안도와 끊임없는 불안 사이를 헤매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렸다.



<학술원 보고>는

아프리카에서 잡혀온 원숭이가 유럽 사회에 적응한 5년의 과정을 학술원에 보고하는 글이다.



<단식 예술가>는

과거에 유럽과 미국의 대도시에서 성행했던 단식 공연을 소재로 쓰였다.

이 책은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작가의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 단편들을 통해

그의 문학세계를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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